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만난 개
나는 대학 졸업 후, 캄보디아에 있는 예수회 신부님들이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기술훈련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했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수리, 휴대폰 수리, 재봉, 미용 등을 가르치던 센터였다.)
그곳에는 활동가들이 키우던 개가 있었다.
그 개의 이름은 캄보디아어로 ‘히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 용기‘.
히은이는 원래 떠돌이 개였는데 어느 날 센터에 나타났다고 한다. 밥을 몇 번 줬더니 아예 눌러앉아서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고 했다.
지난 8월 26일은 ‘국제 개의 날’이었다.
이날은 반려견의 소중함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2004년 동물 복지 및 동물 행동 전문가 콜린 페이지에 의해 기념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래전에 써둔 히은이에 대한 글을 공유한다.
2014년 10월 10일
우리 센터에서 함께 살고 있는 히은이는 종종 여자활동가들이 사는 집 계단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곤 한다.
히은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고 있던 찰나 궁금증이 풀렸다.
히은이는 노을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용기’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맨날 싸움에서 지고 축 쳐져서 집에 들어오는 히은이. 바로 눈앞에서 팔뚝만 한 쥐가 돌아다녀도 잠만 자던 히은이.
히은이는 어쩌면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 남들보다 조금 더 감성적이어서 그런 거 같다.
노을 보는 낭만개 히은이.
히은이가 우리 집 개여서 좋다.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히은이
낭만을 아는 히은이
같은 곳을 바라보다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댄 히은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
히은이는 심지어 자신의 주제가도 있다!!
코 끝에 스미는 싱그런 흙내음
머릴 어루 만지는 부드러운 햇살
아침이 오고 있어 날 부르고 있어
오늘도 설레는 날이야
귓 가에 파고든 바람의 속삭임
저기 넓은 초원과 나무 아래 그녀
모두 나를 기다려 날 부르고 있어
어디 이제 달려볼~까
난 믿어 이 발과 다리
심장을 채우는 용기
땅을 달리면 바람이 되는 걸
하늘을 보면 구름이 되는 걸
이렇게 멋진 나도 가끔씩은 고민을 해
생선이 담긴 웬디 밥그릇
어떻게 해야 내 차지가 될까
-1절 가사
며칠 전,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다이어트시킨다고 자전거에 매달고 질주하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죽게 만든 사건에 관한 기사를 봤다. 끔찍하다.
이 세상 모든 개들이 사랑받고 그저 행복만 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