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일까? 카페? 도서관? 클럽? 내 집 거실? 호텔? 나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지나온 공간의 불편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라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스킨십을 불편해했고, 강박증이 있었을 정도로 예민한 아이였다. 게다가 엄만 항상 나를 ‘조용히’시켰다. 말도 조용히 하고, 텔레비전도 조용히 틀어 보고, 걸음도 조용히 걸어 다니라고 했다. 층간소음을 우려하시기도 하셨겠으나, 엄마 자신도 꽤나 예민했던 것 같다. 1층 집에 사는데도 걸어 다닐 때 ‘뒤꿈치가 닿지 않게 까치발로 사뿐사뿐’ 걸어 다니라고 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예민한 환경에서 예민하게 자란 나에겐 이 세상의 모든 공간들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내 방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거실에서도, 친구들을 만나는 학교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대중교통에서도, 사람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예민한 나는 모든 ‘곳’에서 불편과 불안을 겪었다. 어쩌면 남들은 별 거 아닐 수 있는 일들에 내겐 불편하게 다가왔다.
심지어 나는 남들에게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소심한 아이였다. 학교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온 날도 있을 정도였으니... 옆집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하는 말이 아저씨에게 닿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는 작았고, 사람들에게 무언가 부탁을 할 땐 몇 십 번은 시뮬레이션을 해야 했다. 그렇기에, 나의 예민함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선 넘지 말아 달라 부탁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고치는 것이 더 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공간에 적응해야 했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들이 편하지 않고서야 편하게 살 수 없으니까. 불편한 기억들조차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겉보기에 아무렇지 않아 보였을 나는 사실 그 모든 ‘곳’에서 적응해 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