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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Sep 23. 2020

이해하고 싶다면 그냥 친해져라.

H성인상담2기_다문화상담_과제 2주차

2019년, 아주 잠깐 발을 담갔던 J대 주말학사과정의 어느 시간에 용감히도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다. 수업시간에 바로 손을 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소심하게 쉬는시간에 슬쩍 다가가서 소곤소곤. 뭐 결과적으로 듣고 싶은 말을 듣고 만족하며 자리로 들어온 것은 아니긴 했다.

수업내용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상담자는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본인의 경험을 들어 공감해주는 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흔히들 상담이라 하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상담자는 그냥 들어주는 사람인 것이라고.


상당 부분 동의할 수가 없었다. 본인의 경험을 들어 공감해주는게 뭐가 어때서? 수십년간 살아오면서 상대방과 가장 빠른시일내에 친해지는 방법은 공통사를 어떻게든 찾아내는 것이라 판단해오던 나였다. 이건 뭐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종특은 아니다. 범세계적인 특징이다. 처음보는 외국인들에게 내가 한국인임을 밝히자마자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LG와 삼성, 한류스타들 혹은 킴정은 이야기였다. 당연한거 아니겠냐능. 그래야 대화가 이어지는게 아니겠냐능! 다만 학연, 지연이라는 단어의 존재로써 충분히 대변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게 좀 더 심할뿐인 것이지.


여튼 결론적으로 나의 경우, 상담자의 독립성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우며, 더 나아가 '선생님'이라 불리워지는-뭔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척척박사님 내지는 언제어디서든 나타나는 홍반장과 같은 이미지의 상담자는 정말 별로라는 것. 추후 내가 상담자가 된다면 그냥 친구같은 상담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좀더 강해졌다는 것. 그냥 친구와 친구가 대화하듯이. 내가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누군가 함께 욕을 해야되는 상황이 있다면 같이 욕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상담. 그리고 가능하다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존대말이 아닌 서로 반말을 쓰고 싶은 마음이 진심으로 들었다는 것. 내담자는 본인이 지불한 비용에 상응하는, 뭔가 해결책을 얻어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닌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저 내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해서 상담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문화 상담의 경우에도 뭐 다를바 없다. 인종이 다르고 지나온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성적취향이 다름에서 오는 어려움들은 그냥 친구가 되버리면, 친밀감을 상승시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범죄자의 연인을 보라. 사회적통념에서 아주 많이 어긋난 일을 저지른 그들의 연인을 기꺼이 용서하고 숨겨주기까지 하는 그들을 보라. 그 관대함과 이해심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는지?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내담자를 이해하기 힘들면 그냥 친해지면 된다. 왜 내담자를 앞에 두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연극까지 해가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려 애쓰는지? 그리고 아예 처음부터 '내 사고방식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인정하고 상담을 진행하면 안되는 것인가? 어차피 각자의 가치판단에는 정답이 없다. 남의 생각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여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화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친해지다보면 어느 순간 '아~ 나도 팔이 안으로 굽었구나!'라고 인정하게 되는 어떤 시점에 다다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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