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향해 자라는 나무 8화

8화 : 생명의 신전

by 이원호

8 화 : 생명의 신전



아침에 숙모는 앨리스의 연락처를 주셨고, 우리는 바로 그녀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앨리스는 유쾌한 말투로 자신이 일하는 자연사 박물관에 놀러 오라고 제안했다. 박물관에는 수족관, 식물원, 천문대 등 볼거리가 아주 많으니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라는 앨리스의 말에 유혹당한 우리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 나섰다.

도시의 서부 연안에 세워진 거대한 신전 같은 자연사박물관은 그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처럼 순환하고 교류하며 공존하는 생물학적 보고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다양한 종들을 가지고 있는 수족관은 해안과 이어져 있어 생태 그대로의 환경에 가까운 연구시설이었고, 매년 다양한 해양 생태계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로 유명했다. 박물관 내의 식물원에는 살아있는 새와 나비가 실제 정글 속처럼 날아다녔고 가끔 식물원 밑바닥의 악어가 멋모르는 관광객의 발목을 깨무는 사고마저도 일어날 정도로 울창한 곳이었다. 가장 밑층의 심해 수족관은 바다 깊숙한 곳의 바위 공동과 이어졌으며, 그 위로 올라가면 있는 열대 우림의 강물 밑, 해안가 환경, 연안 평지는 모두 실제와 똑같은 구성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2층과 3층에서는 나무 꼭대기와 산악지역을 탐험할 수 있고, 가장 꼭대기에는 천문대가 있어 별들에 도달한 느낌마저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온갖 종류의 파충류, 어류, 갑각류, 조류, 식물, 곰팡이, 연체동물, 벌레, 인간들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 자연사 박물관이었고, 그런 환상적인 시설을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꽤 흥분하고 말았다. 뛰는 듯한 발걸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생명의 신전 안으로 들어섰다.

박물관의 입구는 시작부터 현란했다. 들어서는 관문에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식 생명체인 용(龍)의 뼈가 엄청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죽어서 가장 단단한 뼈대만을 남겼음에도 그 모습은 오금이 저린 것이었다. 무시무시하게 벌어진 턱뼈 사이로 소리 없는 포효가 새어 나와 천지를 진동시켰고, 성인 남성보다도 더 거대한 톱날 같은 검치(檢齒)들은 잠시 바라만 보아도 쭈뼛쭈뼛한 공포를 등골에 흘려보냈다. 용의 텅 빈 두개골 사이로 한참을 올려다보면 천정 골조 사이에서 인류가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 중에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운해어들의 뼈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 옛날의 가장 웅장했던 고래들보다도 더 큰 그것들은 크라켄과 대왕 오징어를 씹어 먹는대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운해어들이 보통 죽기 직전 심해 위를 비행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렇게 거대한 뼈대를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만약 저런 위협적인 크기의 생명체가 지상으로 떨어진다면 자연재해에 가까운 피해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경이와 두려움 속에서 그 밑을 지났다. 수없이 많은 고대의 생명들의 자취가 우리의 발걸음을 눈길 없는 죽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고, 죽어 사라진 모든 것에 대해 놀라워하며 그렇게 생명의 보고를 여행했다.

우리는 먼저 수족관부터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카데미의 전시 중에서 수족관이 가장 유명했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생명과 죽음의 바다를 안에서부터 어서 들여다보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가장 깊은 심해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며 평화는 조금 무서운지 내 팔을 꼬옥 부둥켜안았다.

“무서워?”

“응. 조금. 심해는 무섭잖아. 뭔가 적막하고, 음슴푸레하고, 어디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고 말야.”

“그 정도로 심해에 내려가지는 않을 거야. 후회하지 않을 장관이 펼쳐질걸. 이곳에서 가장 큰 물탱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조이기도 한데, 무려 1억 8천 종의 방대한 해양생물종이 살아 숨 쉬는 마법 같은 곳이야. 바다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거의 생태계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걸.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살아있는 바다 밑의 세계를 관람한다고 생각하면 돼.”

“으음. 그래도 무서워. 바다 밑에는 온갖 괴물들이 우글거리잖아. 뭐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다.”

“어떤 게?”

“모든 생명은 바다로부터 나왔다고들 하잖아. 바다는 가장 풍요로운 생명의 보고인 셈이야. 그와 동시에 바다는 가장 다채로운 죽음의 향연이기도 해. 나는 물밑의 심연과, 해저의 공포와, 익사와, 산소부족 같은 걸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걸. 그래서 재밌다. 바다는 생명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죽음의 아버지이기도 하네.”

