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닝빵과 20개의 핸드크림

2025년 1월 21일

by 양동생

전날 만들어 온 모닝빵을 나름 칭찬받았다. 모닝빵은 보기보다 까다로운 음식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둥근 빵이지만, 그 부드러움 하나를 위해 발효 온도와 시간을 맞추는 과정은 복잡하고 길다. 조금만 실수해도 반죽은 제멋대로 부풀고,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발효가 전부를 결정한다. 빵의 질감도, 식감도, 모든 게 거기서 갈린다.


나는 모닝빵을 물었다. 어떤 맛이냐고. 누나는 딸기잼과 찰떡이라고 말했다.


그 대답을 듣고 순간 웃었다. 대단한 평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적어도 먹어주긴 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걸 물었다.


"워치 안 차셨죠?"


누나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대답 대신 물었다.


"선물 다시 말해."


나는 이번엔 핸드크림을 말했다. 그냥 떠오른 게 그거였다. 모닝빵을 만들다 보면 손이 건조해진다. 밀가루 반죽을 자주 만지면 손끝이 바스러질 것처럼 거칠어진다. 그래서 핸드크림이 필요하긴 했다.


"20개 사줄게."


나는 잠깐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이솝 바디워시 10개도 그랬다. 이번엔 핸드크림 20개다. 누나는 언제나 숫자로 갚았다. 꼭 많아야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한 사람처럼.


나는 덕질하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누나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내가 좋아했고, 내가 따랐다. 내가 신경 썼다. 하지만 누나는 달랐다. 애정을 주는 사람이라기보다, 애정을 받으면 반드시 같은 값으로 갚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게 애정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 빚진 마음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나는 모닝빵을 하나 찢어 먹으며 생각했다.


누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균형을 맞추는 중일 뿐이다.


그러니까, 이건 빚 갚기다. 누나는 나에게 정을 주는 게 아니라, 받은 걸 계산하고 있는 거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사이를 꿈꾼다. 핸드크림 20개가 필요없는 사이를 말이다.

이전 15화용인과 바디워시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