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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 Dec 11. 2023

좋아하는 서비스의 제품 관리자(PM)가 된다는 것.

"고기 말고, 차를 한 번 팔아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쏘카에 왔습니다.

변화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2023년 8월, 쏘카 HR 담당자와 커피챗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쏘카에서 PM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쏘카에 합류한 지도 어느덧 3개월이 지났습니다.

현재 그리고 고민 여정을 뒤돌아보았습니다.



'떠날까? 남을까?' 쉽게 떠나지 못한 이유

계획했던 이직은 아니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PM) 혹은 프로덕트 오너(PO)로서, 제대로 첫 발을 내딛으며 설로인 본대로팀에서 스스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고, 여전히 더 나아갈 것이 있었기에 더욱 고민했습니다.


PM/PO생각법, 스토리 중심 생각, 팀 커뮤니케이션 방법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서비스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얻는 경험은 늘 신비로웠습니다. 만약, PM/PO학교가 있다면 이곳은 모든 것이 신기한 갓 1학년을 보내는 기분이었습니다.


작고 소중했던 본대로(www.bondaero.kr)


설로인 본대로팀에서 배운 것

경험 자산은 돈을 주더라도 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참 운이 좋았습니다. 그동안 'PM은 이렇게 일해야 해, PO는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고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기에, 이 팀이 준 경험은 매우 소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동안 잘못한 것이 많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떠올랐고요.)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① PM/PO는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일까?

PM(Product Manager/제품 관리자)과 PO(Product Owner/제품 주인(!?))은 말 그대로 우리가 속해있는 도메인에서 서비스 성공을 이끄는 사람입니다.


우리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많은 책과 강의에서 이야기하듯 그 첫 번째는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는 것, 고객 문제 정의일 것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다 보면, 모든 것이 문제로 보입니다. 언제나 더 늘 좋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특히, 갓 세상에 나온 서비스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고객 한 마디 한 마디가 크게 다오고, 그럼 문제는 더욱 쌓이기 시작합니다.


문제가 쌓일수록 우선순위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아, 빨리 돈을 벌러면 얘부터 해야 할 텐 데'
'그래도 이커머스 서비스라면 적어도 결제 취소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주문 건을 일일이 다 적어... 운영 기능을 먼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빨리 만드는 것부터 하자!', '아냐, 오래 걸리더라도 효과가 큰 것부터 해야지.'


그렇기에,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 그럼 이 기능이 있으면 정말 고객이 더 생길까?'
'정말 이 기능이 없으면 유저는 이탈할까?'
'하나의 목소리가 모든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이 기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 사람이 필요할까? 그 자원이면 뭘 할 수 있지?'



여전히 어려운 고민이지만,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좋아할까?'만 고민하는 생각에서 조금 더 나아가 '무엇부터 해야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을까?'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② 유저 스토리와 함께 기획부터 배포까지 한 호흡으로 함께 만들기

문제를 발견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저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우 부위는 대분할과 중분 할, 소분할로 나눠져 있었고, 본대로는 대분할 기준으로 상품이 분류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고기 전문가 사용해 충분히 원하는 상품을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사장님 특성에 따라 고기를 못 고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제 고객 인터뷰 결과 경력, 업종(고깃집, 정육점)등에 따라 찾는 법이 달랐습니다.


문제 정의를 위해 '고깃집 사장님은 본대로 홈 화면에서 원하는 고기를 잘 찾기 위해 소분할 단위로 상품을 고르고 싶다.'라는 유저 스토리를 작성하고, 기대 가치'고기 선택에 간편함을 더해 원하는 고기를 찾을 수 있어, 본대로 사용성을 높인다.'로 내용을 추가한 후 와이어프레임과 함께 디자이너, 개발자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완벽한 문서를 쓴 다음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 기능 목표와 기대 가치, 모습을 정리한 짧은 문서로 빠르게 공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이너는 목표 달성을 위해 UX/UI를 제안해 줬고, 개발자는 빠르게 고객에게 최소 가치 달성을 위한 방법을 제안하며 하나의 기능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래 소분할 상품은 본대로 홈 화면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아보세요!'를 눌렀을 때 나오는 화면입니다. 1차 스펙에는 재고 개수와 품절 표기가 함께 포함되어 있었지만,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실시간 재고 조회는 백로그로 남기게 되었고, 품절 표기는 재고 개수를 세는 것이 아닌 마지막 재고가 팔렸을 때 품절처리하는 로직을 제안해 주며 추가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좌) 대분할 분류 (우) 소분할 분류


