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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Mar 14. 2022

나의 스마트폰 사용기

2013.09. 계간 <니> 32호 '스마트폰에 점령당하다'

내가 스마트폰을 쓴 지는 만으로 3개월이 되지 않았다. 아직 핸드폰 값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가입한 요금제를 못 바꾸고 있다. 얼마 안 되는 기간인데 지금 이 스마트폰을 팔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기계는 아주 좋다. 사진도 아주 잘 찍히고... 예전 전화기랑 달라 느끼던 불편함도 사라지고 한 손에 잡기 어려운 크기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자리에 앉기만 하면 손에서 이 기계를 놓을 수 없어서 문제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오늘만 해도 그렇다. 일요일이라 아이 어린이집도 쉬고 쉬엄쉬엄 밥 먹고 시댁이나 가려고 했었다. 느지막하게 일어났는데 어제 심하게 논 아이가 계속 잔다. 잠깐 일어나 핸드폰 만지작거리다가 나도 또 누워 잔다. 아이가 일어나 나도 일어났는데 잠이 잘 안 깨서 핸드폰을 열어 뉴스 기사를 봤다. 그러다 정말 못 참겠어서 아이가 극구 말리는데도 자리에 누워서 계속 잤다. 그러다 일어났는데 아이는 자꾸 자기 있는 곳에 와서 같이 놀자는데 엄마 있는 데로 오라고 짜증을 내며 나는 내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 뉴스를 또 보고 있었다. 


어젯밤은 토요일이라 좀 늦게 자도 별 무리 없는 날인데 컴퓨터로 작업을 하자니 밤 12시 좀 넘으니 너무 졸렸다. 그래서 자려고 누웠는데 그래도 핸드폰이나 한 번 볼까 해서 손에 들고는 DMB를 봤다. 보고 싶던 영화가 나와서 다 보고 또 다른 채널을 뒤적뒤적하다가 4시쯤 정말 졸려서 잤다. 그렇게 졸렸었는데 누워서 DMB를 보니 뭐가 먹고 싶어 양배추 잘라서 케첩 뿌려서는 와그작와그작 먹었다. 잠자는 아이 옆에서. 


난 아직 어플을 많이 다운로드하지도 않았고 게임도 하지 않고 카카오톡은 쓰지만 카카오스토리는 하지 않는다. 그저 하는 건 인터넷, 포탈에서 뉴스랑 사진 보기, DMB 시청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거기서 헤어날 수가 없다. 손에 들고 있으면, 손 뻗어 닿는 내 옆에 있으면 자꾸 손이 가고 눈이 그리로 간다. 아이랑 있을 때도 눈은 화면 보면서 아이 잠깐 보고 대충 말대꾸해준다. 


아이가 보는 내 모습은 어떨까. 정신이 딴 데 쏠려 자기한테는 열심히 대해주지 않는 거 다 알 거다. 그러니 애가 나한테 자주 하는 말은 “엄마 자지 마”와 더불어 “엄마 그거 보지 말고 나 봐”이다. 


아이의 불만 다 이해한다. 그건 내가 스마트폰을 가지기 전 먼저 나와 같은 기계로 바꾼 남편에게 내가 항상 하던 말이다. 지금은 나도 남편과 다를 바 없고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계의 영향이 크구나 느낀다. 




내가 스마트폰 산 지 일주일 됐을 때에도 이걸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집에 아이와 나, 남편 셋이 있는데 나와 남편은 각자 딴 공간에서 자기 핸드폰 들여다보느라 정신없고 아이는 그런 두 사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놀아달라 했다. 


그 후 남편에게 집안에서는 스마트폰을 전화랑 문자 외의 이유로 쓰지 말자 제안했었다. 남편은 몰라도 나는 한 며칠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게 되는 듯했으나 아이가 자고 난 밤에는 늦게까지 핸드폰으로 TV 보는 재미에 빠졌다. 그러다가 포탈에서 나오는 뉴스들을 본다. 사진 위주로 보기도 한다. 외국 연예인들의 가족사진, 요즘 유행한다는 옷, 그냥 조금이라도 궁금한 것들이 보이는 대로 터치해서 보고 있다. 그냥 정말 잠 올 때까지만 조금만 봐야지 했는데 조금만 볼 수 없다. 잠이 깬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던 소설책도 별로 빌려보지 않는다. 책은 밤에 누워서 보기도 불편하고 형광등이든 스탠드든 켜고 봐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누워서 그냥 봐도 아주 잘 보인다. 또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조금도 심심한 걸 못 견디겠다. 원래 뭐라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했는데 집에서 그냥 앉아 있으면 심심함이 몰려와 손이 그리로 간다. 특히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전에는 무조건 잤는데 이젠 멍하게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걸 본다. 


아이에겐 항상 미안하다. 아이랑 노는 거, 몸 움직이는 걸 피곤하다 느낄 때, 아이와 함께하는 재미보다 스마트폰이 주는 재미에 웃을 때 잠깐씩 아이를 의식하지만 차마 그 눈은 못 쳐다보겠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컴퓨터로 뽀로로 노래 듣고 만화 보고 하는 건 이제 확실히 제한한다. 미리 몇 개 볼 건지 약속하고는 가차 없이 컴퓨터를 끈다. 아이는 한참 울거나 찡찡대지만 어느 순간 또 혼자 놀면서 웃는다. 


나에겐 내 스마트폰을 가차 없이 꺼줄 누군가가 없다. 나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해야 하는 어른이니까. 집에서는 스마트폰 4G 연결을 끊기로 정할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책장 높은 곳에 올려놔서 손 닿기 어렵게 하면 전화랑 문자만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전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사람들 보면 핸드폰에 거의 코를 박고 있다시피 화면 속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도 어떨 때는 길에서도 눈을 떼지 않을 때도 많다. 스마트폰 사용과 길에서 생기는 사고비율, 또 전자파에 의한 혹은 손에 계속 들고 있음으로 인한 손상을 조사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들은 뭘까. 보는 재미를 얻고 사는 재미는 잃어가는 느낌도 든다. 내 앞에, 내 주변에 있는 것들(사람 포함)에서 재미를 찾으려 하지 않고 손 뻗어 금세 닿는 재미, 지나고 보면 허탈함이 더 많은 재미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내 아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자꾸만 그리로 가려는 내 손과 눈을 내가 부모처럼 돌봐주고 싶다. 네가 움직여서 직접 보고 겪고 느끼는 재미가 세상에는 많다고, 심심할 때는 그냥 심심함을 느껴보라고, 피곤할 때는 그냥 쉬라고 그러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생각나 하게 되고 그 재미에 웃게 될 거라고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정은선_멋진 사람이고자 하지만 아직 자신의 멋진 면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남편과 다섯 살 세훈이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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