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나씨 Oct 06. 2020

대체 다문화가 뭔데?

H성인상담2기_다문화상담_과제 4주차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주류인가, 비주류인가? 

아직 이 과목을 완벽하게 클리어하지는 못했지만, 다문화 상담이라는 자체가, 비주류들을 상대로 하는, 뭔가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런 물음을 던져보게되는 것 같다.


사실 주류고 비주류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처절히도 상대적인 것이라 답을 내기에는 그다지 편한 물음만은 아니다. 일단 '한국국적이면서 한국에 사는 나'이런 범위는 너무 당연한 것이라 의미가 없으니 범위를 좀 좁혀보자. 

회사에 있는 나. 주류인가? 비주류인가? 술을 잘 즐기지 않는 나는 비酒류... 아 이건 아니고! 


1. 공채로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이건 주류. 뭐 이건 인정한다. 헌데 이미 주변에는 죄다 공채들 뿐이라 소외되는 비주류를 찾아보기는 참으로 힘들다는 현실.

2. 다음 기준, 남vs여. 예전에는 남자들이 훨씬 많았지만 현재는 뭐 일부 직렬에서는 여자가 더 많이 들어오기도 하니 남녀와 관련된 것은 구분할 필요는 없는 듯하고. 

3. 미혼직원과 기혼직원? 이것도 뭐 거의 반반 아닐까 싶어 주류와 비주류로 나눌 수가 없는 듯.

4. 서울에 사는 사람과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 회사가 서울 구석에 박혀있다보니, 서울시청 가는것보다 경기/인천 가는게 훨씬 가까운 상황인지라 이것도 반반일것 같다.

5. 성격은 좀 특이하긴 한 것 같다. 튀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자꾸 뭔가를 하려 하는 사람. 우리조직의 경직된 분위기와는 분명 달라보이긴 하나 또 꼭 그런것만도 아니다. 어느덧 조직의 허리를 훌쩍 넘겨버린 지금. 나와 비슷하거나 더한 고수의 스멜을 풍기는 후배들이 많을진데. 이걸 과연 비주류로 봐야하는게 맞는것인지?

6. 출퇴근때 가방을 들지 않고 핸드폰과 차키만을 덜렁덜렁 들고 다니는 여자는 전지사를 통틀어 거의 없을 것으로 사료되므로 비주류쪽에 끼워넣으려다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결국 적어보다가 포기. 나는 기본적으로 회사를 기준으로 두고 봤을때 굉장히 특이한 문화권에서 홀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전체에서 분리된 사람은 아닌것 같다. 모르겠다. 기준을 개떡같이 세운건가? 그래서 판단이 안 되는 것일까?


사실 '다문화'라는 이미지에서 가장 먼저 풍기는 이미지는 이주여성에 대한 이미지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회사에서 수년 전 진행했던 다문화사업의 가장 큰 이벤트는 '이주여성 고향방문'이었으니까. 이렇게 굳어져버린건 내 탓이 아니다. 하지만 다문화상담의 대상은 only 이주여성은 아닐테지. 본연의 목적은 그것만이 아니겠지.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소외받는 누군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런 상담일테지. 


헌데 뭐 깊게 생각해서 정한 기준은 아니지만, 위의 사례에서 볼때 '다문화'라는게 과연 정의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것. 다시 이주여성 얘기를 해보자. 이주여성들과 함께 있을때 그들은 그냥 주류다. 특이하지 않다. 혹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오자. 학부모 모임에 참여중인 그녀들은 그냥 '학부모',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주류일 뿐이다. 지금 나의 상태에서 국적만 그녀들과 같은 국적으로 바꾼다고 생각해보자. 결과값은 똑같다. 공채로 들어왔으면 그냥 주류에 속하고 나머지 기준들에 대입을 하면 나처럼 포기하는 건 결국 마찬가지다.


결론은 만약 다문화상담을 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외받고 있는 그들의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깊게 박혀있는, 바로 그 '기준'의 절대성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 하.. 근데 소외받고 차별받아 이미 상처입은 그들에게 '당신이 비주류라서 그런것이 아닙니다.'라고 얘기하면 '넌 왜 상처에 소금까지 뿌리느냐?' 하면서 싸대기를 강하게 얻어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뭔가 관념적으로는 그럴싸한데, 닥친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슬픈 이야기. 뭐 어떻게 설득하고 풀어갈지는 앞으로 남은 학기동안 더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문을 연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문을 밀고 들어가려니 아직 뭔가 찜찌름한 느낌에 멈칫하는 중입니다. 끝.



P.S 대문사진

[멕시코시티 Square of the Three Cultures] 

[2017.9.1]

 아즈텍+카톨릭(스페인식민지)+현대가 만난 곳


 뭐냐.. 이게 바로 다문화?





매거진의 이전글 미묘한 차별에 속으로만 울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