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정원 Feb 28. 2018

21세기 연금술, 바이오 프린팅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구세주


옛 사람들의 순진한 생각으로 여겨졌던 연금술이 21세기에 부활했다. 바이오 프린팅이라는 이름의 연금술이 인간 장기를 찍어 낸다. 바이오 프린팅은 3D 프린터로 살아 있는 세포를 원하는 형태로 찍어내는 기술이다. 10년만에 바이오 프린팅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인공 다리, 손, 관절뿐 아니라 간, 혈관을 찍어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는 인공 심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


바이오 프린팅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장기 부족이다. 미국에서만 한 해에 12만 명이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데, 매일 13명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다. 우리나라 역시 2016년에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3만 명이었지만, 실제 수술 건수는 4천 건 밖에 되지 않았다. 3D 프린팅은 자기 세포로 맞춤형 장기 제작이 가능해 다른 사람 장기를 이식 받았을 때 발생하는 면역 거부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인공 장기를 신체에 이식하는 것은 아직 갈 걸이 멀다. 만들 수 있는 인공 장기 크기가 작고, 장기에 신경과 혈관이 연결되어야 인체에서 역할이 가능한데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하다.





인체를 찍어내는 프린터, 인비보 


인체를 찍어내는 프린터 인비보(INVIVO)는 국내에서 개발된 최초의 3D 바이오 프린터이다. 3D 프린터 전문기업 로킷(Rokit)이 개발했다. 인비보는 바이오 잉크를 층층이 쌓는 3D 프린팅 기법으로 세포 구조체를 만들고, 구조체에서 성장한 세포는 잉크에 따라 간, 신장, 두개골, 턱뼈, 피부 등 조직이 된다. 

로킷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활용도 높은 프린터를 만들었다. 재료 측면에서 인비보는 세계 최초로 딱딱한 조직용 구조체와 부드러운 바이오 잉크를 모두 출력할 수 있다. 혼합 가루, 바이오 잉크, 하이드로젤, 인공 뼈, 합성 고분자, 생분해성 수지를 비롯해 미국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바이오 프린터 소재 모두 출력 가능하다.


바이오 프린터 인비보 제품 이미지


연구하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 장비를 사지 못하는 연구자들이 많아 가격은 독일 제품의 10~20% 수준인 3천만 원대로 맞췄다. 연구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충실히 넣어 가성비를 높인 것이다.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해 연구 중에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간편하게 모바일로 제어할 수 있다.





인공 간을 판매하는 오가노보


바이오 프린팅은 연구실 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판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으로 형성되었다. 2013년에 바이오 프린터로 1cm도 안 되는 작은 인공 간을 만드는 데 성공한 오가노보(Organovo)는 간 조직을 판매한다. 인공 간은 제약회사에 판매 돼 약물 독성 검사에 쓰인다. 신약을 개발할 때 실제 간과 유사한 간으로 독성 시험 검사를 하면 결과 신뢰도가 높고, 임상 시험에 따르는 비용과 위험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제약계에서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오가노보 바이오 프린팅 장면


우리가 직접적으로 바이오 프린팅의 시장성을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인체에 밀접한 산업군에 있다면 오가보노와 로레알의 연구도 눈여겨 볼만하다. 오가노보는 로레알과 독점 계약해 화장품 테스터용 3D 프린팅 피부도 개발한다. 화장품의 안정성과 효용성을 확인하려면 살아있는 피부에 직접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동물 실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체 피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제작으로 살아있는 피부를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들고 보존 기간이 짧아 어려워 3D 프린팅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 오가나보는 살아있는 세포를 100% 농도로 프린트해 피부를 빠르게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피부로 화장품이 사람 몸에 발라도 안전한지 화장품이 진짜 효과가 있는 지를 검증하는 실험을 하게 된다.





느리지만 거대한


오가노보의 목표는 이식 가능한 장기 모두를 3D 프린트한다는 것이다. 현재 뼈, 혈관, 심장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로킷은 3D 프린터 회사를 넘어 맞춤형 인체 조직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든는 꿈을 향해 나아 간다.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의료 산업은 언제나 느리지만 거대하게 움직인다. 미완성된 기술, 검증되지 않은 안정성 등의 문제로 바이오 프린팅 산업은 아직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움직임은 인간의 신체를 맞춤형으로 만들겠다는 정확한 방향을 향하고 있고, 그 일은 틀림없이 일어날 것이다. 





『끌리는 것들의 비밀』 책 출간 안내

판매처 YES24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CEO들의 비즈니스 코치'이자 기업 교육을 설계하는 '혁신 전문가'

한양대학교 경영교육원(FIT) 센터장

윤정원 joan0823@hanyang.ac.kr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면 언제든 부르는 모바일 주치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