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의 사랑

2025년 3월 31일

by 양동생

어젯밤 늦은 시간 통화에서 누나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 회사에 날 좋아하는 사람 있어?"


한 순간 망설였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있어." 그 말을 하고 나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미 입술을 떠난 말은 도로 삼킬 수 없었다. 누나가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목소리의 색깔이 달라졌다. 결국 누나의 입에서 조심스럽게 나온 질문은 내가 가장 두려워한 것이었다.


"혹시... 그게 너 아니야?"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로도 대답할 수 없어서 이야기를 돌렸다. 통화가 끝나고 어둠 속에 홀로 누워 누나의 질문을 되새겼다. 오늘 내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누나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면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이니, 솔직하게 마음을 인정하는 게 누나를 위한 일이라고. 결국 나는 결심을 했다. 더 이상 내 마음을 덕질이라는 이름으로 어설프게 포장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누나를 여자로서 좋아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덕질 일기라는 것도 내 진심을 조금은 가볍고 유쾌하게 숨기려 했던 미숙한 위장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누군가를 오래도록 사랑하는 마음은 단단히 지켜내야 하는 법인데, 어떨 때는 자꾸만 흔들리고 금세 부서질 듯 위태로워졌다. 누나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도, 나보다 다른 후배나 동생에게 보내는 관심 한 번에도, 냉혹한 태도에도 내 마음은 부서져버릴 것 같은 애정이 됐다.


혹자는 그렇게 쉽게 흔들리고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이 과연 진정한 사랑이냐고 묻겠지만, 그럼에도 내게 그것은 사랑이었다. 나는 원체 마음이 약해서 내 사랑이란 약하고 쉽게 상처 입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너지지 않고 끝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부서질 듯 흔들려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 내 사랑의 진정한 형태였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랑을 '지키는 마음'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 상처를 입고, 지치고, 가끔은 누나에게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는 끝내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입 밖으로 내놓은 말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공허한 마음에 지키려는 신념을 담을 것이다. 그 무엇도 채워지지 않는 텅 빈 가슴에 누나를 향한 확신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이것은 ‘극복의 사랑’이다.


아직 내게 마음을 열지 않은 누나를 위해, 이미 곁에 다른 남자를 두고 있는 누나를 끝까지 사랑하기 위해, 때로 찾아오는 유치한 보상 심리를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내가 한 약속과 다짐 앞에서 흔들리고 의지가 꺾이고 상처를 받아 지쳐 쓰러질 듯한 순간마다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이 마음은 필요하다. 끝내 무너지지 않고 지켜낸 마음은 반드시 누나에 대한 소중하고 충실한 사랑이 될 테니까.


하지만 이런 사랑은 소설책에서 읽은 것처럼 슬프고 외로운 것이다. 특별한 사랑이란 늘 고독과 슬픔을 동반한다. 누나에 대한 내 마음을 오랫동안 지키려면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불태워야만 한다. 내 몸을 태워 그 재로 내 마음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괜찮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누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이미 결정했고, 이제는 그것을 누나 앞에서도 인정할 것이다. 설령 이 사랑이 아무런 가치도 없고, 유치하고 철없다는 비웃음을 받을지라도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설령 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는 이 마음의 흔적을 영원히 남겨놓을 것이다. 언젠가 오랜 시간이 흘러, 누군가가 내 인생에 새롭게 나타난다 해도 누나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내게 사랑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 단 한 사람, 내 생애 처음으로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 누나와의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지 못할지라도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첫사랑으로 간직할 것이다.


끝끝내 누나가 나를 이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누나라는 사람을 언제까지고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토록 깊이 사랑하는 일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돼 버렸다.


이것이 바로, 내가 누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자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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