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 계간<니>31호 '왜 화가 날까?' - 편집후기
이번 호에는 글을 꼭 쓰고 싶었다. 감정조절을 잘 못 해서 참다가 어느 순간 확 폭발해버리거나 짜증 내는 것, 모두 내 고질적인 문제 아닌가. “짜증 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다섯 살 난 아이에게도 “엄마는 ‘짜증쟁이’야”라는 소리를 듣는 나.
내 짜증의 역사, 그걸 극복하려던 이야기만 해도 글이 나올 거라 쉽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꾸 글쓰기를 미루는 나를 보며 짜증이 났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을 놓아주기로 하며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안 썼어도 괜찮았다 싶었다. 모람들의 글 곳곳에 내가 숨어있었다. 다른 사람 글을 통해 그런 나를 먼저 만나는 경험을 하는 건 편집회의를 하고 교정 보면서 얻는 큰 수확이다. 경험과 바탕이 다름에도 내 거울이 돼주는 '니'*들이 고맙다. 그래서 나도 내 경험을, 마음 바뀜을 글로 표현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한다.
또 니들이 전하는 변화 과정을 접하니 ‘책으로 만나는 심리상담’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집단상담과는 또 다른, 글로 표현되는 깊이가 있었다. 내 느낌을 꽁꽁 묻어두는 빙하와 끓어 넘치는 화를 폭발하는 화산, 그 사이에서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할 길을 찾고 싶다.
*계간지 이름이기도 한 '니'는 어머니, 언니, 할머니, 비구니 등 여성을 부를 때 대체로 '~니'라 하는 데에서 비롯됐다. 우리 이웃의 여성을 니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