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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문 Jul 27. 2024

어느 날 희망이 찾아왔다

며칠을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정신과에 방문했다.


정신과를 예약하는 일은 또 쉽지 않았다. 대개 1개월 전에 예약하고 방문해야 해서, 예약을 하지 않고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야 했다.


겨우 찾아간 정신과. 감기약을 먹으면 기침이 멎는 것처럼 나의 불안도 병원에서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답은 되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비문증이 나아져야 불안도 좋아질 것이고, 약은 한 달 이상은 먹어야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밥이라도 잘 챙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 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을 시켜두고 이유 없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나 망가진 건가. 이러다 나,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누구에게라도 기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용기 내어 카톡을 했다.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경으로.


[나 눈물이 막 나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의 연락에 친구들은 칼답을 해줬다.


[지금 어디야?]

[무슨 일 있어?]


업무가 바빠 평소에는 답이 늦는 친구들이, 그날은 답장을 챙겨줬다. 그게 어찌나 고마웠던지.

그 일이 용기가 되어, 나는 통 연락을 하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하나하나 연락을 돌렸다.


[잘 지내? 난 잘 못 지내.]


평소 같으면 절대 못 했을 말을 꺼냈다.


나의 징징대며 우는 소리에도 지인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조언을 해주면서 나를 응원해 주었고, 나는 연락을 하다가 곧잘 울었다.


결코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것 같았던 나에게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나는 차츰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좋아지는 듯하다 다시 울적해지고, 그러다 또 좋아지고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정말, 아주 천천히 회복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 달 즈음 지나자, 비문증이 나를 따라다녀도 조금은 무시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되고, 잠을 다시 푹 잘 수 있게 되고, 우울해지는 기분을 달고도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생을 그냥 그렇게 괴롭게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감기 같은 병이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히 낫는 병.


삶이란 건 어느 때에 가라앉아도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하루하루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배신하지 않는 것이라고. 척박한 불안의 땅에 뿌린 망의 씨앗이 싹을 틔웠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많은 배움을 얻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가슴 한켠에 있잖아
내일이 어떤 모양일지 우리는 모르니까
계속 떨고 있는 거야

맘 편히 못 있는 거야
환하게 웃지도 못하고 그저 두려움만 가득하지

검은 파도가 덮치게 되면
그 자리에 서서 두 손을 꼭 쥐겠지만
절대로 잊지 마
밤이 널 삼키려 해도 새벽은 찾아와

Sometimes we fall and then we rise
늘 반복해 끝도 없이
희망이 떠오르면 절망은 저무니까
기쁨만 기억하고 살자 우린 우린

눈앞이 다 깜깜해도 어둠이 짙어 보여도
틀림없는 사실은
다시 빛은 돌아와
모든 걸 바라보며 살자 우린

- 데이식스 ‘우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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