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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Jul 22. 2019

#06 동네친구라 좋아요!

thanks to 예민한 나의 피부


2018년 8월 22일 수요일. 뉴스에서는 연신 태풍이 곧 올라온다고 전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고, 오렌지의 경우 최근 초코(차이름입니다) 와이퍼가 고장이 났던 관계로 더더욱 큰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했음. 얼마전 운행 중 갑자기 와이퍼가 사망하셨던 까닭에 식겁했었다. 고치러 가야하는데 원래 가던 센터는 예약이 FULL이라 몇개월을 기다렸어야 했던 상황. 그런다고 다른 서비스 센터를 가려니 검색의 귀찮음과 이러저러한 사유로 버티고 있었던 상황.


"딸기야 태풍도 온다는데 굿모닝?"

"도시인에게 태풍은 바람과 비가 오는 좋은 것!"

"나도 원래 비 좋은데.. 비오는 순간 차량운행강제중지라ㅠㅠ 일기예보만 긴장타며 보고있네..."

"아 그러네. 미안타 오렌지야. 생각을 못했네.."


그리고..

오렌지네 회사에서는 최근 반차도 아닌 반반차 제도가 생겼다. 정말이지 넘나 일하기 싫어서 몸이 찌뿌둥해질때 한 번씩 써주면 참 좋다.



응? 딸기씌 이거 보자는 소리지? 오렌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일단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오렌지는 관리사무소에 가서 차량등록을 해야했다. 관리사무소는 6시면 업무종료라 퇴근하고 가면 너무 늦어서 계속 불편하게 다니고 있던 차였다.






퇴근시간이 아닌데도 길 밀린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일처리가 끝났다고 보고도 하고

너무 덥다고 징징대기도 하고

이런게 왔다고 자랑도 하고


리클라이너 대신 선택. 만족도 높음. 하지만 지금은 작은방에서 썩는중.



그리고 드디어 묻는다.


"딸기야 그래서 오늘 언제끝나? 저녁이라도?"


ㅋㅋㅋㅋㅋㅋ바로 전화가 온다.



그리고..


동네에서 저녁먹었다. 꾸잉꾸잉.

얼마전에 먹은 맛없는 파스타보다 훨 좋아.

드디어 딸기(몸뗑이+팔)씨 나온 샷 추가


이날 딸기씨 차림이 아주 웃겼다. 사진에 나온 말끔한 정장 와이셔츠에 현란한 잠옷반바지. 그리고 서류가방에 구두차림이었다. 넘나 아무렇지 않은 당당한 모습에 뭐 그닥 같이 있어서 쪽팔리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친구니까요. 아직 내 남자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소개팅(은 개뿔 선 아님?)때는 나름 신경을 쓰고 입고나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그대로 한강으로 직행했다. 우리동네에서 한강쪽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물가쪽으로 데크가 하나 있는데 거기 풍경이 참 괜찮다. 거기 잠시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뭔가 색감이 오묘하다


같이 걷자고 하려다가 딸기씨는 구두차림에 가방까지 들고 있어서 말았다. 어차피 수영장에 간다고 했다. 전에 소개팅(은 개뿔 선 아님?)직후 거울에 비친 본인의 모습에 너무나 부끄러움을 느껴서 등록했다던 그 수영. 그 이후로 아주 열심히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여튼 뭐 그래도 여기까지 데려다주어서 고마웠다. 헤어지기 싫었던 모양이구나? (딸기曰 : 아니 그냥 수영 전에 시간이 남아서..)


태풍이 온다고 해서 그런지  뭔가 분위기가 묘했음


나는 한참 전진하다 너무 많이 왔다 싶을때쯤 뒤돌아서 되돌아 왔다. 우야된동 대충 6km정도는 걸었던 것 같다. 걸어가는 길에는 거미줄과 씨름을 했다. 자꾸 무언가가 얼굴로 붙고 손에 붙고 하길래 나중에 뭔가했더니 난간에 심각하게 걸쳐있던 거미줄들; 바람이 불어서 정처없이 후덥지근한 공기에 흩날려다녔다.