실제 배포 이후 유저 인터뷰 과정에서 소분할 상품과 대분할 분류가 비슷한 비율로 사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능 기획부터 배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소통하며 고객 가치 달성을 위한 제안을 토대로 함께 완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③ 0에서 1을 간다는 것.

가장 기억 남는 순간 첫 판매가 이루어질 때를 뽑을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본대로가 오픈한 후 첫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안심 상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MVP 모델에 불과하다 보니, 상품 선택부터 결제까지 최소한의 기능만 작동하던 시절이라, 모두가 신기해했었죠.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첫 결제가 상품 금액 잘못 입력되어 시세보다 싸게 상품이 올라가는 사고가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K리그 10,000호 골 이 자책골로 기록된 것과 같은 기분이네요.


처음 제품 출시 이후 첫 판매 그리고 고도화 과정에서 고객 수가 늘고 매출이 늘어가는 과정은 경이로웠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통해 고기를 구매하고, 일반 소비자 고객에게 판매하며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부족해 보이는 부분은 과감 없이 질타하고, 통제하기 힘든 고기 품질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땐 기운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은 사업, 제품, 운영, 개발, 영업, 디자인 등 각 분야의 노력으로 실제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 진심을 알아주고, 사랑해 주는 고객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처음 서비스 오픈 이전에는 '이미 다른 곳에서 잘 쓰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에서 고기를 살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업이 성장하며 서비스를 누군가가 신뢰하고, 사용하는 경험을 지켜보며 스스로에게 큰 자신감이 되었습니다.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쏘카의 3개월을 맞이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전 쏘카에 왔습니다. 보통 이직은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에서 스스로 더 발전하기 위해 결정했지만, 이번 이직은 조금 달랐습니다. 내가 잘 쓰고 있는 서비스, 늘 가까이하고 있는 서비스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쏘카가 저에게 그런 서비스였습니다.

심지어 카쉐어링이 아닌 렌트 차량을 판매하는 쏘카플랜(https://plan.socar.kr/) 담당 PM이었으니, 들뜬 마음일 뿐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차를 팔아볼 수 있단 말이야?'라고 말이죠.


그렇게 3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서비스의 PM이 된다는 것.

쏘카로 오기 전에 팀장님이 강조해서 조언해 주신 것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자주 쓰는 나도 결국 one of them인 것을 잊지 말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스스로 잊지 말기 위해 노력했지만, 벗어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에 일이 발생하는 O2O 서비스였고,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었고, 서비스 규모가 크다 보니 더 많은 고객이 있었습니다.


장기 렌트 쏘카플랜, 이러나저러나 제품관리자로서 제품은 여전히 소중하다.


① 그럼에도 ONE OF THEM이 되어버리다.

사업팀 전략과 운영팀의 고객 이슈가 끊임없이 공유되었고, 제품 관리자로서, 직관적으로(= 스스로 생각하기에) 고객이 당장 좋아할 것 같은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실물키 배송이 늦어져서 차 문을 못 여는 고객을 위해 스마트키를 만들어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졌으니 스마트키를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자.'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미 위 문장에서는 가정이 2가지나 존재합니다.


1.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불편을 겪어서 지금도 불만족스러우니, 여전히 고객은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져 있을 거야.

