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결정의 기준 잡기
(*MVC=Mission, Vision, Core Value)
예전에 한 스타트업에서 근무할 때였다.
사무실 벽 한쪽에는
Mission과 Vision이 멋지게 정리되어 붙어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Core Value도
이런 키워드들로 정리되어 있었던 것 같다.
속도, 도전, 집요함, 고객 중심, 팀워크.
처음엔 그 문장과 단어에 힘이 있어 보였고
우리는 방향이 분명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장면이 반복됐다.
회의에서는 단기 매출이 최우선이었고
의사결정은 대표의 직감에 따라 바뀌었고
갈등이 생기면 Core Value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누가 더 급한지, 누가 더 설득을 잘하는지가
기준이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밤을 새워 MVC를 정의했지만
MVC를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Mission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이고
Vision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그림이며
Core Value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태도다.
문제는 이 세 가지가 문서에만 숨어있을 때다.
MVC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모든 결정은 매번 처음부터 다시 토론된다.
이 고객을 받아야 하는가
이 프로젝트를 확장해야 하는가
이 채용을 진행해야 하는가
그때마다 기준은 바뀐다.
어느 날은 매출이 기준이고
어느 날은 브랜딩이 기준이고
어느 날은 관계가 기준이 된다.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거나
가장 급한 문제가 우선이 된다.
겉으로 보면 빠른 조직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방향은 조금씩 어긋난다.
반대로 MVC가 분명한 조직은
결정의 질문이 단순하다.
이 선택이 우리의 미션과 맞는가?
이 방향이 우리가 선언한 비전과 연결되는가?
이 행동이 우리가 말한 코어밸류와 일치하는가?
이 질문에 구성원 모두가 공감되어 있으면
회의는 길어지지 않는다.
컨설팅 현장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여러분의 Mission을 팀원 모두가 설명할 수 있습니까.”
대부분 대표만 말할 수 있다.
혹은 채용 페이지에만 정리되어 있다.
MVC는 한 번 정리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반복해서 호출될 때 생긴다.
채용할 때
평가할 때
파트너를 선택할 때
돈이 급할 때
등등
그 문장이 실제로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내가 일했던 다른 조직에서는
한 번은 큰 매출이 가능한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었다.
조건은 좋았지만 우리가 가려는 방향과는 맞지 않았다.
결정 직후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선택이 조직의 체질을 만들었다는 것을.
MVC는 성장을 빠르게 만드는 치트키 아니라
성장의 나침반이 되는 방향키다.
많은 조직이
전략이 부족해서 멈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전략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준이 합의되지 않아서 멈춘 경우가 많다.
기준이 없으면
실행은 늘어나고
회의는 길어지고
피로는 쌓인다.
기준이 있으면
멈출 것이 먼저 보인다.
그리고 멈출 수 있을 때
집중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조직의 Mission, Vision, Core Value는
벽에만 붙어 있는가
아니면 결정의 순간에 호출되는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모두가 같은 문장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조직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