“묘하게 성차별적인 발언이네 그거.”

“아냐. 난 그냥 바다 안에는 생명도 있고 죽음도 있고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고 다 혼재되어 있어서 아름답다는 얘기를 하려던 거라구. 어쩌면 그렇게 섞여 있기에 죽음에서 삶이 비롯되고 삶에서 죽음이 비롯되는지도 몰라.”

“죽음에서 삶이 비롯된다구?”

“응! 죽음의 바다에서 가장 치열하게 생존하며 생명이 탄생하듯, 가장 깊은 죽음이 가장 찬란한 생을 낳는 거지. 알이 닭을 낳듯이 말야.”

“으으. 가끔 너랑 얘기하다 보면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달걀처럼 깨질 것 같아. 무슨 알이 닭을 낳아 이 모순쟁이야.”

평화는 내 말에 반박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대자연의 풍경에 우리는 모든 언어와 대화를 잊고 다만 탄성을 내질러야만 했다.

대수족관의 전경은 영화관 스크린 몇 개를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넓었다. 1층부터 5층까지 이르는 전망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람들은 바다 깊숙한 곳의 신비를 마치 리얼 타임 다큐멘터리를 보듯 감상하고 있었다. 거대한 돔 모양의 수조는 그 자체만으로도 바다의 일부를 들여놓은 것만 같았다. 가장 밑바닥의 모래사장 위에선 온갖 종류의 가오리와, 넙치와, 가자미와, 모래무지, 기괴하고 기묘한 게들이 느릿느릿 기어 다녔고, 바위 틈새로는 문어나 곰치들이 미끄러지듯 수영하고 있었다. 위로 높게 자라는 산호와 해초들 사이에는 천사고기나 키싱 피시, 나비 물고기 등 온갖 관상어종이 꽃잎처럼 흩날아다녔고, 말미잘과 불가사리들 사이에선 해마와 드래곤피쉬가 요염한 자태를 뽐내기도 했다. 저 멀리 칠흑 같은 해저에서는 백상아리가 괭이 같은 눈빛을 희번덕거렸고, 그 아래론 아귀나 대왕 오징어 같은 심해종도 숨어있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아득한 수면 위에선 눈부신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거대한 바다거북들과 유쾌한 돌고래들의 그림자는 반짝거리는 햇빛을 부서트렸고 말도 안 되게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아득한 저 멀리에서 몸을 뒤척이며 용틀임을 해댔다. 아주 작은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완벽한 적막이 바닷속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생명들이 자그락거리고 꽁알거리고 있는 삶의 박동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서 평화와 나는 거대한 소란 한복판에 놓인 듯 즐거워지고 말았다.

평화는 유리에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서 눈앞에서 입을 뻐끔거리는 곰치 한 마리를 유쾌하게 놀려댔다.

“얘 좀 봐! 왕죵 못생겼어!”

“그래도 물고기들 중에서 얼짱 일지도 몰라. 눈도 크고 입도 크잖아.”

“아냐! 맹구같애!”

“재미있어 여기?”

“응! 인어공주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

평화는 인어공주에서 나오던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인어공주는 지상을 꿈꾸며 노래를 불렀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인어공주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해저에서 왜 탈출하고 싶었던 걸까. 왜 전쟁 같고 더러운 지상을 향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는 인어의 노래를 따라 아름다운 해저를 거닐었다.

거대 수조의 관람이 끝난 뒤에 우리는 서서히 수면을 향해 승강하기 시작했다. 환상 같은 바닷속 풍경들은 영화의 장면들처럼 바뀌고 또 바뀌었다. 클럽의 조명처럼 화려히 빛나는 해파리들이 춤추는 바다가 있는가 하면, 셀 수없이 많은 정어리 떼가 혼연일체가 되어 보다 큰 무엇인 척하는 바다도 있었다. 부두가 해수면을 표현해놓은 수족관에는 물개와 해달, 꿈지럭거리는 대구가 신나게 장난을 쳐댔고, 파도가 밀려오면 수조 안이 온통 소란스러운 소용돌이로 바뀌곤 했다. 놀랍게도 바닷속의 생명체들은 파도가 세상을 뒤엎을 듯 밀려오면 저항하지 않고 그 흐름에 순응했다. 이리저리 휩쓸리며 궤적이 흐트러지고 목표가 바뀌더라도 그것이 의당 당연하다는 듯 행동했던 것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해달들은 봄날의 고양이처럼 장난을 쳐댔고 물고기는 필사적인 질주를 해댔다. 그 모습 안에 삶의 가장 큰 비밀이 숨어있는 것도 같았지만,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평화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요리조리 수영하는 해달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평했다.


