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믿는 성당 다니는 사람
예전에 학원 강사가 자신의 합격썰을 풀어준 적이 있다. 그는 계속해서 사법고시에 낙방하여 낙심하고 있던 중 최후의 수단으로 점쟁이를 찾아가 합격의 비기를 물었는데 점쟁이는 그에게 물이 부족하니 집에 어항을 들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고시방에 어항을 들이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항 관리가 쉽지 않았고 물고기들이 죽는 사태도 발생하여 점쟁이를 탓했었는데 결국 그 해 정말로 시험에 합격하였다고 한다.
최근에 챗지피티한테 내 사주를 물어보니 나에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족도 아니고 아예 제로. 불현듯 학원 강사의 합격썰이 생각나 어항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어릴 때 집에 금붕어를 키웠었는데 무슨 일인지 이 아이들이 밤 사이에 어항을 탈출하여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모습을 두 눈으로 본 뒤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어항에 있는 물고기들을 보니 도저히 물고기는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작은 수경 식물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아직 날이 너무 더워 물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은 방 벽에 바다 사진을 붙여놨다.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종로에 놀러 갔다가 심심하고 궁금하니 우리 사주나 볼래? 해서 명리학으로 사주를 풀어주는 곳에 갔었다. 나에 앞서 사주를 본 친구의 사주는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긍정적으로 말해줬던 거 같다. 두근두근. 기다리던 내 차례가 됐다. 책을 뒤져가며 열심히 무언가를 적던 아저씨가 말했다. 너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공부를 끝까지 해야 된다고. 가방 끈을 최대한 늘리라고. 좋은 얘기는 하나도 안하고 공부 얘기만 주야장천 하길래 돌팔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시절 내내 밖으로만 쏘다니던 나에게 공부를 끝까지 하라고? 돈이 아까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아저씨 말이 맞았다. 내 친구들 중에 나만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고 로스쿨을 졸업했으니 석사 아닌가? 내가 내년 1월 시험에서 합격할 것인지 점쳐보러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은 유혹이… (이젠 어딘지 기억이 안 난다. 용한 곳 아시면 알려주십셔.. 농담입니다..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