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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보는 날

2025년 2월 1일

by 양동생

내일이면 다시 출근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누나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신난다. 오랜만이니까. 하지만 또 어색할 것 같기도 하다. 신나는 감정과 어색한 감정이 한 몸처럼 뒤섞여 있다. 기쁘면서도 불안하고, 보고 싶으면서도 피하고 싶다. 이런 감정의 혼란 속에서 나는 새벽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별일 없었을까. 연휴 동안 나는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과한 말들을 했던 건 아닐까. 누나가 나를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혹시, 만약에, 극단적으로, 워치를 돌려주면서 관계를 정리하려 하면 어떡하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별별 생각이 다 들지만, 어차피 정답은 없다. 내일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불안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가장 좋은 건, 누나가 그냥 지금까지처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평소처럼 웃어주면 좋겠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러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다.


그러니까 내일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고 있다. 누나가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지도 않고, 워치를 돌려줄까 고민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출근길이었으면.

그렇지만 나는 내일, 누나를 닮아보기로 했다.


잔잔한 호수처럼 행동하기. 흔들리지 않고,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나는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내일 누나를 보면, 신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지만, 마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행동할 거다. 그렇게 하면 어색함도 사라질 거다. 적어도, 그렇게 믿기로 했다.


덕질러는 내일 누나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신난다. 하지만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할 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멀리 가지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고.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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