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고시촌 천사 2편

카페 사장님이랑 의자매 맺다.

by 오뚝이

학원 건물에 카페가 있었다. 지금은 학원이 이사를 가서 그 카페와 조금 멀어지기는 했지만 고시촌은 거기가 거기여서 여전히 물리적으로 가깝다.


작년에 거의 매일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들고 학원에 출근했다. 아침잠을 깨기 위해서 달달한 헤이즐넛 라테를 매일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 사장님이 말했다. 맨날 헤이즐넛 라테만 마시네요~ 다른 것도 맛있어요. 바닐라 라테도 드셔보세요~ 난 좀 울컥했다. 그즈음에 거의 하루 종일 아무랑도 대화를 하지 않아서 묵언수행하는 수도승처럼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말을 걸어줘서 정말 좋았다. 아 저는 원래 단거 좋아해서 시럽 들어간 거 많이 마시는데 그러다 보니 살이 찔까 봐 걱정돼서요. 헤이즐넛 라테가 바닐라 라떼보다는 당분이 덜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서 헤이즐넛 라테만 마셔요.라고 했다. 사장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며 둘 다 비슷할 거 같다고 공부하는 사람이니 살찔 거 걱정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했다. 난 감동받았다..


그 이후에도 그 카페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카페 사장님과 서서히 말을 트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그곳에 학원이 생길 때부터 장사를 하고 계셨어서 변호사시험, 노무사 시험 등등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하루일과, 시험일정 등을 꿰고 계셨고, 워낙 성격이 좋으셔서 이름을 외우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친구처럼 잘 지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사장님은 항상 커피를 사고 나오는 나의 등 뒤로 오늘도 파이팅! 을 외쳐주셨다. 정말 그 응원을 받으면 달달한 커피가 주는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를 받았다. 하루는 카페에 나오는 한 아저씨 학생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 그 아저씨도 사장님의 응원을 받으신 거겠지 하며 카페로 들어섰다. 사장님에게 말했다. 여기 학생들은 아마 사장님 덕분에 힘이 많이 날 거 같아요. 방금 나가신 분도 엄청 싱글벙글 웃으시며 나가셨어요. 아침에 잠깐 사장님과 수다 떨면 그걸로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내게 되네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일걸요? 사장님은 빙그레 웃으셨다.


어느새 사장님과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학원이 종강하는 날에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후 사장님과 거하게 술 한잔 했다.


공짜로 샌드위치도 종종 주심.. ㅠㅠ 감동..


올해는 학원이 이사 가는 바람에 매일 그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을 수가 없어서 카톡으로 출근인증을 하기로 했다. 이제는 언니로부터 직접 파이팅! 을 받지는 못하지만 카톡으로나마 파이팅을 받고 있다. 항상 애정 넘치는 잔소리를 해주는 언니. 잔소리라면 질색하지만 꼭 나를 합격시키고 말겠다는 언니의 말을 들으면 언니의 잔소리는 거부할 수가 없다.



빗소리를 asmr 삼아 오늘도 달려보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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