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 수험생 일상
8/25 월요일
문제집 두 권을 스프링 제본을 맡겼다. 20분 후에 오라고 해서 근처 카페에 갔다. 아몬드 라떼를 주문했다.
내가 모르고 핫으로 주문했나 보다.
사장님께서 “아이스예요?” 하시길래 “아 네. 잘못 눌렀나 봐요.” 하니. “그러게 날이 더운데 핫을 시키셨으려나 해서. 제조 들어가기 전에 빨리 말씀해 주셨어야지. 제조 들어가면 다시 못해요.라고 하셨다.”
“아.. 네..” 한 번 더 실수하면 된통 혼날 기세였다.
그래도 물어봐 주셔서 감사했다.
이 날씨에 핫 아몬드 라떼를 마시고 식도가 타들어갈 뻔했지 뭐람.
커피가 나오는 동안 카페 내부가 예뻐서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위층도 예뻐요. 드시고 가시지 왜. 사진 어디에 올리고 싶어서 찍으시는 거 아니에요? 열심히 찍으시길래.” 하셨다. “아.. 네..”
(솔직히 속으로 말 걸지 말아 주세요… 조용히 사진만 찍을게요..라고 생각했다. 내가 (더워서) 많이 지쳤었나 보다. 사장님의 호랑이기운에 기를 빼앗기고 말았다…죄송합니다…)
커피를 사고 관악 청소년센터 의자에 가서 앉았다.
10초…20초…30초… 등으로 땀이 줄줄 내려와서 올리브영으로 피신했다. 더워… 더워도 너-무 더워..
올리브영에서 땀을 식히고 제본집에 가서 맡긴 책 두 권을 찾았다. 미션 완료!
집으로 돌아와 형법을 열심히 공부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거 같은데 벌써 형법 주간이 끝나간다. 왜죠…
지입차주가 자동차의 그 할부대금을 완납하기 전까지는 지입회사 운영자가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고, 반대로 지입차주가 자동차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한다. 그렇구나. 비교해서 잘 외워야겠구나. 헷갈리면 큰일 나겠구나… 별표…
솔직히 납득이 안 가는 판례이다.
아무리 사안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도로변이었어서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용이했다고 해도, 그리고 피해자가 48세라고 해도 저건 ‘추행’ 아닌가요?? 네?? 왜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하였다고 보지 않는 것이죠?? 납득 안 가지만 나는 철저한 ‘을’인 수험생이므로 일단 외웠다.
며칠 전부터 목이 가라앉더니 오늘은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인후통인가 싶어서 바로 집 옆 약국에 가서 목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샀다. 칙칙. 목에 수건을 둘렀다. 내 몸 하나는 끔찍하게 챙기는 편이다. 수험생이 된 이후로 내 몸을 스스로 잘 챙기게 됐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까...ㅎㅎㅎ 이건 모든 자취생들의 공통점일 거 같다.
에어컨 바람이 너무 싫어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었다. 그러고 나서 한 30분 누워있었다. 잠은 안 왔다. 몸에서 미열이 느껴졌다. 그런데 에어컨을 켜지 않아서 더워서 열이 오른 건지, 인후통 때문에 열이 오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번 주는 아무래도 집에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유난히 학원에서 공부하고 싶지가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원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집에서도 집중이 돼서 몸이 안 좋을 때는 굳이 학원에 앉아있을 필요는 없겠다 싶다. 5수 정도 되니 집공부가 가능해지는구나.
아플 땐 뭐다? 고기다! 저녁으로 고봉밥에 삼겹살을 먹었다. 맛있고 든든했다.
사실 오늘 학원 회식이 있었는데 불참했다. 학원 회식이 뭐냐면 열람실에서 근처에 앉는 사람들끼리 묶어서 서로 친목도모를 하는 것이다. 학원이 이런 자리를 굳이 만든 이유는 서로 좀 친해지면 상대에 대한 예민함이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다에 그 취지가 있다. 아무래도 친한 친구가 옆에 앉아있으면 친구가 조금 시끄럽게 해도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내가 이 학원을 다닌 이후로 회식은 처음이다. 올해 아무래도 사람들이 불만사항을 학원에 많이 말해서 서로 좀 친해지라고 자리를 만든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어떤 사람은 자기 자리 주변 사람 대부분에 대해서 불만사항을 학원에 말했다고도 한다. (6명 중에 4명에 대해서 컴플레인을 했다고 한다.. 허허..)
지치고, 힘들고, 가끔은 몸이 아픈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쉴 수가 없으니 사람이 뾰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타인에 대한 마음의 공간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별 일 아닌 것으로 싸움이 나기도 하고 험담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나는 스터디도 하지 않으므로 학원에서 누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른다. 작년에 굳이 알고 싶지 않은 타인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 꽤나 공부에 방해가 됐기 때문에 내 성격에 맞게 옳은 선택을 한 것 같다. 누가 성격이 어떻고, 누가 누구랑 사귀고, 누가 뭘 했고 등등… 나는 정말 궁금하지가 않다. 누가 어떻든, 누가 뭘 했든...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정말 이기적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이게 내 원래 성격과 맞지 않아서 힘들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텐션 올려서 저녁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내가 걷는 이 길은 나에게
이제 다 내려놓으라 늘 말해주네
어서 오라
조용히 나에게 손짓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