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하철, 희망 편

by 고정문

나는 지하철을 탈 때면 이어폰을 꼭 챙긴다. 함께 탄 사람들의 말소리, 지하철이 여닫히는 안내방송, '쿠궁, 쿠궁..'하고 귀를 찌르는 열차소리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끼고, 마음에 드는 노래로 두 귀를 가득 채워야만 안도감이 든다.


'대중'교통이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용하는 교통수단임에도, 지하철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지곤 한다.


열차 몇 대를 보내야 하는 줄을 서고, 꽉 찬 열차에 겨우 이 한 몸을 싣다 보면, 다들 왜 이리 밖에 나다니는 것인지 퉁명스러운 마음이 든다. 꽉 들어찬 지하철의 승객들은 내겐 그저 '내 공간을 침범하는 어떤 것'에 불과하다.


지하철은 이렇게 그저 이동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공간인 경우가 많지만, 그 경험을 바뀌는 순간도 있다.


그건 바로 퇴근길 2호선 당산에서 합정을 향하는 열차를 타는 순간이다. 그 때면 노을 지는 한강의 풍경을 볼 수 있는 2분의 찬스가 주어진다. 더도 덜도 안 되는 딱 2분의 시간.


이 시간엔 앉아있는 승객도, 서있는 승객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승객도 모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본다. 그러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 비친 노란색 노을에 모든 얼굴이 아름답게 빛난다.


함께 탄 승객들이 내 공간을 침범하는 '무엇'에서 함께 같은 곳을 향하는 '우리'가 되는 순간.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

노란 노을빛이 나의 부끄러움을 강하게 비출 때, 삐뚤어진 내 마음을 바로잡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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