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 예술의 경계
어마어마한 꿈을 꾸느라 늦잠을 잤다.
오늘 같은 날 집에서 공부를 하면 꿈의 여운 탓에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해가 지고 나서야 눈을 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샌드위치를 먹고 학원에 왔다.
알 수 없는 것들에 쫓기고 있다.
나와 함께 도망가는 일행 중 네 명은 여성이고 네 명은 남성이다. 설상가장 돌 정도 된 아기까지 함께이다. 우리는 미친 듯이 달린다. 진흙길, 공사로 헤쳐진 아스팔트길, 숲길을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다가 갈림길이 나왔다. 앞서 뛰던 이들은 왼쪽 길로 갔다. 나는 앞서 뛰던 사람들 중 맨 뒤에 있었다. 그런데 뒤쳐진 이들이 미쳐 앞서 뛰던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오른쪽 길로 뛰어갔고 나는 그 모습을 보았다. 내가 내 앞에서 뛰어가고 있는 자에게 말했다.
“저들이 오른쪽 길로 갔어! 그 길로 가면 죽을지도 몰라! 저들을 데리고 와야 할 거 같아!”
하지만 앞서 뛰던 자는 내 말을 듣지 못했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나는 결국 그들을 데리러 가지 못하고 다시 뛰던 길을 계속 뛰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윽고 잘 다듬어진 길이 나오더니 갑자기 울창한 숲이 나오고 그 숲 속에 마치 은신처처럼 작은 오두막집들이 나온다. 그곳은 세상의 혼란과는 단절된 마치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처럼 평온한 모습을 한 어르신들이 살고 있고 우리에게 쉬고 가라고 자리를 내어준다. 그곳은 적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숲 속에 있지만 언제라도 발각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연로하여 도망갈 힘이 없기 때문에 그곳에 모여서 지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한국인이 아니고 캄보디아인이었다. 나는 잘 안 되는 크메르어로 대화를 나눴다(아마 내가 캄보디아에서 살았던 경험이 반영된 듯? 정확히 내가 현실에서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의 크메르어를 꿈에서도 하고 있었음…). 하룻밤 그곳에서 안전하게 묵은 후 우리가 다시 길을 나서려고 하는데 어르신들이 아껴둔 홍삼을 주셨다(이건 집에 홍삼이 있는데 쟁여두고 안 먹고 있는 것이 반영된 듯…). 먼 길 가는데 힘내라고. 나는 한사코 거절을 했다. 어르신들이 이거라도 드셔야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며(먹을 것이 귀한 상황임). 그러나 어르신들은 끝끝내 홍삼을 우리에게 쥐어주었다(브랜드는 정관장이었다…).
그렇게 홍삼을 받아 들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뒤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서 보니 아주 먼 곳에서 폭발을 하여 엄청난 불과 함께 먼지가 토네이도를 일으키고 있는 광경이 펼쳐지며 그걸 넋 놓고 바라보는 모습을 끝으로 꿈에서 깼다.
너무 다이내믹해서 지피티한테 꿈 해석을 해달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실제로는 더 긴박하다.
생각난 김에 홍삼을 먹고 에너지 충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