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30일
연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누군가는 오랜만의 휴식이라며 기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연휴가 괴롭다고 말한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연휴 동안 덕질을 하지 못하니, 시간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 할 일 없이 남아도는 시간은 마치 비어 있는 서랍 같아서, 괜히 손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게 된다. 서랍 속엔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이건 ‘연휴’라는 시간의 본질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덕질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하루를 버티게 하는 작은 보상이 되고, 고단한 저녁을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이 된다. 하지만 연휴는 이 모든 균형을 무너뜨린다. 평소 같았으면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반응하고, 작은 순간들을 곱씹으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연휴가 되자 그런 것들이 전부 멈춰버렸다.
연휴는 원래 휴식을 위한 시간이지만, 덕질러에게 연휴란 예상치 못한 방학과도 같다. 바쁠 때는 덕질할 시간이 없어서 괴롭고, 여유가 생기면 덕질할 거리가 없어서 괴롭다. 그러니 연휴가 심심할 수밖에 없다.
심심하다는 감정은 단순한 무료함과는 다르다.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어떤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가장 깊이 찾아온다. 그러니까 이 심심함의 정체는 결국 ‘기다림’이다. 덕질은 기다림의 연속이고, 연휴는 그 기다림을 더욱 길고 막막하게 만든다.
덕질이 없는 연휴는 바람 빠진 풍선 같다.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고, 영화를 봐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덕질을 할 수 없으니 평소에는 사소한 기쁨으로 채워졌던 감각들이 둔해지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이 연휴는 또 그렇게 지나가겠지. 덕질 없이, 조금은 공허하게. 하지만 나는 안다. 곧 다시 일상이 돌아오면, 나는 또다시 그 작은 순간들을 기다리고, 의미를 찾고, 평범한 하루 속에서 다시 덕질할 수 있을 거라는 걸.
그러니 지금의 심심함도 언젠가는 지나가 다시 덕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