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가득한 사이버공간에서 만나요!
딸기와 오렌지는 그날 3시간여의 통화 이후, 소개팅(은 개뿔 선본거 아님?)으로 만났건 어쨌건 그건 모르겠다. 여튼 이제 그냥 늬들의 관계는 친구 내지는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변경되었다고 하자. 그리고 문자를 보내는 사이에서 이제는 카톡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으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합시다. 카톡은 문자와 다르게 별 시덥잖은 꽁냥꽁냥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어색하지 않게 쏟아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미지 파일을 적절히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인 대화를 이어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그들의 일상들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대화에 있어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공감'이 필수 조건이다. 그가 무언가를 얘기 할때마다 '나돈데~'하면서 공감해줄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대화 주제를 제시할 때에도 그로 하여금 '나돈데~'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렌지야. 나는 아마존에서 미드를 모을까 해."
"음? 딸기? 미드 좋아함? 나도 한때 자주봤는데ㅋㅋ 시트콤들은 진짜 나오는 족족 다 봤는뎁."
"자막 외우고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하겠어!"
"헐 그건 내가 해야해 ㅠㅠ 나 토익봐야되거든.."
이런식입니다.
그리고 동네주민이라는 공통분모는 여러가지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오렌지야 뭐하니? 나는 수영끝나고 반죽어있었어. 떡볶이 사러 다녀와야지."
"(나는 사실 떡볶이를 좋아하지않지만) 응? 이 근처에 맛나는 집 있어?"
"딸기야 ㅇㅇ인근 맛집 추천좀. 기왕이면 주차쉬운 곳으로."
"문제는 집 주변에 맛난집이 없다.. 미안하다..."
"아니 뭐 미안할것 까지야.."
...잠시 공백...
"오렌지야, ㅇㅇ쪽 음식점들이 괜찮대."
ㅋㅋㅋ검색한 모양ㅋㅋ귀여운 딸기씌!
그리고 여러 면(麵)맛집 링크들이 주루룩 올라옴
#ㅇㅇ칼국수
#ㅇㅇ우동
#ㅇㅇ생면
"딸기~ 너 면을 참 좋아하는구나?"
"면사랑 가입예정자입니다."
덕분에 오렌지는 무사히 저녁약속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밤에 다시 까톡이 왔다. 본인 노동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싶었던 딸기씌.
"오렌지야, 위의 것 중 먹음?"
"주차하기 빡셀것 같아서 차 대기 쉬운곳"
"뭐 먹었는데?"
"그건 바로.."
쏘리하다.
"딸기야 이동네에는 요가할만한데가 없는것 같아.."
"ㅇㅇㅇ위에 필라테스 있던데? 거기 알아봤어?"
"알아봤는데ㅋㅋ 너무 비싸고 새벽반도 없고."
"수영은 안해?"
"20대 초반에 평영까지 하다가 관뒀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지."
(아싸 타이밍이다.)
"걷기가 나랑 제일 맞아. 이제 한강 좀 걸어야지."
"노래 들으며 걷는게 좋긴 좋지"
(헐.. 혼자 가란 소리냐?)
"딸기야 근데 한강 가려면 어케감? 분명 근처인것 같은데 입구가 어디인지 감이 안와."
(같이 가잔 소리지^^)
그런데..
친절한 딸기씨로부터 캡쳐지도위에 경로를 표시한 사진이 송부되었다.
"(애써 실망한 기색을 감추며) 오호라.. 조만간 가봐야겠군.."
"고고 고고"
(하지만 포기할수 없다)
"딸기도 같이갈텨?"
(이래도 안감?)
"언제? 너 얼마나 걸어?"
"그냥 암때나.. 매일 가게되면 1시간 이상은 걸어야지ㅋㅋ"
"4~5킬로군. ㅇㅇ 그 정도면 괜찮다."
실제 함께 한강을 걷기까지는 조금 많은 기간이 소요되었으나, 우야된동 성공하긴 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는데 이때부터 상당히 나를 수영장으로 유인하려고 했었군.. 이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여튼 뭐 동네친구 하기로 한거니깐 이 정도는 상관없겠지? 사실 동네친구하자고 했는데 아직 실제로는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 아파트 옆옆동에 살면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 주고받은 카톡양에 비하면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사실 이런식의 친구는 동네친구가 아닌 카톡친구일 뿐이다.
매일 주고받던 카톡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뜸해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딸기씌는 핸드폰을 마치 보고 있었다는 듯 오렌지가 선톡을 보낼때마다 즉답을 하곤 했다.
그리고 8월 11일 오렌지의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이 즈음 오렌지는 잠시 놓았던 중국직구에 다시 손을 댔다. 2016년 겨울에 차를 바꿨는데, 비교적 한가하던 2017년은 여행으로 거의 소비해버렸었고, 201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차에 애정을 가지고 꾸미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차 이름인 초코에 걸맞는 초코색 시트였으나 나중에는 신세계가 있음을 알고 꾸밀수 있는 모든 것을 사들여서 공을 들였다. 본넷 데칼, 궁뎅이 데칼, 천장데칼도 10만원이 넘는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기포발생 방지를 위해 손수 신들린 듯한 빠른 손놀림을 활용하여 문질러가며 붙였으니 말 다했지.
음.. 초코사진은 안보여줄거임♡
그리고 이제는 집으로 시선을 돌린다. 언젠가부터 퇴근만 하면 집 꾸미고 직구사이트인 타ㅇ바ㅇ를 뒤지는게 일상이었다. 심지어 매년 해외로 꼭꼭 나가는데 활용했던 5일간의 휴가를 집꾸미는데에 소비하기로 결심. 이건 진짜 빅사건임. 우야된동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 왜 썼느냐고?
딸기와의 카톡 대화소재로 많이 활용되었기 때문.
그러다 휴가 4일째 쯤 되었을때
딸기는 오렌지에게
휴가는 잘 보내고 있냐며
혹시 ㅇㅇㅇㅇㅇㅇㅇ가고 싶지 않냐며
(카톡으로) 물어왔다.
드디어
카톡친구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이런거 넘나 싫었거든
사이버 칭구 즐즐뷁뷁
꾸잉꾸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