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바라봐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렌지와 딸기가 사귄지도 이제 500일을 눈앞에 두고 있고
뿐만아니라 이걸 쓴게 작년 8월이라니...ㅋㅋㅋㅋㅋ
어서 중간중간 빈 공간을 채워넣고
일상을 적어내려가는 것이 당시의 소박한 꿈이었건만
시간이 벌써...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우리는 숱한 연인들처럼 헤어졌다 만났다는 반복...
....하기는 개뿔
싸울일이 없어서 걱정이다.
그럼 무슨일이 있었는데?
방금 줄줄이 적다가 그냥 지웠다ㅋㅋㅋ
나중에 글감으로 쓰기 위해 지금은 애끼는 걸로. 메롱이다.
우야된동 지금은 그때 그 시기의 오렌지로 최면을 걸어야 하는 때이다.
지금은 2018년 10월경이다.
아 가을이야~ 오렌지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 왔어요!
이 맘때쯤의 오렌지에게 정말이지 큰 고민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딸기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볼 수 없었다는 것.
부끄러웠냐고?
아니요.
아니 그럼 왜?
.....
원래 사람 얼굴 잘 못쳐다보는 사람이야 오렌지는?
아니요.
아니 그럼 왜?
.....
아니 그럼 왜에에?
......
아니 그럼 왜에에에에에??
처음 소개팅(은 개뿔 선 아님?)하던 날.
그 날은 뚫어져라 딸기를 쳐다보던 본인을 기억하는 오렌지씨.
같이 한강을 걷고, 광릉수목원을 걷거나,
혹은 딸기 차에서 드라이브를 할 때도
그냥 앞만 바라보니 그닥 의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헌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얘가 이제 내 남친이 되겠구나 싶어질 무렵 부터..
정면으로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회사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내내
정면만 바라보고 얼굴을 볼 생각은 하지 못했고
도착해서 내리며 인사할때조차도 시선을 얼굴 근처에도 두지 못했다.
그냥 보는둥 마는둥 다른곳을 쳐다봤음....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조금은..
....챙...피..했..던 것 같다..
"얘가 내 남친이라니...!" 라며..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다.
진짜 더 솔직히 얘기하면
특히 외모가..
내가 상상하던 이상형과 거리가 멀었다.
남들이 외모를 보는 사람이라고 얘기할때
코웃음치며 그딴거 안본다고 했던 나에게 부끄러워졌다.
이런 카톡들도 다 소용이 없었다.
왠지 더 놀리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
내 눈에는 못생겼는데 대체 왜 이러는거야? ㅠ_ ㅠ
그리고 놀러도 갔다.
정말 매주 많이도 다녔다.
나중에 알고보니 집돌이 사무실돌이 딸기씌가
여행쟁이인 오렌지에게 맞춰준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감동먹었지만.
당시에는 몰랐지.
하지만..
"같이" 놀러는 갔으나
사진은 절대 "같이" 찍지 않았다.
아니 같이 찍는 것은 고사하고
내 카메라에 사진을 남겨놓는 것도 싫었던 모양인지
혹시 나중에 누가 볼까봐
딸기 독사진 조차 찍어주지도 않았다.
그럼 오렌지야 너 님 셀카는?
응?
뭘 그런걸 묻고 그래.
당연히 많지 않겠니?
뭐 함께한 증거를 남겨놓긴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림돌
(두둥)
선명하게 기억나는 그때의 그 기억
언젠가 우리를 위한 종이 뎅뎅 울리던 강화도 전등사를 방문했던 그날
혹시 그럴일 없겠지만 필요하신분들
13번 종이울리네 편 참고
링크 달아드리려다 어케하는지몰라 포기
여튼
우린 그날 동네 복귀해서 피자를 먹었지.
아니 근데
딸기님아!!
뭐 그렇게 흘리고 먹어???
입에 다 뭍었잖아-_-
좀 닦지?
