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집에서 저녁을 여유롭게 먹고, 간만에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글을 써볼까 싶어서다. 30명은 족히 수용할 듯한 넓은 카페에 손님이라고는 나 하나뿐이었다. ‘영업시간이 끝났나?’ 눈치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던 순간, 우르르 들어오는 무리들. 익숙한 목소리. 아차! 퇴사한 회사 사람들이다.
다 같이 저녁을 먹었는가 보다. 옹기종기 카페 구석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회사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카페 한가운데 덩그러니 앉아있는 내 위치가 머쓱하다.
아는 척할까? 말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나의 상태. 추리닝을 후줄근하게 입은 쌩얼의 내 모습. 마침 모자를 써서 눈은 가려졌으나, 마스크 해제를 기념해 마침 마스크도 가지고 나오지 않은 나. 나를 저분들이 알아볼까?
빠르게 머리를 굴려본다. 회사에선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니, 저분들은 나의 눈만 기억할 것이다. 지금 보이는 내 하관만 보고 알아볼 리 없어. 게다가 난 퇴사 후 라섹을 해서 안경잽이를 탈출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내 눈 또한 안경눈이었으니, 눈을 마주친다 해도 지금의 나를 알아볼 리 없다. 그래, 모른 척 하자. 결론을 내린다.
아는 척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나는 최대한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하던 일에 집중한다. 간간이 들려오는 솔깃한 회사소문에 귀가 쫑긋 세워지다가도, ‘아이고 됐다. 퇴사한 내가 무슨 상관이람.’싶어 카페의 음악소리에 집중해 귀를 막아버린다.
어느새 이야기를 다 나누었는지 카페를 나서는 회사사람들. 들키지 않았음에 내심 안심하는 나.
먼저 알아본 내가 나서서 ‘아이고 잘 지내셨습니까’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굳이 내 이야기를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헤어진 연인의 친구를 마주친 감정과 같지 않을까 싶다. 반가운 얼굴이기야 하지만, 굳이 인사해서 서로 정답게 나눌 이야기도 없고, 서로 불편하기만 한 상황. 애매하게 ‘잘 지내? 걘 잘 지내고?’하며 인사치레 하며, 카페에서 편하게 이야기도 못할 상황보다는 모른 척이 나았겠다.
뒤늦게나마 들리지 않을 메아리를 보내본다.
비록 오늘 제가 숨어버렸지만, 여러분, 반갑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잘 지내시고 내내 행복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