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년차. 돌이켜보면, 나는 퇴근을 꿈꾸고 회사에 들어온 것 같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사명감보다는, 정확하게 지켜지는 퇴근 이후의 시간을 마음껏 즐기겠다는 희망으로 회사에 지원했고, 그런 나의 희망사항은 잘 지켜질 줄만 알았다.
처음 수습기간 동안은 '칼퇴'가 가능했다. 나는 동기들과 각이 잡혀있는 세미정장을 채 갈아입지도 않은 채, 퇴근 이후의 시간들을 즐겼다. 8월의 찌는 더위에도 울산 태화강과 대나무숲 은하수길을 걷고, 노을지는 태화강 다리 위에서 맥주를 한 캔 씩 따며 짜릿한 퇴근 이후의 소확행을 즐겼다. 제법 직장인스러운 스스로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 소소한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수습기간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맡게 되면서, 퇴근을 제 때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직장인에게 평일 저녁 8시 이전에 약속을 잡는 것은, 모호하고 기약없는 약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퇴근 후 겨우 저녁을 챙겨먹고 잠드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평일 저녁의 약속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갔다. 미리 약속을 잡았다간 '오늘 야근각.. 못갈듯 ㅠㅠ'하며 파투낼 게 뻔했다. 그렇게 점점 나의 '퇴근 후 일상'은 흐릿해져만 갔다.
그렇게 평범한 회사원으로 표정없이 하루를 살던 어느 날, 창 밖에 비치는 지는 노을에 문득, 수습 시절의 철없이 즐겁던 내 모습이 겹쳐 울적해진다.
'나 퇴근이란 걸 해본 적은 있는 걸까...?'
때마침 동기에게 온 메신저 하나가 반갑다.
"OO아, 저녁 약속 있어? 동구 가서 회먹고 올래?"
울산 '너나울림' 프로젝트에 제출한 글을 고쳐보았습니다.
회사라는 곳에서 직장인의 소망 중 '퇴근'만 한 것이 있을까요.
새 해, 당신의 '칼퇴'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