아니아니 저기.. 한꺼번에 그걸 다 집어 넣고 있어?
그냥 조금씩 베어먹어!!
어후 그리고 그 쩝쩝거리는 소리는 뭔데?
식탐 너무 심한거 아냐??
안 뺐어먹을게. 너 다먹어 ㅠ_ ㅠ
딸기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오렌지는 그날 피자 1조각 먹고 치움
그냥 함께 시킨 오돌뼈를 아작냈다고 한다.
이 잔상 역시 상당히 오랫동안 오렌지를 괴롭혔다.
당시 중딩동창 S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데리고 오라 하도 성화였으나 데려가지 않았다.
아니 데려가지 못했다....
아직은.. 챙피했다....
그리고 회사후배 K의 결혼식 청첩장이 날아들었을 때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절대 같이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상당히 큰 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단점들이 안보여야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는 것일진데
자꾸 걸린다는 것은
아직 덜 좋아해서일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지..
돌이켜야 하는 걸까?
더 정이 깊어지기전에 그만해야할까?
솔직하게 얘기하고 미안하다 해야하는 걸까?
노력은 해보겠지만 미리 미안하다 해야하는 걸까?
그냥 몰래 도망가버릴까? ㅠㅠ
하지만 그렇게 시간은 갔다.
넘나 무섭게도 정이 쌓이고 있더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이 죄(?)라면 죄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만났으니까.
근데 우리 대체 만나서 뭐했지?
기억이 잘...
積雪之情
적설지정.
정은 눈처럼 쌓여.
쌓이고 있을때는 모르지만 어느새 뒤돌아보면 이만큼이나 쌓여있지.
언젠가 감명깊게 했었던 90년대 폰게임(만귀토벌전)의
감명깊었던 4자성어를 인용하였다.
그리고 마음을 돌리게 되었던 더 큰 계기는
너무나도 착하고 예쁜 마음씨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입으로 일일이 열거해 뭐할것이냐?
자랑밖에 더 되겠냐능?
사실은 길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 자제하는것임.
우야된동
핸드폰 전화번호부에는 'ㅇㅇ씌' 대신
다음과 같은 이름으로 바꿔 입력했다.
이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니까
아직 전화번호부의 이름도 그대로다.
대체 언제부터 딸기의 눈을 바로 쳐다보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사진을 보니 대략 11월 말경인것 같다.
왜냐?
이때부터 같이 찍은 사진이 나온다.
허락을 한 것이다.
챙피함이 덜해진 것이다.
드디어 그렇게 눈에 밟히던 단점들이
다 상쇄되어버리는 그 순간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잘 만나보자고 한게 10월초..
거의 두 달이 걸렸다.
물론 내 카메라에 독사진을 남기는 것도 기꺼이 허락했다.
시키니까 이런거 완전 신나서 잘한다.
그간 딸기의 과거를 되돌려봤을때
아마 이렇게 놀아주는 애는 본인이 처음이었을 거라 사료된다.
먹는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진입한듯.
어느순간 별 신경이 안 쓰였다.
뭐 요새 정도의 친분(?)이면 바로 잔소리를 쏘면되니까
전혀 거슬릴 이유는 없겠지ㅋㅋ
앞서 소개했던 후배의 결혼식에는 함께 갔다.
그 결혼식ㅋㅋ 그 다음해에 했기에 망정이지
2018년도에 했으면 백퍼 못 데려갔다.
같이 갔어도 매정하게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을 각.
그나저나
혹시나 이 글보고 딸기가 자기 외모가 어쩌고
얼굴을 못 쳐다보고
같이 결혼식가는것도 챙피하고
식탐쩔면서 흘리고 먹고
이런말에
완전 충격먹을까봐
일전에 미리 말을 꺼냈었는데....
즈어어어언혀어어어 몰랐었다고 한다.
아이고 둔탱아...
뭐
그래서 좋아♡
꾸잉꾸잉
훙냥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