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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Jul 30. 2019

#08 오렌지 전용 운전기사

오렌지는 9호선 황금라인 바로 앞에 위치한 "오지"에 삽니다.

딸기오렌지가 친해지는데 한 몫했던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오렌지초코기나길었던 병마이다. 일전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초코는 오렌지의 사랑스러운 자가용으로 쭝꾸어직구를 통해 까까옷을 비롯한 여러 희귀템들을 부착하고 있다.


8월의 비오는 출근길, 초코는 와이퍼 작동을 중지했다. 시껍해서 차를 세우고 창문을 휴지로 닦아가며 힘겹게 출근을 했음. 이후 간헐적으로 작동과 미작동을 반복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아예 멈춰버렸다. 때는 마침 장마철인데다가 태풍까지 온다고 예고되어 있던 상황이라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어서 결국 초코를 병원에 데리고 가보기로 했다. 정식센터는 때마침 불자동차 파문으로-_- 예약에는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카페를 활용한 협력업체에 방문해보는 걸로.




우연찮게 오후에 시간이 좀 남아서 미친듯이 센터로 달렸다. 막상 가져가보니 퓨즈박스 일부 부품만 교환하면 된다고 하여 일이 쉽게 풀리려나 싶었다. 아마도 업체에서는 다른 퓨즈박스에 연결해보니 와이퍼가 잘 작동했던 모양.


하지만 금방 끝날거라던 시간은 하염없이 지체. 갑자기 차가 시동이 안 걸려서 리부팅을 해야한단다. 지루함을 견디며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보니 배터리도 다 되간다.  분명 도착시간은 3시경이었는데 7시가 넘어서야.. 시동은 계속 안 걸린다고... 초코를 가져갈 수가 없다고... 놔두고 가라며.. 본인도 밤새워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그렇게 강제이별을 하라고.....


"딸기야 나 정말 울고싶네ㅠㅠ"

"아직도 안됨?"

"오늘 못가져간대.. 그냥 가래ㅠㅠ 대체 뭘 만진거야ㅠㅠ"

"그럼 기다려. 태우러 갈게."

"아냐. 꼬물차 빌려줘서 끌고 갈거야.."


알고보니 무슨 역전류가 흘러서 통신이 안된다며.. 전기배선을 만진 모양인데 본인도 미치겠다며.. 더 미치겠는건 나지요.. 와이퍼 때문에 끌고 들어갔는데 말짱하던 차가 시동이 안걸리니 이 왠 조화인고..



여튼 오렌지는 그렇게 팔자에 없던 베이비가 타고있어요 스티커가 붙은 구형 SM5을 운전해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냥 업체에서 임시로 타고다니던 차였는데 굴러다니던 맛동산 봉지와 재떨이의 담배꽁초가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주유구 오픈버튼이 어딘지 몰라서 삽질, 사이드 브레이크가 어딘지 몰라서 삽질.. 나중에는 주유게이지와 속도게이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기절할뻔 했다. 이런 경험 살다살다 처음인데 운전중에 기름이 떨어져서 보험업체 긴급 주유서비스를 받아보기도 하고 추가적으로 배터리 발전기(?)가 나가서 견인차를 불러보기도 한다.


배터리 발전기 고장으로 실려가는 꼬물차-_- 출장비는 업체에 청구-_-


생각해보면 오렌지는 참 착한 소비자 였던 것 같다. 다른 차가 없다는 말에 그냥 묵묵히 끌고 다니던. 적어도 기름게이지만이라도 고쳐달라는 말에는 부품이 없다는 말로 대신함. 여튼 결론적으로 초코는 부품 수급등의 문제로 8월에 입고한 차량은 계절이 지나 겨울이 다 되어서야 내게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슬픈이야기.




여튼 이러한 상황이었던지라 오렌지딸기씨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꼬물차는 주행 자체에 큰 문제는 없었으나 고장난 기름게이지 계기판이 문제였다. 언제 멈출지를 몰라서 한번 차가 멈춘 후부터는 왠만하면 차량 운행을 최소화 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감으로 주유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여튼 동네친구 딸기씨는


걸핏하면 오렌지 출근도 시켜줬고요.


2018.9.17. 7:22 : 일어났음. 가능

2018.9.19. 7:47 : 8시 5분에 대기할게


이런식ㅋㅋㅋㅋ


(참고로 오렌지네집에서 회사까지는 지하철역 6개임^^ 좀 오바해서 담역에서 급행타면 1정거장임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앉을 자리도 많다ㅋㅋ 오렌지네 집 근처 사무실들이 많아서 어딘가에서 실려온 사람들 다 내려버리고 지하철은 텅텅된다ㅋㅋㅋ  아 그럼 지하철역이랑 집이랑 머냐고? 비밀임♡)



미용실에도 데려다 주고 픽업도 하러 왔고요.


왜 내 친구는 구태여 딸기씨네 동네 근처에 있는 미용실이 단골이었던 것인가?




밤에 드라이브도 시켜줬고요.



