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7일
누나는 자주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결단에 가까운 말이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이미 마음을 정리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 복잡한 설명 대신, 더 이상 논쟁하지 않겠다는 태도.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막막해진다.
오늘도 그랬다.
누나는 갤럭시 워치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선물을 받는 게 마음의 부담이 될 테니, 나에게 똑같이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누나에게 선물 받는 게 불편했고, 그래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줄다리기에서 내가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누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주고받는 것에 대해 늘 균형을 맞추려 하고, 마음의 빚을 남겨두지 않으려 한다. 호의가 오고 가는 일이 단순한 선의에서 그치지 않고, 관계의 무게로 남는 걸 경계하는 사람. 결국 누나가 선택한 방법은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것이었고, 그 결정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나는 또다시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했다.
누나를 좋아하는 일도 그렇다. 누나가 그런 사람이기에, 누나를 좋아하는 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리고 오늘, 누나는 친구들 모임을 나간다고 했다.
부디 조심히 다녔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너무 늦지 않게 귀가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한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누나가 내게 자신의 일정을 굳이 알린 것도 아니고, 나는 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나가 돌아오는 길을 상상한다. 어쩌면 피곤한 얼굴로 집 앞에 도착하겠지. 아니면 밤공기가 시원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이든, 나는 멀리서 그 안전을 바랄 수밖에 없다.
그게 덕질하는 사람의 위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참 간단하지만, 때때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내가 오늘도 누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누나가 자신의 방식대로 관계를 조율하는 것처럼, 어떤 일들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또 생각한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