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뇌성마비 회원은 더 잘 움직일까

약 8년간 장애인 체육계에 종사한 사람이 경험한 이야기

뇌성마비의 반사는 문제가 아니라 전략이다


뇌성마비를 가진 회원님들을 처음 만나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제 몸은 제 맘대로 안 돼요."

팔을 들려고 하면 다리까지 같이 튀어나오고, 한쪽만 움직이려 해도 양쪽이 다 반응합니다. 관절 하나만 쓰고 싶은데 몸 전체가 경직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이 계속 나타나죠.

이게 뇌성마비의 특징입니다. 발달 과정에서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어릴 적 반사가 몸에 남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뇌성마비는 근골격계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뇌성마비를 가진 분들은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은 치료를 받으며 자랍니다. 강직을 줄이고, 무정위 운동을 조절하고, 반사를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들이요. 말 그대로 연예인 스케줄처럼 빡빡한 치료 일정을 소화하며 성장하죠.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요. 치료의 목적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외부와의 교류가 많았거나 비교적 독립적인 환경에서 자란 분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같은 장애 유형이라도 기능 수준이나 태도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거예요. 실제로 이런 분들은 운동 참여도도 높고, 훈련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납니다. 몸의 조건이 아니라 경험의 차이였던 거죠.


뇌성마비는 신경학적 병변으로 인해 초기에는 움직임을 선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협응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가 손상되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억제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그래서 몸은 부분적인 조절이 어렵고, 전체 패턴으로만 반응하게 됩니다.

상지와 하지가 함께 튀어나오거나, 좌우 분리가 명확하지 않고, 하나의 관절만 쓰는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 이건 분리가 잘 안 되는 게 아니라, 분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태예요.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사와 경직은 뭘까요? 저는 이걸 문제 행동이 아니라 몸의 방어 기제로 봅니다. 나누어 움직이는 게 불안정하니까, 몸은 여러 관절과 근육을 동시에 사용해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선택하는 거예요. 마치 좁은 다리를 건널 때 팔을 쫙 벌리고 몸을 경직시키는 것처럼요. 불안하니까 온몸으로 버티는 겁니다.

운동 개입의 목적은 이 반응을 억제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거예요.

소마틱스 관점에서 보면, 운동은 각 관절이나 근육을 이 정도로만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과정입니다. "어깨만 이만큼 써도 괜찮아", "팔 하나만 움직여도 넘어지지 않아",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실어도 버틸 수 있어".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몸은 움직임을 멈출 수 있게 되고, 멈출 수 있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해지며, 그 결과 선택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집니다.


결국 핵심은 경험이에요.


그래서 저는 움직임을 교정하거나 반사를 없애려고 하지 않습니다. 각 근육과 관절이 단독으로 작동해도 문제가 없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그 경험이 누적될수록 반사 중심의 움직임에서 벗어나 조절 가능한 움직임으로 전환이 일어나거든요.

몸은 생각보다 똑똑합니다. 안전하다는 걸 알면, 스스로 전략을 바꿔요. 그 과정을 저는 운동으로 함께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뇌성마비, 어떤 운동부터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