2.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써보니 스마트키는 편하니까, 빨리 스마트키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


위 두 문장에 근거가 추가되면 좋았겠지만, 근거는 '내가 불편했으니', '내가 편했으니'라는 'One of Them'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에 불과했죠. 배운 것을 모두 까먹은 셈입니다.


'여전히 진짜 고객이 불편한 것 맞아?'
'스마트키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맞아?'
'스마트키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정말 고객에 좋아할까?'


한번 더 고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관련 글은 다른 글에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② 서비스 고객에서 PM으로의 진화

이미 쏘카플랜은 세상에 등장한 지 3년이 된 서비스입니다. 심지어, 쏘카 메인 서비스인 카쉐어링(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쏘카)은 더욱 오래되었죠.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미 이곳은 차를 잘 알고, 차를 잘 파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차를 잘 알고 잘 파는 사람이 모여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분은 10년 넘게 온라인 차량 판매 사이트에 근무하셨던 분입니다.)


제가 차를 좋아해봤자, 저는 차를 잘 알거나, 잘 파는 사람이 아닌 운전하길 좋아하고, 자동차를 고르는 것이 즐거운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오랜 기간 더 많이 서비스와 사업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진화가 필요했습니다. 고객이었을 땐 하나의 목소리로 바라는 것만 말했지만, 제품 관리자가 되었으니,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한 분을 설득할 더 많은 공부와 논리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제품 관리자 외부 고객의 불편함만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닌 내부 고객 문제까지 생각해야 함을 다시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매출은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지?', '이렇게 했을 때 얼마나 큰 임팩트가 있지?', '리스크는 없을까?', '이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큰 리소스가 들지?'와 같은 생각들 말이죠.



나는 이곳에서 어떤 PM이 되어야 할까?

많이 부족한 3개월이었습니다. 알아야 할 것도 많았고 사건 사고와 대응해야 할 것이 수두룩 했습니다. 제품 관리자로서 어떻게 더 나은 성과를 만들까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쏘카는 굉장히 데이터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문제 정의부터 목표 변화도 지표에 의해 움직입니다. 지금까지 직관과 경험에 의해 가설을 검증하고 고객 친화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나갔다면, 조금 더 데이터 중심적으로 문제를 찾고 끝까지 측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것은 생각을 퍼뜨리는 과정입니다. 좋은 아이디어 혹은 아쉬운 점이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나 주장하는 것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면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이렇고 함께 의논할 수 있는 것이지만, 몇 번의 반박이나 다른 의견을 들으면 쉽게 꺾이는 것이 아쉽습니다. 자주 이야기하고 자주 까이는(?) 연습을 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장기렌트 시장, 특히 쏘카플랜은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제품 관리자이자 실제 플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으로서도 그렇습니다. 그 가능성 생각을 혼자 생각하지 않고, 여러 나누며 더 많은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제품 관리자가 되겠습니다.


PM은 스스로의 안에서 답을 내리면 어느 정도의 보이지 않는 투명 계단을 밟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계단이 없으면 이전 계단에 매달려 다시 올라오는 체력을 기르시면 됩니다.

위 글은 설로인에서 퇴사가 확정되고 마지막으로 팀장님께 받은 원온원 피드백입니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스스로 이 직무에 대한 불안감, 확신이 없을 때 다시 읽곤 합니다. 같은 PM/PO 커리어를 걸으며 비슷한 고민과 힘듦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도 제가 느낀 힘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첨부합니다.


사루만의 마법에 걸린 세오덴 왕과 간달프에 의해 마법이 풀린 세오덴왕.


확신이 없는 PM은 반지의 제왕의 '세오덴'왕 같습니다. 사루만의 마법에 걸려 사리판단을 못하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세오덴 말입니다. 누군가가 딱히 마법을 걸진 않았지만, 스스로 답을 찾기 어려울 경우, 마치 마법에 걸린 세오덴 왕이 되어 '내가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 같습니다. 간달프가 오길 기다리며 말이죠.


내일은 투명 계단을 밞는 것을 조금은 덜 두려워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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