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정신과에 방문했다.
정신과를 예약하는 일은 또 쉽지 않았다. 대개 1개월 전에 예약하고 방문해야 해서, 예약을 하지 않고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야 했다.
겨우 찾아간 정신과. 감기약을 먹으면 기침이 멎는 것처럼 나의 불안도 병원에서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답은 되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비문증이 나아져야 불안도 좋아질 것이고, 약은 한 달 이상은 먹어야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밥이라도 잘 챙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 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을 시켜두고 이유 없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나 망가진 건가. 이러다 나,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누구에게라도 기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용기 내어 카톡을 했다.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경으로.
[나 눈물이 막 나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의 연락에 친구들은 칼답을 해줬다.
[지금 어디야?]
[무슨 일 있어?]
업무가 바빠 평소에는 답이 늦는 친구들이, 그날은 답장을 챙겨줬다. 그게 어찌나 고마웠던지.
그 일이 용기가 되어, 나는 통 연락을 하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하나하나 연락을 돌렸다.
[잘 지내? 난 잘 못 지내.]
평소 같으면 절대 못 했을 말을 꺼냈다.
나의 징징대며 우는 소리에도 지인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조언을 해주면서 나를 응원해 주었고, 나는 연락을 하다가 곧잘 울었다.
결코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것 같았던 나에게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나는 차츰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좋아지는 듯하다 다시 울적해지고, 그러다 또 좋아지고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정말, 아주 천천히 회복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 달 즈음 지나자, 비문증이 나를 따라다녀도 조금은 무시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되고, 잠을 다시 푹 잘 수 있게 되고, 우울해지는 기분을 달고도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생을 그냥 그렇게 괴롭게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감기 같은 병이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히 낫는 병.
삶이란 건 어느 때에 가라앉아도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하루하루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배신하지 않는 것이라고. 척박한 불안의 땅에 뿌린 희망의 씨앗이 곧 싹을 틔웠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많은 배움을 얻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가슴 한켠에 있잖아
내일이 어떤 모양일지 우리는 모르니까
계속 떨고 있는 거야
맘 편히 못 있는 거야
환하게 웃지도 못하고 그저 두려움만 가득하지
검은 파도가 덮치게 되면
그 자리에 서서 두 손을 꼭 쥐겠지만
절대로 잊지 마
밤이 널 삼키려 해도 새벽은 찾아와
Sometimes we fall and then we rise
늘 반복해 끝도 없이
희망이 떠오르면 절망은 저무니까
기쁨만 기억하고 살자 우린 우린
눈앞이 다 깜깜해도 어둠이 짙어 보여도
틀림없는 사실은
다시 빛은 돌아와
모든 걸 바라보며 살자 우린
- 데이식스 ‘우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