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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원 May 03. 2018

소비자의 불편한 감정을 없애라


케미컬 포비아의 불안을 잠재워라


2017년에는 살충제 계란이 전 세계를 위협했다. 진드기를 퇴치하는 살충제 피프로닐에 오염된 네덜란드산 계란이 EU 국가, 스위스, 홍콩에 유통됐다. 영국에서만 약 70만 개의 달걀이 슈퍼마켓에서 판매됐다. 네덜란드산 달걀은 판매 금지 되었고 180개 네덜란드 농장이 폐쇄됐다. 남의 나라 일인줄로만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유통되고 있었다. 49곳의 농장에서 비펜트린, 피프로닐 등 살충제가 기준치 넘게 검출됐다. 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 비싼 돈 주고 사 먹은 친환경 인증받은 농장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됐다.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하는 지 황망해졌다.


그래서 우리 가족 건강은 내 손으로 지키겠다는 체크 슈머(Check Consumer)가 등장했다. 브랜드를 믿고 사거나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성분과 원재료를 꼼꼼히 확인해 성분이 착한 제품만 사서 쓰는 사람들이다. 화학 성분은 웬만하면 피하거나 줄이고, 친환경 및 천연 소재 제품을 선택한다.


바쁜 현대인들이 하나하나 따져 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성분을 대신 확인해 주는 서비스가 급부상 중이다. 


‘엄선’ 앱은 식품 성분을 분석해 준다. 엄선은 ‘엄마의 선택’의 준말로 1만 2천가지 식품 원료 정보를 공개해 아이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엄선 앱에는 식품별로 식품 첨가물, 위험 정도, 1인 권장량 대비 나트륨/칼로리 함량 정보, 알레르기 성분 정보까지 표기되어 있다. 주의 성분 없는 착한 식품은 그린 라벨로 표기해 선택을 쉽게 했다. 자주 먹는 식품의 건강 검수를 체크한 뒤 먹을 수 있어 안심이 된다.


식품 성분을 분석해 알려주는 엄선 앱. 이미지 출처 엄선 홈페이지


소비자의 마음에 두려움을 심는 공포 마케팅은 언제나 먹힌다. 하지만 없는 공포를 만들어 조장하는 공포 마케팅은 절대로 장기간 성공하지 못한다. 반면 소비자가 느끼고 있고 느껴야 하는 진짜 공포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서비스는 누구도 안 쓰고는 못 배긴다. 실재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제거하라.




감정 없는 키오스크가 늘어난다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친절을 제공받는 데 지친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관태기를 선언한다.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를 합성한 신조어로 인간관계 유지에 피곤함을 느껴 관계를 피하는 현상이다. 관계에도 가성비를 따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 대비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높은 관계만 유지한다.


오늘의 소비자는 더 큰 친절이 아니라 더 적은 감정 낭비를 선호한다. 물건 하나 사러 갔다가 종업원에게 마음 상하지 않도록, 일회성 만남에 대한 감정 낭비를 줄여 주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인건비 증가와 맞물리면서 비대면 서비스는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비대면 서비스의 대표주자는 키오스크이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BCC 리서치는 전 세계 디지털 키오스크 시장 규모가 2016년 77억 달러에서 2021년 172억 달러로 5년 새 2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쇼핑몰, 은행, 음식점 등에서 소비자가 궁금증을 해결하고 주문을 처리하는 대상은 이제 매장 직원이 아닌 키오스크다.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는 키오스크의 천국이다. 스타필드 고양점에는 취향 있는 남성들을 위한 편집샵 ‘하우디’가 있다. 매장 한 면은 거대한 투명 자판기이다. 자판기에는 나이키 운동화가 전시되어 있고, 키오스크에서 마음에 드는 운동화와 사이즈를 선택하면 로봇 팔이 해당 제품을 집어 고객에게 건넨다. 번거롭게 직원에게 맞는 사이즈 찾아 달라고 요청할 필요 없이 터치스크린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하우디 터치 스크린. 이미지 출처 SSG 라이프매거진


하우디 신발 자판기. 이미지 출처 SSG 라이프매거진


키오스크가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곳은 음식점이다. 손님들은 자리에 앉아 말만 하면 쉽게 주문이 되었는데 낯선 기계를 상대로 주문하려니 불편하다. 하지만 한두 번만 터치해서 주문해 보면 생각보다 쉽게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 필요한 것 없으십니까?’라는 질문에 더 주문해야 할 것 같은 부담 없이 꼭 필요한 것만 합리적으로 주문할 수 있다. 2015년에 처음 키오스크 주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맥도날드는 2018년 기준 전국 440여 개 매장 중 220여 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활용한다. 맥도날드는 고객 반응이 좋고 인건비 절감 효과가 커서 2018년에만 50곳 이상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출처:
엄선앱 홈페이지
매경이코노미, 최저임금 인상 여파 무인주문기 활황에 뜨는 기업들
조선일보, 은행·패스트푸드점·편의점… '사람 없는 점포' 는다
서울신문, 매장에 점원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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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의 비즈니스 코치'이자 기업 교육을 설계하는 '혁신 전문가'

한양대학교 경영교육원(FIT) 센터장

윤정원 joan082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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