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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과 바디워시 10개

2025년 1월 20일

by 양동생

그냥 문득 용인에 가고 싶었다. 누나와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고, 괜히 수원을 벗어나서 기분을 환기하고 싶었다.


"용인 가주면 안돼요?"


카톡을 보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용인에서 꼭 가야 할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상무님이 나오라고 했다. 코인을 가르치라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고, 가야 하는 일이라는 게 더 싫었다. 그래서 누나한테 조금 징징댔다.


누나는 적당히 영혼 없이 대답해줬다. 그리고는 어쩌다 또 선물 이야기가 나왔다.


"선물 뭐 갖고 싶어?"


그 순간,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뭐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아서 적당히 말했다.

"이솝 바디워시."


그냥 흘려듣고 말 줄 알았다. 그런데 누나는 의외의 답을 보냈다.


"10개 사줄게."


웃음이 났다. 10개? 하나면 충분한 걸, 왜 그렇게까지 하겠다는 걸까. 괜찮다고 했지만 누나는 듣지 않았다.


어른들은 표현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말로 하는 대신, 손에 잡히는 것으로, 숫자로, 크기로. 하나를 사줄 수 있는데 굳이 10개를 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제대로 갚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이기 때문일까.


나는 용인에 가고 싶었다. 그냥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누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바디워시를 10개 사주겠다고 했다.


그런 누나를 보는 덕질러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저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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