폭풍(태풍)전야라 후덥지근했지만 또 바람은 불던.. 그래서 덕분에 운동효과가 두배. 집에 와서 옷 보니까 등뒤가 다 젖어있더라.




그리고 집에 와서 싯고 나왔더니 이 사단이 나 있다.

이게 왠 변고인고...


아까 딸기랑 데크에 서있을 때 뭐가 물길래 모기인줄 알았더니.. 여러 정황들을 대입하여 살펴보건데 거미한테 물린것 같다. 뗑뗑 붓기 시작한다. 딸기에게 카톡으로 보고를 시작한다.


"딸기야. 나 모기가 아니고 거미 물렸나봐ㅜ 오면서 보니까 거미줄 엄청 많던데..."

"헐.. 약있어?"

"^^ 그런게 있을리가-_ - 머 바르는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얼음찜질 하려고."

"오렌지야 너네 집 몇 호지?"

"어?"


딸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일전에 오렌지네집은 우리층의 맨 끝이라고 했었기에. 복도식 아파트인지라 호수는 몰라도 이미 딸기도 어딘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도 확인차 전화를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문을 열고 줄 생각이었던 것같은데 내가 머뭇거리자 생각을 바꿨는지 문고리에 무언가를 걸어두었다며 자기 가고나면 문을 열어보라고 한다.


문을 여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문고리에 보니 봉지 하나가 걸려있었고 꺼내보니...





"딸기야 갔어? ㄷㄷㄷ"

"ㅇㅇ"

"으.. 미안하게.. 이제 옷 찾아입었는데ㅋㅋㅋ너무 빨리 가버렸네."

"화장솜에 묻혀서 발라. 소독되니까."

"고마워ㅠ"

"꼭 발라. 이자쳐서 2천원이다."

"지금 뜯고 있음. 이빨로"



"다 나았다!!"

"오 정말?"

"정말이겠냐능ㅋㅋ"

"....."

"아냐ㅋㅋ 많이 가라앉았어ㅎㅎ 고마워 딸기야 진짜ㅋㅋ"

"그럼 다행이구랴~ 별거 아니니 신경쓰지 마시게."


신경쓰라는 말로 들리는데?

신경이 쓰일리가 있나.


"감동인데ㅎㅎ"




생각지도 못했던 이벤트였던지라 설렘지수가 굉장히 높아졌던것 같다. 한참동안 또 후배 밀미리뽕과 수다를 떨다 잠들었다. 밀미리는 둘이 캐미가 좋아보인다고 신나했다. 오렌지딸기씨가 오늘 점수를 많이 땄다고 해줬다. 딸기씨 하는 행동을 보면 내게 호감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듯. 과산화수소를 손수 사서 집에까지 와줬다는 것은 기대를 해도 좋을만한 아닌가? 아니다. 그래도 쉽게 속단하지는 말자. 원래 그런 사람일수도 있는 거니까. 원래 누구에게나 이렇게 친절한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니까.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 본의아니게 과한 친절이 나올수도 있는 것 아니겠음?


오렌지 본인의 마음은? 글쎄. 적어도 딸기씌의 현란한 잠옷반바지와 와이셔츠의 조합을 보고서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남자로 느끼지 못했다는 증거이긴 하다. 그래도 은연중에 실제로는 아닐지라도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어'라는 이미지를 일부러 풍기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최 다가오는것 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친해질 껀덕지가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친해져야 너를 더 잘 알수있을테니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찌될지는 더더더더더더 친해진다음 생각해보기로 하자.

쨌든 새로운바람이 스믈스믈 불어오고 있다는 느낌이긴하지만. 마치 그날 겪은 폭풍전야처럼.


꾸잉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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