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그리움

이제는 서로 너무나 달라졌지만..

by 오뚝이



로스쿨 1학년 시절.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내 자리에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00 씨, 저는 00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와 스터디 같이 하실래요?”.


그렇게 A, B와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그 친구들은 나보다 2살 어렸지만 서로 성향이 잘 맞아서 금방 서로 말을 놓고 친하게 지냈다. C와는 비교적 늦게 친구가 됐는데 C는 나와 동갑이어서 금방 친해졌다. 그렇게 우리 넷은 자매처럼 항상 붙어다녔다.


로스쿨에서도 이렇게 잘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구나 싶었다. 밥을 같이 먹고, 중요한 자료들을 서로 공유하고, 시험이 끝나면 놀러 가고, 방학 때 학원을 같이 다니고… 로스쿨 시절 정말 힘들었는데, 그 친구들은 내가 무너지지 않게 항상 옆에서 일으켜줬다.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맙다. 자신들도 힘들었을 텐데…



첫 번째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우리는 군산에 놀러 갔다. 우리 모두의 합격을 기원했다.


첫 번째 변호사시험에서 우리 넷 중 A 한 명만 합격을 했다. 나와 B는 신림에서 재수를 시작했고, C는 고향에서 독학 재수를 선택하여 공부했다.



두 번째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우리는 서울에 있는 예쁜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 2일을 하며 밤새워 수다를 떨었다. 합격 후에 함께 할 일들을 계획했다. 우리는 일종의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영자신문 읽기 동아리

미국변호사 공부 동아리

밴드… (는 나의 추천)


나는 더 이상 공부는 못하겠다고 하며 공부와 관련된 동아리는 너희들끼리 하라고 했다. ㅎㅎ 정말 학구적인 친구들…


두 번째 변호사시험에서는 B만이 합격했다. 나는 계속 신림에서 머물며 공부를 이어갔고, C 역시 계속 고향에 머물며 공부를 하였다.


세 번째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우리는 압구정로데오에서 만나서 스티커 사진을 찍고 맛있는 태국 음식을 먹고 막걸리도 한 잔 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친구들이었는데 웬일인지 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이미 우리 넷 중 절반인 2명은 변호사가 되어 잘 지내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게 부럽기도 했고 내 처지가 씁쓸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와 C는 또 불합격을 했다.


네 번째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나는 너무 지쳐있었고 더 이상 로스쿨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벌써 2년 차, 3년 차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막 시험을 마치고 너덜너덜해질 대로 너덜너덜해진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부러 피했다. 그냥 쉬고 싶었다. 나와 C는 네 번째 시험마저도 불합격했다. C와는 합격자 발표날 통화를 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우리는 이번에는 꼭 합격하자고 말하고 통화를 마쳤다. 끝이 어딘지도 모를 만큼 마음이 자꾸만 내려앉았다.


다섯 번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 시절 항상 함께였는데 이제는 서로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연락을 하지도, 만나지도 않으니 말이다.


내년에 내가 합격을 한다면 다시 예전처럼 만날 수 있을까…?




김거지

<독백>




고집스러운 가슴에게 난 말을 걸어 보고 싶어

넌 지금 어디에 누구를 바라보는 건지

고민만 하는 머리에게 난 말을 걸어 보고 싶어

넌 지금 어디에 누구를 생각하는 건지

잊고 싶은 시간들에

멈춰 있던 나의 모습들

겹쳐 있던 추억들에

욕심부리던 수많은 내 모습에게

이제는 늦었지만 말하고 싶은데

내 몸에 깃들어 사는 소년과 노인과

늑대 같은 남자들에게 말을 건다

누구도 사랑할 수가 없다고

무엇도 아름답지가 않다고

난 어떡해 어떡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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