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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Jul 24. 2019

#07 정체구간. 정지중 가끔 서행

그냥그런 그들의 소소한 일상(feat. 둔탱이딸기)



딸기오렌지의 카톡대화는 여전하다. 일정하게 일상을 주고받는 한편 주변환경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토로하기도 하고 서로 격려를 주고받기도 한다. 가끔 바로 답변을 구하는 상황에 처하면 전화통화도 한다. 어색하지 않다. 얼른 사귀라는 후배 밀미리뽕의 재촉에도 절대 그런게 아니라며 부정하던 오렌지씨.




당시 오렌지는 누군가와의 갈등으로 인해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던 터였던 지라 딸기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는 이제 적진으로 돌진하려오."

"힘내시오!"

"어쩌고저쩌고어쩌고저쩌고 폭.풍.도.배"

"좀 심하네 ㅠㅠ 오렌지 잘못 아니야."



추가로 기분을 풀어주려는듯(?)이런 농담도 친다.



왠 똥 타령이냐..

구태여 화장실이라고 말할 것 까지야.. 부끄러운줄 모르는군... 그래 우린 절친이고나!





그리고 당시에는 작년부터 걸쳐있었던 대학원생으로서의 신분이 끝나가고 있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논문이 (억지로) 마무리되었고 2018년 8월 30일, 졸업장을 받는 순간이 왔다. 딸기씌는 그 즈음 며칠간 반복하여 오렌지에게 졸업을 축하한다는 멘트를 날린다. 별거 아니라는 오렌지의 말에 노력도 안하고 졸업하는 사람은 없다고, 공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며 칭찬 일색이다.


장난 좀 쳐볼까?


"축하는 말로만 하지말고ㅋㅋㅋㅋ 졸업선물 주세여ㅋㅋㅋ"



"ㅋㅋㅋㅋ뭘 원하냐?"



헐 먹혔네.



"선물은 뭔지 모르고 뜯아봐야 제맛이니라."

"그건 내가 삼십살이 되던 해부터 그만둔건데. 감수성이 있으시구만."

"너무 많아서 문제ㅋㅋㅋ"

"맘에 안들것 같은데 킁.. 시도해보지."



그리고 일전의 이자쳐서 2천원짜리 과산화수소수 이후 두번째 감동 포인트



사실 감동포인트는 책보다는 무언가 안에 껴있던 그것. 손편지다. 역시 작가님다운 포스다. (남자한테) 손편지 받아본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난다.

 

편지 내용은


 "그럼 졸업기념으로 우리 사귈까?"




이런게 있을리가 없지ㅋㅋ

그냥 너의 꿈(=글쓰기)을 응원한다 뭐 그런 이야기


근데 실 수령일은 졸업으로부터 몇 주가 지난 9월14일이었다는 건 함정


------냐? 라뇨.. 정말 우린 친구였구나ㅋㅋㅋ


그리고 본 도서의 정독률이 15%미만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임




날이 선선해지던 9월의 첫날 토요일. 중간에 영화보자고 했다기 까이기도 했음.

이미 최신 영화를 연거푸 두편을 봤던 상태라 마땅히 볼 것이 없었고... 그 결과 힘들게 꺼낸 얘기는 그냥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던 그날의 경험. 나중에 보자는 얘기 이후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그럼 저녁이라도 먹으면 되지 무슨 약속이 그냥 없어지는 거냐ㅋ 연애경험 없는거 정말 티가 팍팍나는 상황이로고.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는 아니고 그냥 딸기는 귀찮았던 거겠지.

사실 이전까지 딸기의 대부분의 생활은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집에서는 거의 잠만자는 정도. 그는 주말 포함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남아서 본인의 취미생활을 즐겼다. 세무사 사무실에 키보드(컴퓨터 키보드 말고 건반.. 네네 그 검은색 흰색건반 있는 그 건반을 말하는 것임)가 있는 거 보면 말 다했지.


사무실 공간은 직원들이 근무하는 구역과 본인의 방으로 철저히 구분되어 있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한쪽 구석은 식물원으로 사용중이고 또 다른 한쪽 구석은 미술관으로 사용중이다.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VR게임장으로 변신했던 적도있다. 사무실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할 일이 있지 싶다.




오렌지씨는 원래부터 생귤탱ㅇ을 너무 좋아했다.  집 주변 2마트에 갈때마다 씐나가지고 최소 10개 이상 사재기를 해서 들어오곤 했다. 그러던 것이 8월말을 기점으로 다 치워버린것인지 다 팔린것인지 오렌지가 다 먹어버린 것인지 그 후 지금까지도 2마트 ㅇㅇ점에서 생귤탱ㅇ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생오렌지탱오렌지가 아닌 생귤탱ㅇ 중독이었던 오렌지는 혹시나 하여 검색창에 생귤탱ㅇ을 때려넣었다. ㅋㅋㅋㅋ이럴수가! 인터넷에서는 아직 판매를 하고 있었다. 단종된것이 아니었구나. 댓글을 보니 같은 처지의 동지들이 꽤 많았던 지라 흡족했다. 꼼꼼하게 포장을 해서 보내준다는 후기를 보고 동질감을 느끼며 오렌지도 구매를 했다. 그리고 그날, 출근하고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아침, 이런 메세지가 도착한 것을 알게 되었다.


