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예전에 쓴 글에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았는데 처음엔 본인도 수험생이라고 하며 내 글을 잘 읽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수험일기가 같은 수험생이 읽기에 공감이 되고 조금이나마 위로와 응원이 됐다는 것이 기뻐서 댓글로 몇 마디 주고받게 되었는데 그분이 말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실패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다.”라고.
처음에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내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일단 나의 ‘불합격’을 곧 ‘실패’라고 단정한 것이 불편했고, 나는 나의 무수한 불합격이 준 상처를 결코 ‘극복’해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고 그저 받아들이고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나는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이 과정을 통해 ‘성장’까지 해야 되나 싶어 숨이 턱 막혔다. (성장하기에 이미 나이도 많음…)
좋은 말들의 나열이었으나 당사자인 나에겐 ‘폭력’ 그 자체였다.
나는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가 아니다.
내가 인내하고 견뎌온 시간들은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하는 것일 뿐이다.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으므로.
아픔을 겪어 본 사람에게는 그 아픔을 극복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안고 가는 것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수험생의 대변인도 아니고 공부만 하는 기계도 아니고 감정 없는 소시오패스도 아니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 감정의 파도를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어떻게든 버텨내려 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그분은 알까?
(그 분은 그 외에도 훈수두는 댓글을 많이 쓰셔서 조용히 차단 엔딩… 같은 수험생 맞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