님들앙 시간이 벌써 10시39분입니다만...


덕분에 오렌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맥도날ㅇ 드라이브 쓰루도 경험해봤답니다. 딸기씨가 맥도날ㅇ 커피에 중독이었는데 야밤 드라이브때는 어김없이 꾸잉꾸잉 한잔 들고 시작했던지라ㅋㅋ

지금은 DT들 그까이꺼 아주 익숙하게 오렌지 혼자서도 잘 다닙니다.





그리고 이것은 소소한 이벤트

출근하려고 지하주차장 가보니 이꼬라지


꼬물차 앞에 저 트럭이 신경쓰이...




사실 솔직히 전직 육상선수 출신의 오렌지씨는, 팔씨름 하면 고딩때 양궁부 애긔들을 제외하고는 져본적이 없는 오렌지씨는, 뭐 이 정도 트럭 정도야 충분히 밀수 있긴 하지만




꼬물차 앞에있는 차가 오른쪽의 흰 트럭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대를 밀어야 하는거냐? 아니 저 뒤에 공간은 있는 것이냐? 아니 대체 왜 주차공간이 있어도 구태여 꼭 이중주차를 이리 하는게냐... 너무 싫다ㅠㅠㅠ 투덜거리며 딸기에게 위의 사진을 보내는 오렌지





사실 저 감동먹은 이모티콘은 참으로 고심한 끝에 선택한 것이다. 원래 오렌지씨는 저런 닭살 이모티콘(저 정도가지고?ㅋㅋㅋㅋㅋ)을 즐겨쓰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후배밀미리뽕의 조언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찍었... 앞 대화와의 시간차를 보라..





그리고 딸기씨가 진짜로 회사앞으로 데리러 왔다. 그냥 하는 말인줄 알았더니.. 진짜 왔다ㅋㅋ 퇴근시간 다되서 한강다리 건너오는거 쉽지 않은데ㅠ 시간 맞춘다고 조기퇴근 했나보다. 딸기네 삼실 직원들은 오렌지에게 감사해야한다.



고릴라는 여전히 열일중ㅋㅋ 대애박



태우러 와준거 넘나 고맙다 딸기야. 아니 근데 그나저나 무슨 우리집이 오지도 아니고 지하철역 몇갠데ㅋㅋㅋ ㅋㅋ글구 지하철역 코앞에 사는데 뭐하러 오냐고ㅋㅋㅋㅋ 심지어 퇴근시간에는 차로 가는것 보다 지하철로 가는게 더 빠르다ㅋㅋ다시 생각해도 참ㅋㅋ 그냥 보고싶었다고 해ㅋㅋㅋ 만나고 싶었다고 해ㅋㅋㅋ




여튼 뭐 당연히 이대로 들어가기는 뭐하지 않나? 저녁 사준다고 하니까 딸기씨가 엄청 놀란다. 애초에 생각도 안했던 듯. 진짜 "태워주는 것만" 목적이었던 듯.. 오렌지 집에다가 내려다 놓고 수영간다길래 처음에는 멈칫 했지만 오렌지만의 비밀장소가 있다며 수영따위 무시하고 꼬시기 시작하는 오렌지씨.





그래서 우리는 회사를 빠져나와 바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고속도로를 달렸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꽁냥꽁냥하며 칼국수 한사발을 먹었다.



뜨허 또 먹고 싶다.



사실 얼마전 이 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한번 더 가기도 했었음. 칼국수 진짜 맛있었음. 근데 갑자기 딸기씨가 옆집 가게에서 새우튀김을 시켰음. 뭥미? 돈 아까와ㅠㅠ 새우튀김 따위!! 에어프라이어가 열일하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단 말이다!! 





사실 딸기씨가 오렌지의 남자-_-가 된 이후로는 튀긴 음식은 조절시키는 중. 가끔 핸폰 배달어플도 혹시 몰래 뭐 시켜먹었나 검사함.  딸기씨는 엄청 튀김쟁이임. 치킨은 당근이고 탕슉 돈까스 튀김튀김튀김 심지어 초밥먹으러 가도 달걀튀김초밥을 시키는 남자. 항상 어무이한테 조절받던 내가 누구를 조절하게 될 줄이야. 꾸잉꾸잉!!!





그리고 우리는 바다를 구경함.

근데 신기하게 저날 저 바다건너편에서 폭죽이 빵빵 터졌다. 사실 내가 준비 했... 아... 아닙니다.. 폰카의 한계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오렌지의 비밀장소에 대해 딸기씨도 굉장히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



아무나 못보는 풍경이야. 님들한테도 여기 어딘지 안 알려줄것임.



갑자기 중간에 똥쟁이 딸기씨가 화장실에 간다며 사라졌던건 안 비밀

넘나 급해서 화장실에 차 끌고 갔던것도 안 비밀

나중에 차로 돌아오니 교묘하게 차 위치가 바뀌어져 있었다고 한다.




꾸잉꾸잉

딸기야 운전하느라 힘들지?

항상 고마워♡


꾸잉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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