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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말

잠들기 두려운 날들

악몽

by 오뚝이


요즘에는 잠들기가 두렵다.

왜냐하면 항상 악몽을 꾸기 때문이다.


악몽이 귀신이 나오거나 하는 등의 무서운 내용이 아니고 공부를 하고 있거나, 강사에게 상담을 받고 있거나, 시험을 치고 채점을 하는 모습이라거나 내가 오랜 시간 서운함을 쌓아온 친구들이 등장하거나 하는 등 현실에서의 나의 걱정을 투영한 꿈을 계속 꾼다. 그런 꿈을 꾼 후에 일어나면 기분이 묘하게 나쁘면서 잔 거 같지가 않다.


예전에는 시험에 떨어지는 꿈을 계속 꿨었다.

다행히 올해는 시험에 떨어지는 꿈은 아직 꾸지 않았다.


잠을 자지 않아도 살 수 있고, 하루 종일 공부를 해도 피곤하지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에게 ON/OFF 스위치가 있어서 내가 스위치를 켜고 싶을 때 켜고,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은 왜 이렇게 사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들이 많은 걸까? 특히 먹어야 하고, 자야 하는 것 말이다.


예전에는 먹는 낙으로 수험 생활을 버텼고, 하루 끝에 단잠을 잘 수 있는 낙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낙이 없는 것은 아니고 다행히 커피를 마시는 낙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침에 한 잔, 오후에 두 잔.

매번 다른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신다.

커피 맛을 잘 몰라서 카페들마다 커피 맛이 다 거기서 거기인 거 같아 아무 곳이나 가서 사 마신다. 좀 걸어야 할 것 같으면 먼 곳으로 가고 마음이 급할 때는 가까운 곳으로 간다.


10월 모의고사를 접수했다.

시험을 잘 보겠다는 목표보다 10모 기간 이후부터는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그전에 전 과목을 어느 정도 훑어놓으려고 한 목표가 더 컸다.

하루하루 나름 열심히 공부를 했다.

생각처럼 팍팍 진도가 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으니 보는 데까지 최대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

산책하고 싶다.




임대인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자초지종을 묻는 연락이었다.

그동안의 울분이 터져 나왔다.

하.....

임대인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자신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옆집새끼나 임대인이나 둘 다 상대하기 싫다.

한 번만 더 밤에 통화소리가 들려오면 옆집 방문을 두드리게 될 것만 같다.

야 너 나와봐. 이 말이 바로 나올 것 같다.

내가 집이 아닌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옆집 새끼는 밤에 통화를 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옆집 새끼는 낮에는 집에 없는 거 같다.

밤마다 시작되는 말소리.

나도 더 이상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내 할 일이나 하자.




임대인 아저씨한테 문자가 왔다.



강하게 주의 주었으니 이젠

주의 할겁니다

서로 예의를 지켜주면 좋을텐데ᆢ 너무 스트레스

받지말고 무슨 일있으면

전화나 메세지 주세요^^



감사합니다.

주여…….



4월.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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