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소한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던 어느 날.
눈앞에 검은 점이 띠용- 하고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이거... 비문증?
비문증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 파리 같은 것. 어릴 적부터 종종 눈앞에 보이곤 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이렇게 일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처음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드문 경우 망막박리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했다.
혼자 고민고민하다 결국 집 근처에 있는 안과를 방문하기로 했다. 병원 가서 마음 편해지는 게 낫지.
내 망막을 사진 찍어보고 유심히 살펴보시는 정성을 보이시던 안과 선생님은 별 다른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고 했다.
아, 괜찮구나.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니 괜찮아졌다.
드문드문 보이는 날파리와 검은 줄이 신경이 종종 쓰였기는 했어도, 곧 없어지겠거니 했다.
파인애플이 비문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기에 사 먹는 공도 조금 들였다.
그 와중에 이사라는 큰 일을 치러내고서 편해져야 할 마음이 너무나 불안해짐을 느꼈다. 이상했다.
자꾸만 불안을 느끼는 나의 상태에 ‘문제’를 느끼고 정신과를 가봐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뜻밖에 좋은 핑곗거리를 찾아냈다.
‘비문증 때문에 불안한 거 같아.’
생각해 보니 비문증이 있었던 때부터 조금씩 불안했던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정신과를 가기보다 안과를 한 번 더 가는 걸 선택했다.
이사 온 동네의 새로운 안과에서도 역시나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하지만 나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나는 계속 불편한데, 이상이 없다고만 하니 어쩌라는 거야?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없애달라고!!!
내 눈은 그럼 노화가 계속 진행되다가 결국 안 보이게 되는 것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예민함이 치솟기 시작하자, 비문증은 처음에 한두 개 보이던 것이 거미줄처럼 눈앞을 가로막았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따라오는 이 친구들은 손쓸 수 없이 나를 괴롭혔다.
신경이 쓰여 공부에도 집중이 되지 않고, 산책을 나가도 멍하고, 눈은 더 피로해지는 것 같았다.
텔레비전이나 모니터를 보는 것은 어쩐지 눈의 노화를 촉진시키는 것만 같아 꺼려졌다.
결국 내가 시력교정술을 한 것이 잘못된 건 아닐까, 앞으로 시력을 잃게 되면 어떡하나, 끝없는 후회와 걱정과 가능성을 따라 생각이 회오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점점 증폭되기 시작한 나의 걱정과 불안은 빠른 속도로 나를 잡아먹었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인사이드아웃2에 나오는 불안이의 토네이도처럼, 나는 하루 만에 완전히 고장 나고 말았다.
앞으로 시력을 잃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밝은 곳에 가지 못했다.
책을 읽는 일도, 심지어는 눈을 뜨는 일도 그냥 두려워졌다.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자꾸만 헛구역질이 나왔다.
즐겨보던 예능프로도 눈에 들어오질 않고, 그렇다고 잠이 오지도 않았다.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평생 다시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고 망가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운 하루를 겨우 씹어 삼켜내고,
나는 정신과에 방문하기로 결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