“완전 아름답다! 그리고 귀여워!”

“포유류 중에선 저렇게 장난기 많으면서 물을 좋아하는 종류가 돌고래와 해달 뿐이래. 장난과 놀이가 고등동물만의 특징인 점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일이지.”

“그런데 왜 맹수랑 먹이랑 같이 넣어놨을까? 둘 중 하나는 죽을 텐데. 그리고 파도는 왜 이렇게 심하게 치게 만들어 놓은 거야? 애들 어지럽겠다.”

평화의 질문에 대한 답은 친절하게도 수족관 앞의 설명에 적혀 있었다.

-모든 종은 실제 환경과 가장 비슷한 환경 속에서 지내야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고 건강하기 때문에 수조 안의 환경은 실제 환경과 가장 흡사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으음. 파도가 쳐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거구나. 그럼 질문을 바꿔야겠다. 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살기 힘든 환경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걸까?”

“아마 적절한 긴장과 위기가 있어야 생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언젠가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서부 연안에서 잡은 연어를 중부 대륙까지 옮기다 보면 대부분의 연어가 이유 없이 폐사한다는 것이다. 연어는 본래 넓은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이며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단적으로 죽어버릴 분명한 이유는 발견되지 않았기에 연어 회사들은 골치를 께나 썩어야만 했다. 연어를 운송하는 회사들은 값비싼 산소공급 장치를 구비하고 싱싱한 먹이를 넣어주는 등 각종 방법들을 시도해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어들의 집단 자살을 해결하지는 못했었다.

연어들의 자살을 막은 것은 뜻밖의 방법이었다. 몇몇 똑똑한 실험가들은 연어와 같은 수조 안에 상어를 풀어 넣었는 것만으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어들은 상어를 피해 도망 다니느라 환경이 비좁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더 이상 자살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간혹 몇 마리의 연어가 상어에게 잡아먹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나머지 모든 연어들이 폐사 없이 싱싱한 상태로 목적지까지 도착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적은 비용이었다.

어쩌면 그렇듯 생을 박동하게 만드는 것은 긴장과 위기인지도 모른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 인간의 지능은 최대 3배가 증가하고 근력은 평상시의 5배까지 증가한다. 이 분야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종인 바퀴벌레는 심지어 IQ가 20배까지 증가하여 300을 넘어가고, 스타트 대시 없이 초속 3m(인간으로 치면 시속 320km)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살아 있는 그 어떤 순간들보다도 지혜와 진리에 근접해지고, 진화와 초월에 닿는 힘을 어루만지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평화가 말한 ‘생명은 죽음 속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어쩌면 이런 맥락 인지도 몰랐다. 죽음의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기에 우리는 싱싱하게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 숨통을 조여 오는 죽음이 없는 잠의 도시의 잠의 도시의 사람들은 미래를 향하는 중대한 의미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헤겔의 부엉이!”

갑자기 소리친 평화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부엉이 비슷한 것도 보이질 않는 상황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아니, 미네르바의 부엉이! 헷갈렸어 잠시.”

“그러니까, 누누이 말하지만 콘텍스트를 줘야 한다니까.”

“어쩌면 잠의 도시의 사람들이 어포스테오리,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그리도 사랑하는 건, 미래를 향하는 길마저도 내려놓고 비워내서 그런 걸지도 몰라. 치열한 죽음 없이 치열한 삶도 사라진 거지. 그래서 헤겔의 문구를 도시의 가장 유명한 상징 위에 새겨놓은 거고.”

아무래도 평화는 내 생각을 읽은 것 같았다. 놀라움 속에서 그 생각을 곱씹고 있자 평화는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죽음은 번데기(Cocoon) 같아서 숭배하는 이를 영원한 잠의 삼베 수의로 파묻지. 그 평온은 정적, 더 이상 흐르지 않음이야. 흐르지 않는 곳을 향하는 건 역시나 이데아를 향한 헛된 꿈이 될 수밖에 없어. 결국 닿지 않을 또 하나의 유토피아를 만들어가지며 허상 속에서 삶을 낭비하는 셈이지. 삶은 전투는 아닐지언정 투쟁이라는 그 말 안에는, 그저 다 내려놓는 것보단 깊은 의미가 숨어있는데 말야.”

