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에는 검소하게 혁신 하라
연구개발에 큰돈이 드는데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무섭게 치솟는다.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어떻게 가성비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나드 라드주(Navi Radjou)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검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에 그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검소한 혁신은 두 가지에서 시작된다.
첫째는 필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겉치레는 모두 빼라는 것이다. 매년 전 세계에 2000만 명의 미숙아가 태어나는데 이 중 400만 명은 저체온증으로 죽는다. 저개발 국가의 병원들은 2만 달러나 하는 인큐베이터를 살 수 없거나, 기증받더라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미국 헬스케어 기업 임브레이스(Embrace)는 침낭 모양의 25달러짜리 신생아용 보온 장치를 만들었다. 끓는 물에 보온 장치를 데우면, 8시간 동안 아기 체온을 유지할 수 있고 휴대도 가능하다. 아이 체온을 높인다는 목표에만 집중하면 2000만 달러나 하는 기술을 쓸 필요가 전혀 없고 생명도 살릴 수 있다.
둘째는 연결 & 개발(Connect and Development)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기술은 이미 다른 대학이나 기업에서 연구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시장에 나온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쓰는 것은 낭비이며, 기껏 개발해도 시장에 내놓기에 타이밍이 늦는 경우도 많다. 나드 라드주는 대학 연구실과 기업이 서로 연결돼 작업물을 공유하고, 그 위에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연구해 쌓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드백을 주는 고객도 주요 연구 공동체로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검소한 혁신은 샤오미가 가장 잘 한다
첫째, 샤오미(Xiaomi)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데 있어 복잡하고 불필요한 것은 다 뺀다. 인간 본성에 적합한 꼭 필요한 기능만 넣어 단순하고 실용적으로 만든다. MI1, MI2, MI3, MI4 등 일 년에 1~2개 대표 상품만 출시하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직영점을 통해서만 아이폰과 갤럭시 반값으로 판매한다.
둘째, 고객과 친구가 되어 R&D와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 샤오미는 샤오미를 친구로 생각하는 열렬한 소비자 집단 ‘미팬’이 주는 후기와 개선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한다. 쓰지 못할 기술을 미리 개발하느라 자원 낭비하는 대신, 미팬의 피드백을 반영해 업데이트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이는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내가 낸 의견이 서비스에 반영되는 것을 경험한 미팬들은 더욱더 충성도 높은 고객이자 마케터가 된다.
셋째, 기술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샤오미는 자신이 모든 것을 무리하게 다해내려고 하지 않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기술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생태계를 강력하게 키워 나간다. 샤오미와 레이쥔이 만든 슌웨이 캐피탈은 8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나드 라드주 교수가 제안하는 가성비 시대 성공법과 샤오미의 성공 전략은 똑 닮아 있다. 질 좋은 저가형 제품을 먼저 만들 것. 소비자와 소통하며 불편한 부분을 개선할 것. 꼭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이미 가진 제3자를 찾아 공동 창조자로 만들 것.
출처:
조선일보, 저성장 시대, R&D센터 없애고 C&D 하라
조선일보, 고객과 화끈하게 놀자 55조원 기업이 됐다… 개발·마케팅·AS 참여하는 '미펀'
중앙일보, 중국 샤오미ㆍ오포ㆍ비포, 그들이 잘 나가는 이유
『끌리는 것들의 비밀』 책 출간 안내
'CEO들의 비즈니스 코치'이자 기업 교육을 설계하는 '혁신 전문가'
윤정원 joan0823@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