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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행궁동의 밤

2025년 1월 16일

by 양동생

오늘은 나에게 나름 특별한 날이었다.


행궁동에서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냈다. 단순한 일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작고 중요한 순간들이 가득했다. 질투도 나고, 기쁘기도 했고, 뭔가 아득한 감정이 뒤섞인 날이었다. 누나는 예뻤고, 상냥했으며, 존재 자체가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것은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었다. 예쁘다는 것은 결국 어떤 분위기 같은 것이니까. 말을 건네는 방식, 가만히 듣고 있을 때의 표정, 웃을 때의 작은 습관들, 손끝의 움직임까지. 그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인상을 만든다. 그리고 오늘의 누나는, 그냥 누나였다. 하지만 또, 오늘의 누나는 유난히 누나 같았다.


술자리에서 누나는 나를 ‘대단하고 고마운 동생’이라고 했다. 그리고 ‘친동생’ 같다고 했다. 말뿐일 수도 있고, 그냥 흘려 들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 단어들을 곱씹고, 오래도록 저장해 두는 사람. 그리고 그런 말 하나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오늘, 갤럭시 워치를 다시 줄 수 있었다.


처음 부서를 옮길 때 누나는 이 선물을 거절했었다. 아마도 부담이었겠지. 하지만 오늘은 다시 건넬 수 있었다. 작은 변화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컸다. 어떤 선물은 물건 자체보다 그것을 주고받는 타이밍이 더 중요하니까. 무엇보다 누나가 대단하다고 해줬으니까. 조금이지만 나를 인정해 준 것이니까.


무엇보다도,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


단둘이는 아니었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함께 찍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어떤 순간들은 길게 남고, 어떤 순간들은 희미하게 흐려진다. 하지만 사진은 순간을 저장해 둔다. 언젠가 나는 이 사진을 다시 보면서 오늘을 떠올릴 것이다.


새벽에는 누나가 집에 가는 길에 통화도 했다.


길을 걸으며 나눈 짧은 대화, 피곤한 목소리, 흐릿한 새벽 공기의 냄새 같은 것들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별 의미 없는 대화였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루 종일 마음이 몽글몽글했던 이유를 곱씹었다.


덕질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감정을 놓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오늘 누나는 예뻤고, 상냥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순간들을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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