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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문 May 13. 2023

요즘

직장을 그만두고, 알바도 계약이 만료되었습니다. 실업자, 혹은 취준생, 프리랜서 뭐 그 어느 즈음에 있는 요즘입니다. 스스로를 무엇 하나로 정의하기 싫은 심술이 듭니다.


여전히 회사를 다닐 때의 좋은 기억,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하지만, 현생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 출발이 가능할 것 같은 산뜻한 기분입니다.

전 회사를 다니던 동기들과 만나 점심이라도 함께 할 때면, 공감이 되면서도 먼 남일 같은 묘한 기분입니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동기들과 동네 한 바퀴 한산하게 걷는 나에게서 아쉬운 거리감을 즐겨봅니다.


갓생을 살지는 않습니다. 슬-걸어 요가를 하러 가고, 슬-동네 산책 한 바퀴. 대충 밥을 지어 반찬을 올려 먹어치우고는 책상 앞에 앉아 뭔가 바삐 하는 척합니다.

이상하게도 바이오리듬은 바뀐 것이 없어서 월요일이면 일주일을 지낼 생각에 마음이 굳건해지고, 금요일이면 일주일을 보상받아야 할 것 같은 들뜬 기분이 됩니다. 여전히 회사 근처에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만나려면 노력해서 집 밖을 나서야 합니다. 집콕, 혼코노, 혼밥을 좋아하는 나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인간이었나 보다 느낍니다. 애써 학원을 다니고, 모임을 나갑니다. 그것도 고작해야 몇 살 차이 안 나는 또래만 만날 수 있을 뿐인지라, 때때로 5,60대 부장님 실장님들이 만들어주시던 라떼가 그리워 연락이라도 드릴까 싶어집니다.


참, 요즘은 명상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요동치는 감정이라는 것이 혼자 있는다고 해서 잔잔해지는 것이 아니더군요.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이 회사 때문이 아니란 걸 알게 되고는, 마음공부부터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내 마음, 내 호흡 하나 알아챌 뿐인데 온 세상이 평온해지는 걸 보니, 결국 다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틀리지가 않습니다.


백지 같은 나의 지금이 재미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백지를 꾸며갈 재료들이 많이 있는 것이 또 감사하면서도 신중해집니다.

바뀌어가는 내 모습을 또 즐겁게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 숨 쉬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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