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 에이스, 일 잘한다고 소문난 분."
분명 칭찬인데, 기분 좋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칭찬은 격려를 위한 말이기도 하지만, 평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칭찬을 하는 사람의 속내가 늘 담겨있다. 나가는 칭찬에 신중해야하고, 들어오는 칭찬을 걸러들어야 하는 이유다.
퇴사 전, 한참 과중한 업무로 힘겨워할 때, "대리님, 일 잘하니까."하는 말이 내게는 심한 모욕으로 들렸다. 그 말엔 누군가를 '어떤 역할에 적합한 도구'로 보는 시선이 담겨있었고, 위계적인 구조 속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평가하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부장님, 정말 일 잘하시네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 속에는 위치와 역할의 차이가 내포되어 있다고 여겨졌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일 잘한다"는 칭찬이 실질적 보상과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오히려 더 많은 일을 시키는 핑계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나, 연공서열체계를 가진 조직이라면 더욱이. 그러니 "착하다"란 칭찬과 마찬가지로 "일 잘한다"는 칭찬이 "호구"로 들리기 십상이다. 제일로 평가되던 사람이 업무평가가 안좋게 나오는 일도 너무나도 자주 목격했다.
말한 사람의 의도야 내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그런 말들에 의미부여를 하기보단 듣고 흘려버리면 되었을 것을. 나는 오랫동안 그 말을 곱씹으며 '그런 말을 왜 했지, 자기가 뭔데 날 평가하지.'하며 꿍얼거렸다. 도리어 이직한 회사에서는 일 잘한다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일부러 노력을 했다. 부러 힘을 빼고, 움직거리는 엉덩이를 내려놓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아마 부서에서는 나를 요주의 인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또 그러고 있자니 인정과 칭찬이 남들에게 가는 것이 또 어찌나 배알이 꼴리던지. '이래봬도 내가 나름 일 잘한다는 칭찬을 받던 사람인데, 지금 이렇게 무시받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거면 최선을 다 하지, 대체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면 어쩌라는 것인지. 나도 나 자신이 어이가 없을 지경.
그런 생각들 때문에 나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할 때에도 조심스러운 편이다. 남을 함부로 평가할 만큼 내가 뭘 가지지 않았기도 하고, 사람을 칭찬하는 일이 욕하는 일 만큼이나 폭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칭찬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 옆에 칭찬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토록 습관적으로 비교하는 사회에서, 남들이 잘 될 때 나를 돌아보며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라고 단언해보겠다.
하긴, 평가하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고 한들, 우리 마음 속의 평가가 어디 가겠는가. 어차피 세상은 결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않으며, 다양성이란 말 아래 존중해주지만은 않는다. 그걸 해내야 한다면 그 주체는 세상이 아니라 나여야 한다. 어그러진 세상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가받지 않기로 마음 먹는 일. 그러니까, 어그러진 세상의 뭉개진 나를 스스로 사랑해야지 누가 대신 사랑해주지 않을 거다. 그러니 결국 다 나의 몫. 결국 책임은 또 이런 식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이런 생각조차도 나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을 담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바뀌는 게 제일 빠르다. 하지만 아직도 못바뀐 나는 여태 남의 시선과 평가에 매달려 스스로 싸우는 중이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으로 먼저 이 글을 완성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