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7일
설 연휴가 본격 시작되었다. 나는 운전을 했다. 우체국 앞을 지나고, 친구도 만나 회사 근처를 서성였다. 목적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걷고 싶었다. 집 안에 가만히 있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이게 자연스러웠다.
요즘 신승훈의 불꽃처럼 아름답게를 듣고 있다.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You are my shining ending."
이 말을 곱씹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나의 끝맺음을 어디쯤에 두어야 할까. 누군가는 아직 끝을 정하기엔 이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성급하다고, 감성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말들이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이다.
가사 속 문장처럼, 나는 하나둘씩 기억을 쌓아가고 있다. 풍경 속에서, 시간 속에서, 아주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그렇게 모인 것들이 얼굴을 만들어낸다. 다듬어지고, 선명해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흐려지기도 한다. 참 근사한 얼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아프기도 하다.
연휴의 하루하루는 그렇게 흘러갈 것 같다. 시간을 들여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거리의 공기, 해가 지는 속도, 버스 정류장에서 들려오는 소리까지. 어제와 같은 풍경인데, 어제와 다르게 보인다.
나는 바랐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좋으니까. 이 연휴 동안 우연히 연결되는 일 같은 것. 기적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조금 낯간지럽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기대는 해도 되지 않을까.
사실 오늘 기도도 했다. 누나가 연휴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를. 이건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소망이었다. 이런 기도가 유치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나의 소망에도 기도의 자격이 있다고.
그리고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일들은 원래 그렇게 흘러가는 거니까. 누군가는 바쁘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고, 그리고 나는 그저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게 역할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연결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