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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Aug 12. 2019

#15 별빛이 내린다 샤라라랄라라♬

위기탈출 넘버원


여튼 그렇게 무사히, 아무일 없이 광릉수목원을 벗어났다.


그리고 저녁을 먹었다.

두부찌개에 추가로 불고기까지 꽤 많은 양을 먹었다.





배터지게 밥을 먹고 나왔는데 시간이 대략 7시경. 그냥 집으로 가도 되었지만 딸기도 그렇고 오렌지도 그렇고 어차피 토요일이고 하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어찌할까 하다가 온천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사실 오렌지는 급졸음이 밀려와서 본인이 안내할테니 걱정말라는 딸기의 말을 믿고 잠에 빠져들었다. 간간히 잠에서 깼을때 주변을 둘러보니 '신북온천'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들이 보였기에 아... 저기로 가나보다 하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헌데 막상 온천에 도착하니 영업이 끝난 분위기다. 엄청 큰 주차장의 조명도 다 꺼져있고 그나마 온천건물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긴 했지만 왠지 청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명이었을듯. 사실 왠만한 유명 온천은 한번쯤 검색해보아서 섭렵하고 있는 오렌지에게 신북온천은 생소한 이름이었기에 그냥 그런 동네온천인줄 알았음. 근데 알고보니 규모가 꽤 있는, 소규모 워터파크 비스무리한 시설을 끼고 있는 온천이었다. 일단 주차장이 엄청 큰걸로 보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설인 듯 하다. 그렇게 뭔가 일반 목욕탕스러운 온천에서 시대에 맞게 탈바꿈을 한 같은 느낌.


여튼 뭐 그렇게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헌데 갑자기 오렌지의 심장...아니 뱃속에서는 심각한 요동침이 느껴진다. 아호 아까 과식을 했나? 두부찌개가 너무 매웠나? 대체 이 배는 왜 이 난리람. 하아하아 심호흡하고. 일단 집에 가는 길을 생각해보자. 여기는 포천.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갈 가능성이 크다. it means 휴게소가 없다. 아니 뭔 소리냐? 거기까지 갈수도 없다. 못 참는다. 요동침은 감히 자의로 견딜 있는 상태가 아니다. 상황이 긴박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하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주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얘기하기로 한다.





"딸기야 ㅠㅠ 나 화장실 가야함.."

"응?"

"나 진심 심각함. 지금 당장 가야해."


딸기는 일단 후딱 시동을 걸고 빠져나가려는 참이다. 인근에는 그냥 주차장뿐이다. 오는길에도 꽤 산길을 타고 올라왔던 것 같은데. 주변에 건물이 있었던가?


"오렌지야 일단 모텔이라도 갈래? 지도보니 바로 옆에 모텔이 있어."

"뭣이?"




어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ㅠㅠ 화장실만 갔다가 나오면 되잖아. 나는 밖에 있을게."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순순히 모텔에 갔어도 딸기는 무슨일을 저지르거나 할 사람이 아니긴 했다. 음냥냥 꽁냥꽁냥 기분이 엄습하여 덥쳤다면 내 쪽에서 먼저 덥쳤겠지. 헌데 갈 수 없었던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경제관념이 꽤 투철한 오렌지는 그런 헛돈을 절대 쓰고 싶지가 않았음. 화장실 한 번 쓰는데 몇만원? 장난하십니까? 그건 좀 아닌것 같다.


"안돼! 거긴 싫어! 그냥 차돌려!"

"응?"

"온천! 온천 앞으로 가 ㅠㅠ!!"

"잉? 닫았는데?"

"몰라 알아서 해볼게ㅠㅠ 온천으로 가!!"

"아...알았어."


딸기는 순순히 시키는 대로 차를 온천 건물 앞에 댔다.

오렌지는 문을 열고 뛰쳐나가 미친듯이 계단을 오른다.





문아.. 제발 열려 있어라.. 하앜하앜 미치겠다... 아무리 영업시간이 끝났지만 희미하게 어딘가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완전 폐쇄는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들이 나갈 때까지는 아예 걸어잠그진 않겠지. 하나 정도는 열려있겠지? 뭐 닫혀있어도 어쩔수 없다. 문을 두드릴 기세로 다가간다.  하앜하앜 미치겠다. 누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어딘가 어두운 풀숲을 찾아야 하.. 아...아닙니다.


다행스럽게 유리문을 밀었더니 쉽게 밀린다.


아 닫히지 않았다.

 하앜하앜 미치겠다.

이대로 전진하자.


근데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ㅇㅇ월드와 같은 놀이공원 입장할때 혹은 지하철 탈때 볼 수 있는.. 표를 넣어야만 앞으로 밀리는 그...


이런거 말이야



나름 여기도 워터파크를 지향하여 만든 곳이다보니.. 이렇게 입장객들 통제를 하나보다. 입장권! 입장권은 어디서 끊어? 하앜하앜 미치겠다. 그런게 지금 있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관리자를 불러서 양해를 구하고 열어달라고 할 시간적 여유따위도 없다. 그냥 넘어가ㅠㅠ 넘어가ㅠㅠ 머라하면 나중에 잘못했다고 빌자 그냥.



결국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건물 내부로 들어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신발을 벗어야 하는 것 같다. 하앜하앜 미치겠다. 일단 신발 벗고 신발장 그런건 모르겠고 그냥 내버려둔채 고민에 휩싸인다. 오른쪽? 왼쪽? 어디로 가야하나? 하앜하앜 미치겠다. 오른쪽으로 찍겠다.



