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타치오 크로와상과 남겨진 인사

2024년 11월 17일

by 양동생

오늘은 출근길부터 바빴다. 누나에게 줄 빵을 사야 했기 때문이다.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이 유명한 곳이 판교에 있다고 해서 들렀다. 직접 먹어보니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기대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그래도 당직 때 기쁨이 되길 바라며 샀다. 물론, 누나가 드실지는 모른다.


하루 종일 고민했다. 이 빵을 언제, 어떻게 건네야 할까. 누나랑 부장님, 차장님이 자리를 비울 때 살짝 두고 오려고 했는데, 도무지 틈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당직 식사 때 드리려 했는데, 오늘따라 바쁘신지 식사도 가지 않으셨다. 결국 퇴근 인사를 핑계 삼아 툭 두고 나왔다.


누군가를 덕질한다는 건 때로 무력한 일이다. 상대가 한 발짝 물러서면, 나는 자연스럽게 따라 물러난다. 하지만 멀어지는 게 무서웠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작은 흔적을 남긴다. 누나의 책상 위에 놓인 빵처럼, 퇴근 인사처럼.


덕질이란 원래 그런 것 같다. 대상이 내게 무관심해도,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꾸준히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 상대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애써 합리화하면서도, 사실은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모순적인 감정.


나는 누나의 무관심과 상냥함 사이 어디쯤일까.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같은 고민을 반복할 것이다.


덕질러인 나는 그렇게, 혼자서 질문을 만들고 혼자서 답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상대의 작은 반응 하나에 나도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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