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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Sep 29. 2020

미묘한 차별에 속으로만 울었습니다.

H성인상담2기_다문화상담_과제 3주차

본인은 '평범한' 13년차 직딩이다. 선배님들은 가소롭다 웃을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느끼고 있다.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성과 보수성과는 거리가 멀다며, 나는 특별나다고 아무리 발버둥치고 있지만 이미 조직의 습성에 푹 담기다 못해 졸여진지 오래. 아참 그리고, 지금 시대가 어느때인데 유리천장이라는 게 있냐며, 철저히 나만 잘하면 된다고 장담하던 추억을 보유하고 있는 여자사람이다


입사 이후 서른살을 좀 넘기고 나니 연애 공백기가 길어졌다. 여러가지 상황, 이를테면 꽃다운 청춘을 적성에 맞지않는,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세무업무에 뼈를 갈아넣어야만 했던 까닭에. 과거 누군가와의 끊길듯 말듯한 인연에 대한  혹시나 하는 마음때문에. 신입시절을 제주에서 보냈던지라, 이벤트를 위해 경우의 수가 많은=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을 찾는 일은 1주일에 한번 있을까말까 였기때문에. 나의 20대를 그렇게 제주지역본부에서 마감을 치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내 나이는 앞자리가 바뀐지 오래더라.


우야된동 덕분에 살아오며 거의 드물었던 질문들을 받아야 되는 기간이 참으로 길게 이어지더라. 스무살 이후 이어달리기를 하듯 연애를 이어왔던 내가 그런 질문들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나도 몰랐고, 엄마도 몰랐고, 친구들도 몰랐다. 과거야 어쨌던 간에 당시 내가 직면했던 숱한 질문들에 답하며 나의 현실을 직시하고는 절망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선생님의 당시 나이가 29~30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녀를 애들이랑 노처녀라고 엄청 놀렸던 일이 생각나서 얼굴이 화끈거릴때도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현재의 나보다도 어렸으니까.


마치 모두가 짜기라도 한 것 처럼, 직원들은 틈틈이 결혼은 언제하냐, 요새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 소개팅은 요새 하냐고 자주들 물었다. 아직도 생생한 내 머릿속의 대사 하나. 주말에 바쁘다는 나의 말에, "왜? 넌 만나는 사람도 없잖아?(나는 결혼했는데 후후후후)"라던 한 유부녀 선배님의 말. 아직도 그녀의 얼굴을 보면 그 대사가 떠오른다는 것을 그녀는 아마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틈만 나면  '시집가야지'를 반복하면서 마치 내가 눈이 높아서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했던 그들, 그리고 '조금만 더 있으면 이제 "폐닭"이 된다'고 콕 찝어주는 분도 있었다. 이 역시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전혀 티는 내지 않지만 뒷끝이 심한 오스나씨는 그들을 만날때마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리곤 한다. 또한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회사내의 노총각(이라고 하는건 많이 봐준것일수도. 여튼 나와 12살차이는 나는 띠동갑 선배님들ㅋㅋ)과 엮어주려고 한다거나 하는 일이었다. 아니 대체 왜? 그런 오지랍들은 제발 넣어두세요. 당사자를 앞에 두고(특히 하늘같은 선배님이신데) 이 사람은 이래서 안된다며 구구절절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논문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본인의 경우 동갑이하랑만 사귀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주변에 언니 동생들 뿐이었던 터라, '오빠'라는 말 조차 어색해 미치겠는 나에게 대체 왜들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안쓰러워서 그런 것이라면 그냥 놔두시는게 가장 돕는 일입니다ㅠ_ ㅠ 제발 '챙겨줌'을 가장한 이런 미묘한 차별과 폭력은 그만둬주세요.


미묘한 차별이란 무의식적이고 뿌리 깊은 신념과 태도의 편향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단순하면서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언어적, 행동적 냉대를 말한다(Pierce, 1970). 한국사회에 길들여진 우리들은, 그리고 보통의 평범한 사람을 꿈꾸는 우리들은-특히나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안정성을 최대의 가치로 측정해 마지않는 공공기관의 우리들은 입사를 하고 안정을 찾자마자 쫓기듯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남들과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 그 일반적인 루트에서 벗어난 누군가가 포착되면 어김없이 잡아 끌어와 함께 가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테크를 타고 있지 않는 누군가에게 조직의 룰이 그러하다는 이유로 억지로 끼워 맞출 권리는 없다.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가 아주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개 신입사원급이었으니 그렇게 참았던 것이지 절대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었답니다. 다소 오바스러움이 뭍어나기는 하지만, 혹은 그 흔한 '노처녀 히스테리'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제는 연인이 있는 지금조차 관대하게 이해해보려고 해도 그때를 떠올리면 썩 유쾌하지 않다는 이야기.


그나마도 나이를 좀 더 먹으니 포기를 했던 것인지, 혹은 짬을 먹은 본인이 '그딴 소리 하려거든 괜찮은 사람 하나 소개시켜주고나 그러세요.'라는 말을 하며 짜증을 내기 시작하니 그랬던 것인지, 어느 순간 조용해지긴 했다. 그러다 40줄이 얼마 남지 않은 30대 후반에 드디어 연애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와서는 '나는 원래 네가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1도 없는 줄 알았어. 뭐하러 결혼해? 니가 결혼하면 남편 고생은 다 시킬것 같은데, 그렇게 멋대로 그냥 계속 살면되는거 아냐?'라며, 또 한번의 미묘한 폭력을 휘두르시는 몇몇분. 그런게 아니거든요! 나도 연애가 절대 싫었던 건 아니라고요. 능력이 없어서 그랬어요. 그 말을 그렇게 확인받고 싶으신건지? 이제 당신들과 같은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 그리들 못마땅 하십니까? 그리고 남편 고생은 뭔 고생. 내가 얼마나 천상여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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