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찾아 꾸잉꾸잉
전편에 언급했던 대로 드디어 딸기씨는 우리가 까톡친구->현실친구로 변경되는 시점이 다가옴을 알렸다.
박물관!! 박물관이라니!! 국립중앙박물관이야 뭐 아주 어릴때까지 합치면 열 번은 갔겠지만... 그나저나 뭐 특별전이라도 하나? 왜 갑자기 가자고 하는거지?
뒤져보니 오오오오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이 있다. 나 여기 슬픈 추억이 뭍어있는 건 어찌 알고..
때는 2017년 8월 17일. 오렌지는 콜롬비아 보고타 시내에 있는 황금박물관을 신나게 구경하고 호텔로 복귀하기 직전에 호텔앞에서 핸드폰을 강탈 당했다. 정말이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순식간에 빼앗아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던 2인조. 3년 넘게 쓰고 있었으며 다이어리형 케이스에 넣어두어 후면 플라스틱 케이스는 있지도 않은, 외쿡에서 삼성보다 훨씬 덜 쳐주는 LG의 GPRO2는 늬들이 가져가봤자 돈도 안되었을 텐데.. 내가 잡아뜯는 바람에 너의 흰색 파카만 날리고.. 얼마나 나중에 욕을 해댔을지 눈에 선하다.
그날 정말 미친듯이 세상이 돌아갔었지. 사실 황금박물관만 아니었어도 세계에서 치안이 안좋은 도시 BEST안에 속하고도 남을 보고타에서는 경유만 하고 공항밖으로는 안 나갔지. 구태여 1박까지 하면서 머무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지. 아놔 근데 황금님들아 직접 한국으로 손수 오신다고?ㅋㅋㅋㅋ 진작 오시덩가ㅋㅋㅋ
그런데...
당황한 딸기씨ㅋㅋㅋㅋ
잠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지도예찬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가 하며 멋대로 추측하고 혹시 안간다고 할까봐 이런 말도 덧붙였다. 티난다.
하지만 오렌지는 "평일에"라는 말이 영 신경쓰임
물었더니 자나보다. 뭐야? 언제 간다는 거야? 혼자 간다는거야? 같이 가자는 거야? 같이 가는거면 왜 평일날 간다고 선을 그어? 본인은 사장님이시니 평일에 아무때나 시간내서 보러 가면 될 터이지만 본인은 월급쟁이 신세라고. 평일에 용산에 문닫기 전까지 가려면 반차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휴가낼때 눈치보는 11년차 직딩이라고. 나쁜딸기. 잠이오냐? 겜하냐? 갑자기 화나네. 이따 보면 좀 때려야겠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내가 이미 엘도라도 관련 유물들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보았으니, 심지어 안 좋은 추억까지 있으니 내가 거절을 할까봐 '평일에' '혼자' 갈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이런멘트를 한 것 같다. 이것 역시 티난다. 딸기씌는 나의 거절멘트를 상당히 두려워 하는 것 처럼 보인다. 후배 밀미리와 전략회의를 소집한다. 밀미리는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게 티가 난다며 모르는 척 그냥 좋아요 좋아요 하면서 같이 가주는게 어떻겠냐고 한다. 여튼 뭐 이번주에는 나도 휴가인지라 평일이 가능하긴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고 싶다. 딸기씌가? 아니 박물관 유물들이. 황금박물관은 보고 오긴 했지만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날치기 당해서 다 날려먹었잖수-기억에서 거의 사라지고 있던 참이었고 지도예찬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다. 오스나씨 아니 오렌지는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4학년 당시 사회과목, 이후 역사와 지리에 30년간 흠뻑 빠져있던 참이다.
그래서 뭐 적극적으로 들이밀어 보기로 했다. 솔직히 내가 평일이 아닌 주말에 가자고 해도 그러자고 할 사람이다. 소개팅 애프터마냥 yes or not이 아니라 우리는 친구사이니까 단칼에 거절모드가 발동가능한 그런 상황이 아니다. 싫다고 해도 조르면 되는 것이었다. 친구사이에는 그럴 수 있다.
멘트 그리고 적절한 이모티콘을 생각해놓았다. 내가 언제가냐는 질문을 던졌두었으니 무언가 응답을 할테지. 어디 한번 이어서 대화의 진행시켜 보시지오. 드루와 딸기씌.
그리고 다음날 아침..은 아니고 아침과 점심때 사이 딸기한테 응답이 왔다. 오렌지는 고민하는 척 약간 텀을 두었고 그리고 계획했던 멘트와 이모티콘을 날렸다.
오렌지가 이번주냐고 되물으니 마치 처음부터 이번주를 생각하고 얘기를 꺼낸 것을 애써 티를 내며 마냥 대범한척 무심한척 응답하는 딸기씌
한번 더 굳히기 징징대기 모드. 딱 두번만 하자. 더 이상은 과하다. 이래도 싫다고 하면..전화를 해서 역정을 내..아...아닙니다.
그리고 드디어 첫소개팅(은 개뿔 선아님?)이후 처음으로 서로 면상을 마주하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
근데 지금 보니 참 썸같은 상황이 이루어지고 있었네. 친구사이는 개뿔. 단내가 폴폴 나는데. 너네만 모르고 있었던 듯. 진짜 웃긴다. 이 내숭들. 꾸잉꾸잉. 칫칫뿡.
차 2대로 가는건 좀 그렇지 않나?ㅋㅋ 그리고 오렌지씨는 시내운전은 왠만하면 안합니다. 길막히고 주차할곳 없고 하는게 싫거든요. 만약 따로 갈거였다면 그냥 지하철을 탔을듯. 근데 뭐 차를 가져간다고 하시니 구태여 뭐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친구사이에도 차는 얻어탈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뭐 대애충 가는 길(은 개뿔 삼실에서 울집 오려면 다리 건너서 왔다가 박물관 가려면 다시 건너가야 되는데)인데 데려가라고 하는것도 뭐 친구사이에도 그럴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2018년 8월 17일 금요일
아래는 증거사진들
박물관을 좋아한다고 하길래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줄 알았더만, 딸기씌는 진짜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보통 오렌지는 누군가와 박물관에 가면 항상 빨리가자는 눈치로 인해 불편해져서 제대로 못 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 아니 100%였는데.. 나보다 더 시간끌고 있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맘에든다^^ 종종 같이 와야겠다. 당신을 박물관메이트로 임명합니다.
처음에 약속했던대로 저녁도 먹었습니다.
딱히 생각해둔 것도 없고 해서 걍 동네와서 먹음.
비쥬얼은 이러하였다.
개 맛없었..말잇못...
헤어지고 돌아와서는 선톡을 날려주는 센스있는 오렌지
"딸기야 오늘 잘 놀았다능ㅋㅋ근데 생각해보니 운전까지 시키고 너무 얻어먹고만 왔네 ㅎ_ㅎ;;"
"괜찮다능~ 별 것 아니었는데 뭘."
"역시 사장님은 달라ㅋㅋㅋㅋㅋ 담번엔 제가 쏘겠습니다."
"네. 안말리겠습니당. 근데 담엔 정하고 가야겠다. 어디서 먹을지."
딸기 너도 아까 그 파스타가 참 별로였나보구나? ㅋㅋㅋ
"딸기야 그때 거기.. 쭈꾸미집 괜찮았는데.. 맵긴 했지만."
"쭈꾸미집은 삼실 근처에 맛난데 있어. 오렌지가 정한데도 가보자."
좋아. 다음 약속잡기 자연스러웠어.
이제 선을 넘을 날만 기다리면 되는겁니까?
꾸잉꾸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