오른쪽으로 미친듯이 돌진한다. 분명 온천 내부로 가지 않아도 한 개 정도는 화장실이 있을 것이야.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화장실은 가야할테니. 하앜하앜 미치겠다. 오른쪽의 끝,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화장실 표시. 그래 저거다!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너무 캄캄하다. 어둠에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이 상태로는 힘들다. 불 켜는 곳이 어디있지? 하앜하앜 미치겠다. 어둠속에서 손을 더듬더듬대다가 전원스위치를 발견하고 불을 켰다. 근데 왠지 느낌상 너무 밝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고 싶다. 나갈때 관리자를 만난다면 사정이 이랬다 설명을 할 것이지만 만나지 않는다면 구태여... 쪽팔리게 급똥때문에 이렇게 영업이 끝난 온천에 침입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그들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다. 왠만하면 조용히 일을 보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 최소한의 조명만을 켜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일을 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

개 시원하다ㅠㅠㅠㅠ

진심 너무 행복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추가로 언젠가부터 화장실마다 휴지가 구비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발전양상이 여실히 느껴져서 행복하다. 오렌지는 미처 휴지를 챙기지 못했었기 때문. 배설물을 쏟아내는 것이 먼저, 휴지는 나중의 문제였다.



완전범죄는 실패하였다. 나오는 길에 관리자와 마주쳤다. 어쩔수 없이 상황설명을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아까의 그 출입구..는 나가는 쪽에서는 입장권따위 없어도 열리는 모양이었다. 손쉽게 밀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뒤이어 그런 오렌지의 등 뒤로 관리자가 유리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폭풍이 지나갔다.





밖으로 나가보니 오렌지의 장(腸)상태 만큼이나 주변이 평온하다.

딸기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오렌지도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헐.. 별이 참 많다.



그래도 일단 이렇게 건물 앞에 있는 것은 좀 아닌것 같아서 차를 빼서 나가기로 한다. 아예 온천 구역 밖으로 나가지는 않고 이왕 이렇게 된거 별이나 좀 보자 싶어서 주차장 어딘가에 차를 다시 댔다.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근처에 불빛이 거의 없었기에 별이 정말 많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지 않았던 지라 잘은 모르겠으나 무슨 캠핑장이 있는 것 같긴 했다. 꽤 떨어져있었지만 무언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풍겨져 오고 있었고 잠시 뒤에 그들의 가족인 듯한 개 한마리가 우리 옆으로 다가오기도 했었으니까.

드디어 업무를 마친 온천 관계자분들이 차에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도 간간히 보였다. 우리의 실루엣을 보았을 법도 한데 나가라는 압력의 행사는 없었기에 맘편히 별보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기예보 대로라면 흐리거나 비가 와서, 그래서 천문대도 포기했던 우리였지만, 일부 하늘은 구름이 걷혀있어서 육안으로 별 관측에 무리는 없었다. 딸기는 그날 처음으로 오렌지의 도움으로 하늘에서 선명한 오리온자리를 보았다고 했다. 오렌지는 북두칠성도 찾아주었다. 엄청 신기했던 모양인지 딸기는 위치에 기반한 믿거나 말거나 별자리를 보여주는 어플(=대문사진)도 바로 깔아서 실행한 뒤 하늘에 겹쳐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멍때리고 그냥 올려다보다가 나중에는 차에 기대서 올려다보다가 그리고 또 나중에는 아예 트렁크에서 돗자리를 꺼내어 차 근처에 깔고 차에 기대앉아 보는 중이었다. 그렇게 평온한 밤이 계속 이어졌다. 주변은 너무나도 조용했고, 조용함을 깨는 귀뚜라미 소리만 가끔 들려왔다.


사실 10월의 가을밤은 그렇게 따뜻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딸기는 어딘가에서 본인의 겨울점퍼를 꺼내서 오렌지에게 건넸다. 많이 추웠지만 둘다 감히 차로 들어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오렌지의 급똥이 아니었으면 놓쳤을 그 풍경. 때마침 구름이 걷히지 않았다면 놓쳤을 그 풍경. 그리고 오렌지딸기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왁자지껄함이 가득한 도시라이프보다는 이렇게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틱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 흔치 않은 이 순간. 너무나도 소중하다.



정말이지 둘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분위기. 망설이고 있던 딸기의 마음에 화라락 불을 지폈던 분위기. 무슨일이 일어나긴 했냐고?



이전편 앞의 대화에 이어지는 상황보고 카톡



카톡 덕분에 실제 뽀뽀가 일어난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10월 6일 10시경이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드디어 1일이다.

빠밤빰빰빠!!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손잡고 머시기한것들은 그냥 넘길수 있지만 뽀뽀까지 한 마당에 친구관계는 도저히 성립할 수 없다. 그리고 그날 오렌지는 막 뽀뽀를 시도하려던 딸기에게서 분명 똑똑하게 들었다. 아직은 좀 이른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사랑해!"

라고.. 했다.. 분명..


명확하게 규정하고 싶었던 오렌지딸기닥달했다.


"이 나쁜딸기야 그니까 우린 뭐냐고?"

"뭐긴.."

"뭐냐고?? 빨리 말하지 못해?!"

"응? 알면서.."

"뭐냐고?????!!!!!"

"사귀는거지요ㅠㅠ"

"응. 이제 손잡아도 댐"







그렇게 길고 길었던 오렌지의 기다림이 끝났다.



어쭈 헤어지고 선톡 처음이다. 정말 사귀긴 한가봉가?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연애일기 시작임?

ㅋㅋㅋㅋ

피식

므흣

*-_-*


꾸잉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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