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피는 꽃

Prologue : 안개비

by 이원호
하늘을 향해 피는꽃.jpg


제1부 [안개꽃]

⦁Prologue: 안개비

Chapter 1: 안개꽃 핀 연못에서

Chapter 2: 흰 바람벽

Chapter 3: 오래된 동네

제2부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새]

Chapter 4: 깊은 잠

Chapter 5: 가을 편지

Chapter 6: 손목 위의 별

Chapter 7: 사라지는 것, 그리고 태어나는 것

Chapter 8: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른이 될까?

Chapter 9: HEDWIG 공연에는 누가 갔는가

Chapter 10: 나무 아래 스러지는 것

제3부 [긴 여행]

Chapter 11: 묵주 팔찌

Chapter 12: 아픔을 관통하는 발걸음들

Chapter 13: 마음은 하늘에서 땅으로

Chapter 14: 달빛 기차

제4부 [피가로의 결혼]

Chatper 15: 마음의 확인

Chatper 16: 피가로의 결혼

⦁Epilogue : 하늘을 향해 피어나는







Prologue : 안개비




첫사랑이었다. 처음 마주친 그 순간부터 그것은 첫사랑이라는 말 의외의 감정으론 설명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던, 한없이 다가서도 그립기만 했던 그런 감정 말이다.


때때로 나는 세상에 첫사랑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이 있을지 궁금해하곤 했다. 그 애달프고 강렬한 감정은 인간에게 남아있는 가장 순수한 황홀함이고, 살면서 두 번 겪기는 어려운 종류의 일인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고 싶었고, 그 아이는 그것이 욕심이라고 내게 말해줬었다. 한없는 짝사랑의 양 극단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하는 방법 대신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을 알 수는 있어도 그 아이를 다 알 수는 없어서 나는 끝없이 물어야 했다. 답이 없는 질문은 앳된 마음을 별똥별처럼 치달았다.

사랑할 수 있을까.

질문은 언제나 짙은 그리움으로 세상을 건드린다. 세상을 온통 헤매고 나 자신을 더듬어보아도 그 답만큼은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할 줄 모른대도 사랑하고 싶다는 것, 그뿐이었다.





안개비가 오는 8월에 나는 그 장소로 되돌아갔다. 이름 모를 잡초들이 무성히 자랐음에도, 낯익은 모습은 여전히 그리운 그대로 나를 반겼다. 나는 흘러가는데 세상은 그대로 머문다. 작년까지만 해도 팔찌에 가려 새하얗게 남아있던 팔목의 흉터는 이제는 많이 희미해져 있었다. 늘 그렇다. 짝사랑은 옅어지고 머리카락은 바스락거리며 자란다. 기억은 하얗게 반짝이고 마음은 조금 성숙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것이 변해도 그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만큼은 달라지지 않고 삶의 무게로 남았다. 늘 그렇다. 세상은 반짝거리고 바스러져도 마음속 장면들은 변하지 않고 남는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별빛과 바이올린 벌레의 노랫소리 사이에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았다. 바람의 향기를 따라 그리움이 마음을 조용히 채워간다. 그립고 또 그립다. 그것 역시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추억을, 그리고 마지막 반짝이는 조각을 바닥에서 주웠다. 안개처럼 희뿌연 빗속에서 추억의 조각이 빛나고 있었다. 고백하던 순간에 잃어버렸던 작은 팔찌의 조각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별조각처럼 남아 그날의 나를 반겼다. 그 조각은 아주 작은 씨앗이었다가, 어느새 느티나무처럼 큰 잎사귀를 만들어 그리움을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그 잎사귀의 그늘 속에서 찬란했던 첫사랑의 첫 순간을 돌이켜보았다.


분명 그 아이를 처음 만날 때도 그 팔찌를 차고 있었다. 14년 전, 그 운명적이었던 날에도 말이다.






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