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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톨로지 Mar 17. 2017

'부분별 감량'은 개소리다

'뱃살만 빼준다', '팔뚝만 빼준다'가 헛소리인 과학적인 근거

올해도 여름을 앞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헬스클럽에 방문할 것이다. 그러나 휴가철이 지나간 자리의 헬스클럽은 안 봐도 뻔하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그 많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또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금방 그만두게 되는 걸까. 대개 살을 빼려고 체육관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미신과 오해가 있다.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바로 뱃살이나 팔뚝살과 같은 특정 부위의 살을 골라서 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뱃살부터, 혹은 다릿살부터 빼야 한다는 표제의 책들이 건강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출판사나 작가 입장에서도 그런 문구를 표지에 대놓고 삽입한다. 그러나 정말 부위별로 살을 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특정 부위의 지방을 골라서 뺄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스폿 리덕션(spot reduction)’으로 알려져 있는 부위별 감량은 30여 년 전에 유행했던 다이어트 이론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이미 80년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 사이에 끊임없이 발전한 생리학은 지방이 전신에서 고르게 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방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온몸을 끊임없이 순환한다. 오늘은 배에 붙어 있는 작은 지방 방울이 내일은 턱 밑으로 갔다가 모레는 팔뚝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조금씩 피를 타고 순환하는 지방은, 끊임없이 뛰는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한편 끼니와 끼니 사이에 근육이 움직이게끔 하는 연료 역할을 한다. 즉, 우리 몸은 평소에도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지방을 태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려면 전신에서 지방을 아주 조금씩 떼어다 쓰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다. 떼어낸 자리에서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인해 다리나 어깨처럼 특정 부위에 에너지가 더 필요한 상황이 와도 우리 몸은 온몸의 지방을 고르게 분해해 필요한 만큼의 연료를 공급한다. 설령 복근 운동을 2시간씩 한다고 해도 뱃살에 붙은 지방만이 아니라 팔뚝과 다리, 심지어 볼과 가슴에 있는 지방까지 고르게 탄다는 말이다. 복근운동을 하면 복근이, 다리 운동을 하면 다리의 근육이 특별히 더 커질 수는 있겠지만 지방만큼은 온몸에서 전체적으로 아주 조금씩 끌어다 쓰기 때문에 부위별로 더 줄지 않는다. 

물론 사람마다 군살이 더 붙은 부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몸은 원래 배, 겨드랑이 주변, 허벅지 안쪽과 같은 부위에 지방을 더 잘 저장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성별과 유전적 소인에 따라 이러한 부위는 어느 정도 정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기한 것처럼 우리 몸은 지방을 전신에서 조금씩 골고루 긁어다 쓰는데,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은 부분에 비해 지방이 많은 부분에서는 그 정도 긁어가 봐야 눈에 띄지도 않는다. 휴가철이랍시고 운동을 하면 뱃살은 안 빠지고 볼살만 퀭하니 들어가는 건 그 때문이다. 양적으로는 똑같이 10씩 빠지겠지만, 원래 20만큼 저장된 볼살과 2000만큼 저장된 뱃살의 비율로 따지면 볼살은 50%나 빠지는 반면 뱃살은 0.5%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니 운동을 해도 뱃살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운동으로 군살을 걷어내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두어 번씩, 고작 3개월 정도 운동해 봐야 살은 얼마 빠지지도 않을뿐더러, 부위별로 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부위별로 운동을 하게 되면 그 부위의 근육이 좋아지고 혈류가 개선되어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방 감량의 효과는 아니라는 말이다. 정말로 특정 부위의 지방만을 골라서 빼고 싶다면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술을 받는 것이 유일한 옵션이다. 



따라서 예쁜 몸을 만들고 싶다면, 부위별로 빼는 것보다는 부위별로 찌지 않게 하는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칼로리 관리다. 우리 몸은 기계와 비슷해서, 먹는 칼로리와 쓰는 칼로리의 차이만큼 살이 찌거나 빠진다. 운동은 쓰는 칼로리를 늘려주지만 그 양은 사실 미미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먹는 칼로리를 줄이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또한 당지수(GI·glycemic index)가 낮아서 지방으로 느리게 전환되는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 좋다. 백미보다는 현미, 중력분으로 반죽한 빵보다는 통밀빵 같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 닭가슴살이나 돼지고기 뒷다리살처럼 지방 함량이 낮은 단백질을 좀 더 섭취하는 것이 포만감 유지에도 좋다. 

19세기에는 여성의 수영복이 드레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비키니를 입어도 누가 비난하지 않는다. 가까이서 보면 멈춘 것처럼 보이는 세상도 멀리서 보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몸을 다루는 학문인 생리학 또한 마찬가지이다. 

스폿 리덕션이 통하던 시절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검증된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몸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 뱃살이 고민인 사람들이여, 더 이상 부위별 감량이라는 미신에 속지 마시라. 살을 빼고 싶다면 입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신경쓰는 것이 옳다. 운동은 그 다음이다.
              


-동아일보 피톨로지의 건강칼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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