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5일
오늘 오후 누나가 갑자기 발효기를 보내면서 “이건 어때?”라고 물었다. 별것 아닌 듯한 말투였지만, 나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누나는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덕질러에게는 특별한 하루다.
아마도 그거겠지. 전에 내가 누나에게 워치를 선물했던 일. 누나는 그게 신경 쓰였던 걸까?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원래 누나는 그런 사람이다. 항상 정확하고, 깔끔하고, 받을 만큼만 돌려주는. 적당한 거리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관계를 관리하는 사람. 그렇다면 이 발효기도 그 균형의 일부일 것이다. 누나는 내가 이걸 받으면 아마 "이제 빚을 갚았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 사실은 조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누나가 빵을 좋아하니까, 나는 누나를 위해 빵을 구웠다. 그리고 누나는 그걸 기억했다. 그리고 발효기를 보냈다. 이 단순한 교환이 나에게는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 순간 결심했다. 나는 누나랑 놀러 가고 싶다. 목적 같은 건 없다. 그냥 내가 누나를 잘 모시고, 이런저런 곳을 함께 다녀보고 싶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누나는 빵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전국의 제빵명장 빵집을 찾아다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노포부터, 강릉의 유명한 버터 바게트, 부산의 크루아상 장인까지. 누나는 좋은 빵을 먹으면 행복해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누나가 나와 함께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니, 전무하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는 것조차 금지되는 건 아니겠지. 마음대로 꿈꾸는 것쯤은 피해가 되지 않으니까. 나는 가끔 상상한다. 어디론가 함께 떠나는 장면을. 누나가 운전석 옆에서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이거 맛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그러면 내 인생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하다. 가능성이 희박할수록 더 간절해지는 경우가 있다. 현실적이지 않을수록 더 애착이 생기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누나와 가까워지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상상하는 것 자체가 좋은 걸지도 모른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수록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인터넷에서 발효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누나는 결국 나를 한 번쯤 떠올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특별한 하루라는 것. 그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면, 이 덕질도 그리 나쁜 건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