40개^^ 언능와!! ^^


하드-_-의 특성상 녹은 다시 얼본연의 맛과 향이 균일성을 잃고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지라 바로 받아 냉장고로 넣어야만 한다. 해당 메세지는 오렌지하여금 피같은 오후 반차를 내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하였다. 집에 일이 있어서 가보겠다며 점심시간 후에는 나를 찾지 말라고 팀에 통보를 하고 결재까지 완료했다. 집에 일이 있는건 맞지 뭐. 거짓말 한것은 아니잖아.




헌데 회사를 나서기 직전 이런 메세지가 날아든다.


저 13시부터 계속 집에 있다가 18시30분에 나갈건데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날 오렌지는 절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약속이 저녁때 예정되어 있었다.



어쩜 저리 딱 한창 저녁약속 시간에 걸쳐있는 건지. 그리고 무엇보다 대체 반차는 왜 낸거냐? 택배님은 왜 바로 오지 않고 저녁때 오는 것이냐? 빠르게 배송해 드린다면서 왜 거짓말을 하는게냐? 그리고 왜 하고 많은 날 중에 하필 오늘인 것이냐?



오렌지는 이 시트콤적인 상황을 딸기에게 보고했다.


고양이에게 내 하드를 맡겨야 하나요?


헐.. 생각치도 못했던 반응이다. 그냥 징징거리려고 얘기한건데. 여튼 일단 딸기씌의 제의는 키핑을 하고 서둘러 택배아저씨께 혹시 6시 이전에는 못 오시냐며 전화를 해보았다. 죽어도 6시전에는 못 도착하신다고 한다. 위급할때마다 도움을 요청하는 어무이 역시 오늘은 일이 있으셨다. 결국 오렌지딸기에게 쪽팔림을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실 다른게 아니라 그 집에 계시는 딸기씨 아빠때문이었다. 그게 박스는 뭐냐고 물으실 것이 뻔할것 같은데.. 그것은 바로 하드 40개..하...

고민에는 한시간여가 소요되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챙피한데ㅠ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ㅠㅠ 넘나 민폐ㅠㅠ "

"ㅇㅇ 내가 가져다가 우리집 김치냉장고에 넣어둘게. 도착하면 문자주셈. 경비실 들를게."

"근데 구태여 경비실에 들르느니 대신받을거면 위탁수령지를 당신집으로 하는게 덜 귀찮지 않겠어?"

"ㅇㅇ그게 좋소. ㅇㅇ4동 4ㅇㅇ호"


택배 아저씨께 다시 전화를 했다. 수령지를 바꿔달라고 부탁드렸다. 아저씨는 짜증^^을 냈다. 쌓여있는 택배들은 동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그 중에 내 택배를 찾아서 배달지를 바꾸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었던 모양. 그래도 계속 설득하니 본인이 잊을 것이 백퍼이니 우리 아파트 단지에 도착할때 즈음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한다. 언제냐고 물으니..


"9시? 10시? 그 정도 될겁니다."

"니예? 10시가 넘을 수도 있나요?"

"장담못합니다. 물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네네. 일단 위탁수령지 문자로 넣어드리고 9시 조금 넘어서 전화드릴게요."

"고객님 근데 이거 몇시간 차이가 그렇게 클 것 같지 않은데..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안 녹아요. 구태여 이렇게 까지 할 필요 있나요?"



"(단호) 저 오늘 집에 안 들어갑니다. 부탁드릴게요."



오렌지의 입에서는 거짓말이 나왔다. 잔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했으니까. 이 택배를 딸기가 대신 받아줘야 이 핑계로 얼굴 한번 볼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뭔가 이벤트가 생기는 것 같아서 유쾌하단 말이지. 여튼 이렇게 된 이상 약속은 10시 이전에 끝나면 절대 안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2차까지 끌고 가야한다.


계획대로 모든 일은 순조로웠다. 9시경 택배기사님과 딸기씨에게 잊지말라고 전화도 했다. 약속은 11시경 끝이 났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딸기씌에게 복귀보고 카톡을 보냈다. 내가 집에 도착할 즈음 가지고 나가겠다고 했다.



사실 오렌지씨는 후배밀미리뽕과 이런 대화를 한 후였다.



ㄷㄷㄷㄷ그래서 아까 집을 치우고 나갔나요 오렌지씨?




쓰레빠를 질질 끌고 어깨에 하드박스를 짊어진 딸기씨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소동을 벌인 끝에 성사된 만남은 1분만에 끝이 났다.

집에 오긴 개뿔.

아까 집은 왜 힘들게 치우고 나갔냐?

아님 서서 얘기라도 하지 그랬냐?




하드님들의 생존여부를 묻길래 넘나 오렌지 자신에게 쪽팔려서 씹으려다 사진과 함께 보고했다고 한다. 



"땡땡 잘 얼어있네ㅋ"

"포장 괜찮네~"

"아 행복해♡"


딸기 너한테 주는 하트가 아님. 내 하드한테 주는 하트임. 오해금지. 



꾸잉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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