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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원 Feb 09. 2018

주관식 보다 객관식을 좋아하는 소비자




취향이 있다는 것과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다. 세상에는 내 취향에 맞는 100만 개 제품이 있지만, 초콜릿 하나 사자고 내 취향에 맞는 것을 다 찾아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귀하다. 상품 종류와 정보가 너무 많아 판단이 흐려지는 것을 데이터 스모그라고 부르고, 그 복잡함 속에서 길을 잃어 무엇을 사야 할 지 주저하는 세대를 메이비 세대라고 한다. 






음악 추천 세계 1인자 스포티파이


과거에 음악은 저장해서 듣는 것이었고, 저장 매체는 LP판, 카세트테이프, CD로 진화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음악은 원할 때 맘껏 골라 듣는 것으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서 소유할 때는 가질 수 있는 음악 종류가 한정돼 있었지만, 이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무한한 선택의 자유 앞에서 ‘지금 나는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지?’를 매 순간 고민하게 된다. 디지털 스모그에서 구해 준 것이 스웨덴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이다.



음악 추천 세계 1인자인 스포티파이는 ‘무슨 음악을 듣고 싶어?’라고 묻지 않고, ‘이 음악 중에서 골라봐’라고 선택안을 제시한다. 스포티파이의 인공지능은 전세계 음악을 모두 수집해 장르, 박자, 작곡가, 보컬, 악기, 코드 등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분석한다. 한편 이용자가 평소에 어떤 음악을 많이 듣는지, 어떤 음악을 금방 싫증 내는지, 어느 시간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 등의 정보도 수집한다. 한 손에는 음악 빅데이터를, 다른 한 손에는 이용자 빅데이터를 가지고 이용자 취향, 기분, 위치, 계절, 시간에 맞게 음악을 골라준다. 스포티파이는 지금 분위기에 어울리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알지 못했지만 들어보니 너무 좋은 노래를 추천함으로써 단숨에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했다.






영화 추천 세계 1인자 넷플릭스


본방사수라는 말이 생긴 것은 그만큼 TV를 제시간에 맞춰 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모든 TV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로 시청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 있게 되면서 무한한 선택의 가능성 속에서 ‘오늘 뭐 보지?’ 또한 커다란 고민거리가 됐다. 

영화 추천 세계 1인자인 넷플릭스는 ‘무슨 영화 보고 싶어?’라고 묻지 않고, ‘이 영화 중에서 골라봐’라고 선택안을 제시한다. 전 세계 190여 개 나라에서 1억 1700만 명이 시청하는 넷플릭스는 언제 어디서나 바로 TV와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넷플릭스에 로그인하면 과거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골라 첫 화면에 보여 준다. 넷플릭스 사용자들이 보는 영화 가운데 75%가 넷플릭스가 추천한 영화이다.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인 시네매치는 머신러닝과 첨단 통계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 A를 좋아한 사람들이 영화 B도 좋아했다면, 영화 A와 B 사이 거리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영화 A를 좋아한 사람에게 영화 B를 추천한다. 시간대별 시청 패턴, 영화를 보다 멈춘 지점, 사용 기기, 영화 평점 등 개인별 취향과 시청 패턴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미국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동영상 어플리케이션이 넷플릭스라는 것은 취향을 저격하는 곳에 돈이 따른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패션 추천 세계 1인자 스티치픽스


패션 추천 세계 1인자인 스티치픽스는 ‘무슨 옷 입고 싶어?’라고 묻지 않고, ‘이 옷 중에서 골라봐’라고 선택안을 제시한다. 젊은 여성 창업자인 카트리나 레이크는 검은색 드레스를 사기 위해 쇼핑몰을 헤매다 지쳤다. 누가 내게 딱 맞고 멋지게 보일 옷 한 벌 골라주면 좋겠다는 답답함이 스티치픽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스티치픽스의 주 고객은 ‘39세 아이 엄마’로 특히 워킹맘에게 인기가 많다. 



스티치픽스는 인공지능으로 소비자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해 스타일링한 제품을 보내 준다. 회원 가입할 때 신체 치수, 선호 패션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 기피 색상, 기피 소재 등에 관해 질문한다. 인공지능은 50여 가지 데이터에서 고객 취향을 분석해 30조 가지의 경우의 수를 조합한 뒤 9개의 패션 아이템을 고른다. 그러면 사내 스타일리스트 3000여 명이 패션 트랜드, 고객 거주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5가지 아이템을 최종 선정해 배송한다. 

다섯 가지 추천 의상을 배송받는 비용은 20달러이다. 한 벌이라도 구매하면 구매 비용에서 20달러를 깎아 주고, 5개 모두 사면 25% 할인해 준다. 80%의 고객이 추천받은 옷 가운데 한 벌을 구매하고, 80% 고객이 첫 구매 후 90일 이내에 다시 산다. 2011년에 시작한 스티치픽스는 6년 만에 매출액 1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뉴스 추천 세계 1인자 터우탸오


뉴스 추천 세계 1인자인 터우탸오는 ‘무슨 뉴스 보고 싶어?’라고 묻지 않고, ‘이 뉴스 중에서 골라봐’라고 선택안을 제시한다.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내부 편집자에 의해 뉴스를 선별해 보여준다. 한편 중국 뉴스앱 터우탸오는 인공지능이 독자 취향을 분석한 뒤 콘텐츠를 맞춤 분배한다. 터우탸오 창업자 장이밍은 뉴스 플랫폼은 우체국과 같아야 한다고 본다. 우체국이 가치 판단해 우편물을 배달하지 않듯이, 콘텐츠 선별 과정에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전적으로 독자 취향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터우탸오는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부터 먼저 보여줌으로써 ‘당신의 관심사가 오늘의 헤드라인이다’를 실현한다. 서비스 이용자가 중국 대표 SNS인 웨이보, QQ 등의 계정을 등록하면 이용자의 관심사를 단숨에 파악해 뉴스를 추천한다. 거주 지역, 나이, 성별, 직업 등도 고려한다. 특정 뉴스에 머무른 시간, 공유 및 추천 여부도 반영한다. 2012년에 출시한 터우탸오 앱은 출시한 지 5년 만에 7억 명이 다운 받았다. 연 매출 2조원, 기업 가치 15조 원인 터우탸오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창창한 거대 기술 미디어 기업이다. 



* 인공지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스티치픽스, 터우탸오의 공통점은 인공지능 기반 추천 서비스라는 것이다. 각각 음악, 영화, 패션, 뉴스에 관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용자 취향을 분석한 다음, 이용자에 딱 맞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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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의 비즈니스 코치'이자 기업 교육을 설계하는 '혁신 전문가'

한양대학교 경영교육원(FIT) 센터장

윤정원 joan082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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