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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멋있어서 좋았다

2025년 1월 15일

by 양동생


오늘 불현듯 누나가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누나가 일을 잘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단순한 정보와 경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보면서도,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역할을 해내는지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어떤 순간은 그냥 스쳐 지나가고, 어떤 순간은 깊이 박힌다. 오늘 본 누나의 모습은 후자였다.


누나는 평소처럼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차분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쩌면 누나는 자신의 행동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야말로 진짜 프로페셔널리즘이 아닐까.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모든 것이 크고 강렬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 중요한 건 그 익숙함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다. 오늘 본 누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유독 멋있어 보였다. 아니, 그냥 멋있었다.


멋있다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좋아하는 것과도 다르고, 존경하는 것과도 다르다. 좋아함에는 종종 기대와 감정이 섞이고, 존경에는 일정한 거리감이 있지만, 멋있음은 순간적인 울림에 가깝다. 마치 어떤 음악이 불쑥 가슴을 두드리는 것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감각이다. 내가 누나를 새롭게 인식한 것은 바로 그 감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덕질이라는 것도 이런 감각의 연속 아닐까.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빠져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반짝이던 감정이 희미해질 때도 있고, 특별했던 순간이 평범한 일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다시 가슴을 뛰게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이 덕질을 끝낼 수 없는 이유다.


오늘 본 누나의 모습이 그랬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을 기억에 새겼다. 내일이면 다시 평범한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울림만큼은 오래 남을 것 같았다.


한순간의 반짝임이, 긴 시간의 이유가 되는 것.


덕질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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