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일하듯이 글을 쓰자고 다짐했었다. 다짐만 한 것이 아니라, 브런치에도 글을 올렸다. 고정문 브런치의 <퇴사하고 꼭 지키고 있는 것들>에서는 매일 꼭 한 편의 글을 쓰겠다고 기재했다. 기재한 뿐만 아니라 발행했다. 구독자와의 약속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만족스럽지 않아도 글을 써 올렸던 나인데, 점점 소재가 고갈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오늘이다.
하얀 바탕에 깜빡거리는 까만 줄을 바라보고 있는 나였다. 오늘 하루는 지나가고 있고, 마음은 조급하고, 몸은 어느 때보다도 피곤하니 도무지 쓰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을 보내버리면, 지금까지의 내 각오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결코 쓰고 싶지 않았던 ‘써지지가 않는다’는 글을 써 내려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은 사실 컨디션 탓도 있겠지만, 여기까지가 내 한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글을 ‘꾸며내 왔던’ 나의 한계다. 더 글을 쓰기 위해서, 내 한계를 깨기 위해서는 꾸밈없는 찌질하고 못난 나를 인정해야 한다.
이 글을 나는 망친다. 나의 부족함들을 깨워내 나의 한계를 부순다. 더 자유롭게 글을 쓰기 위해서, 더 솔직하게 글을 쓰기 위해서, 부끄럽고 못난 나의 부족함을 내보인다. 이로써 나의 글쓰기 삶이 망쳐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