“죽음도 이데아에 불과하다는 거야?”

“응. 인간을 단번에 초월하려는 모든 건 허구적 이데아야. 인간은 과거에 파묻히지도, 하늘에 오르려고도 할 필요 없이 인간인걸.”

치열함이 없는 삶은 삶일까. 사랑이 그토록 숭고한 가치로 추앙받는 것은 그것이 치열한 동시에, 치열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랑도, 치열함도, 번뇌도 다 내려놓고 선인이 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을 초월해버리려고 하는 헛된 시도들은 아닐까. 적어도 평화는 그렇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평화는 곧 고운 아미를 싱긋 찡그리며 덧붙였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뭐가 부족하다는 거야?”

“죽음을 적을 돌리지 않고 순환의 일부로 삼은 잠의 도시 사람들의 태도는 확실히 지혜로워. 삶을 비우고 다시 채우며 평온을 찾는 것도 흥미롭고. 이 모든 순환과 흐름을 다 단순한 이데아로 치부하고 무시하기엔 대단히 큰 지혜가 숨어있는 것 같아. 어쩌면 그 흐름 사이에 우리가 찾는 나무와 진리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물어보았다.

“그래서 뭐가 부족하다는 거야 대체.”

평화는 잠시 멈칫하며 질문을 돌아보더니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것만 보고 그것 전체를 이렇게 판단하기는 좀 부족하다 이거지 뭐.”

난해한 문장이었지만 어쨌든 뜻은 전해져 왔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좀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난 뒤에 판단해보자.”









우리는 모래사장과 바위로 가득한 해안가를 지나, 범고래 방목장과 바다까마귀 서식처를 구경하고, 열대 우림의 범람하는 강물 속을 여행했다. 진흙탕 속에선 거대한 비단뱀과 흰색 악어가 꿈틀거렸고, 그 모습은 잘 보이지 않기에 더 신비하고 두려웠다. 강둑에 누워 목을 길게 빼는 악어거북은 선사시대의 모습 그대로 인 듯했고, 머리 위를 시끄럽게 날아다니는 과일박쥐들은 사람들을 놀래키고 공중에 비명을 수놓았다. 토사(土砂)로 가득한 강물 속에서 느리게 몸을 꿈지럭대는 통나무 같은 폐어(肺魚)를 보다가, 나는 문득 질문을 떠올렸다.

“아까 우리가 진리를 향해 가고 있다고 표현했잖아.”

그 말에 평화는 놀라며 펄쩍 뛰었다.

“내가 그랬단 말야?”

무척 미심쩍은 표정이 되어 아까 나무와 진리를 지혜 속에서 찾네 어쩌네 하는 얘기를 했다고 알려주자, 평화는 배시시 웃으며 ‘내가 그랬었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질문을 이어갈 수는 있었다.

“진리가 존재할 수 있을까? 너는 모든 게 순환하고 흐르며 공명한다고 보잖아. 완벽하게 옳은 것도, 완벽하게 그른 것도 없는데 완벽하게 항상 들어맞는 삶의 규칙 같은 게 존재한다면 그건 모순이잖아. 삶은 흐르는데 고정되어 있는 무언가만이 영원불변히 옳다고 보는 것이니까.”

평화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난 존재할 수 있다고 봐. 나는 세상을 멈추게 할, 그렇기에 존재가 가능하게 만드는 축을 찾고 있어. 그것은 아마도 소녀를 여인으로 만들고 아침에 나팔꽃을 틔우며 가을의 낙엽을 나뭇가지 끝에서 떨구는 찰나의 마법이고 영원한 순환일 거야. 멈추지 않는 영원한 흐름은 멈춰있는 것과도 같아. 진리는 그 축 위에 존재할 거야.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며, 그렇기에 영원불멸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말야. 그것은 한순간과 다른 순간에 같지도 않을 것이고, 한 사람과 다른 이에게 같은 의미도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존재하게 하고 삶을 생명으로 이끌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황홀한 힘일 것 같아.”

나는 그제야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찾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짝거리는 조약돌들을 함께 줍고 있었다. 그 여행의 의미가 뿌듯하여 나도 모르게 가슴이 온통 벅차 오고 말았다.




9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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